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겁다 못해 따가운 날씨, 말이 통하지 않는 어려움, 자유롭게 다니지 못하는 불편한 환경 등은 제가 L국의 MK라고 말할 때 많은 사람들에게 먼저 떠오르는 생각인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저를 안쓰럽게 생각하며 쳐다보실 때가 많습니다. 물론 그런 시선들이 저를 걱정하시는 마음이라는 것을 알고 있지만 그렇게 보실 때 조금 부담스럽고 불편하게 느껴집니다. 왜냐하면 저는 저의 MK로서의 삶이 장점이 많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MK로 살아가면 일단 적응하는 법을 빨리 배웁니다. 제가 비록 17살밖에 되지 않았지만, 새로운 환경에 적응할 즈음에 다른 환경에 다시 적응해야 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물론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것이 항상 쉽지는 않았지만 “전에도 적응했는데 여기서 못할 게 뭐가 있겠어?”라는 근거 있는 자신감이 생겼습니다.
그리고 보통 2-3개 언어를 하게 됩니다. 언어가 서툰 때도 있어서 0개 국어 한다고 장난치기도 하지만 2-3개의 언어를 할 수 있다는 것은 분명히 큰 장점이라고 생각합니다. 다양한 언어들을 하다 보니 다른 나라 사람들과 소통하는 데에 두려움이 없고 말이 통하지 않을 때도 MK의 실력을 발휘해서 바디랭귀지(body language)를 써서라도 소통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또한 여기저기서 색다른 경험을 많이 합니다. MK마다 다르겠지만 일단, 저는 비행기를 자주 이용하게 되면서, 혼자 경유하며 이동하는 것도 익숙해 졌습니다. 그 외에 다양한 국적의 외국인 친구들을 사귀기도 하고 한국에서 공부했더라면 경험하지 못했을 많은 활동을 할 수 있었습니다. 이런 다양한 경험들을 통해 세상을 보는 시각이 넓어졌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제가 MK가 아니었다면 하나님을 어린 나이에 인격적으로 만났을 수 있었을지 의문이 듭니다. 선교사의 자녀로서 살아가기 때문에 좋은 신앙공동체에서 지낼 기회가 더 많았고 저를 주님께로 이끌어줄 많은 사람들이 주변에 있었습니다. 그렇게 좋은 공동체를 만나고 저의 신앙이 자랄수록 저는 제 부모님이 선교사님이라는 사실이 더욱 감사하고 또 제가 MK로 태어난 것이 저에게 주신 최고의 특권이자 축복이라고 느낍니다.
글 하리 (장차, 우리 선교사의 자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