MK로 살아가며 겪는 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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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과 MK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대부분 MK들이 얻게 되는 특권과 장점들을 먼저 떠올리곤 합니다. 그래서 MK에 대해서 잘 모르시는 분들은 저희를 무척 부러워합니다. 해외에서 살고 있으니 언어도 몇 개씩은 자연스럽게 할 테고, 어렸을 때부터 낯선 환경에서 살아봤으니 적응 능력도 뛰어날 거라고 말입니다.
이것들은 우리가 MK로 살아가며 얻은 특권과 혜택들이 맞습니다. 그래서 저는 항상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것들은 저희가 하루아침에 뚝딱 얻게 되거나 습득한 것이 아니라 어렸을 때부터 타지에 가서 아무것도 없는 어려운 환경에서 힘든 시간을 보내며 깨닫고 얻은 것들입니다.
저는 2살 때부터 K국에서 자랐습니다. 어렸을 때 시골에 있는 현지 학교에 다니며 외국인으로 사는 것이 무척 어려웠습니다. 헤아릴 수 없는 수많은 일들을 겪으면서 “나는 누구지? 내가 왜 여기 있지? 내가 여기에 어울리나?”라는 생각들까지 하게 되었습니다. 어딜 가나 어울리지 않는다는 생각에 빠져 불안감과 정체성의 혼란을 겪기도 했습니다. 나는 누가 보아도 현지인 친구들과 달라 보였고, 이곳 문화가 낯선 이방인이었습니다. 그렇다고 한국인으로서 한국에 오래산 적도 없었기에 한국을 방문할 때면 한국인 친구들과도 어울리지 못하는 또 다른 이방인이 되었습니다. “나는 진짜 누구일까? 나는 왜 그 어디에도 소속되지 못 하는 걸까?”라는 질문을 해보았지만 그 어디에서도 답을 찾지 못했습니다.
그런 힘든 시간을 지나 성장하면서 ‘반대로 한번 생각해 볼까?’라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그렇게 저 자신을 바라보니 다른 문화와 경험을 가진 사람들과 살아가면서 그들의 언어와 문화를 배우며 어우러져 가는 나, 다양한 나만의 경험을 가지고 다른 사람들과 소통하며 폭넓은 관계를 맺을 수 있는 나, 그 어디에도 소속 되지 않지만 동시에 그 어디에나 어울릴 수 있는 나. 그게 ‘나’라는 사실이 깨달아졌고, 그렇게 저는 답을 찾게 되었습니다.
한국인으로 태어나 한국이 아닌 K국이라는 잘 모르는 나라에서 자란 내가 너무나 싫은 적도 있었지만, 지금은 K국에서 살아온 17년이란 시간이 정말 귀하고 소중하기만 합니다. 내 생각이 바뀔 수 있도록 도와주신 주님께 감사드리며, 이 모든 것이 하나님의 은혜였음을 고백합니다. wec
글 고은솔 (아자맡, 아셀 선교사의 자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