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칸반도에서의 삶과 사역은 가족, 교차로, 그리고 폴라코라는 세 단어로 가장 잘 설명할 수 있습니다. 폴라코? 생소한 이 단어의 뜻이 무엇인지 궁금하시죠? 폴라코는 ‘천천히’ ‘느리게’ 혹은 ‘평지풍파를 일으키지 말라’는 의미로 사용되는 단어로 발칸 문화의 일부를 대변하는 표현입니다. 폴라코의 의미를 몸소 체험하게 된 흥미로운 사건이 있어 나누고자 합니다.
유난히 더웠던 어느 여름날, 동네 공원을 산책하다가 잠시 쉬어 가기 위해 나무 아래 그늘진 벤치에 앉아 있었습니다. 놀이터에서 놀고 있는 아이들의 웃음소리를 들으며, 평화로운 시간을 만끽하고 있었는데, 한 할머니가 제가 있는 곳으로 천천히 걸어오시더니 저를 보며 ‘폴라코’ 하며 지나가셨어요. 더 이상 느긋할 수 없을 만큼 쉬고 있었음에도 그 말을 들으니 ‘대체 얼마나 더 여유를 가져야 하는 것인지’ 표현할 말을 찾을 수가 없었고, 발칸문화에 적응하려면 아직도 멀었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된 사건이었습니다.
또 다른 단어는 교차로입니다. 발칸반도는 동과 서, 남과 북이 만나는 곳입니다. 소련의 붕괴와 유고슬라비아의 해체로 인한 혼란과 트라우마를 겪은 지 30여 년이 지났지만, 남동부 유럽 공산주의의 잔재는 여전히 이곳 사람들의 삶에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탈 공산주의 시대인 현재 사회는 전반적으로 침체해 있으며, 이는 새로운 삶을 시작해 보려 하는 수백만 명의 사람들에게 깊은 좌절감을 주고 있습니다.
역사적인 배경으로 인해 남과 북을 가로지르는 뚜렷한 경계선이 있는데, 남쪽으로는 오스만 제국의 이슬람이고, 북쪽으로는 유럽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의 그리스도교입니다. 발칸반도는 이슬람과, 두 개의 전통 기독교인 정교회와 가톨릭이 지배적인 종교로 자리하고 있어 유대교나 복음주의 기독교와 같은 소수 종교는 인정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와 같은 상황에도 불구하고, 복음주의 신자들은 여전히 함께 모여 교제하며 그리스도를 나누려고 합니다.
최근에는 200여 명이 넘는 현지 교사들이 참여한 세미나를 개최하였습니다. 도움이 필요한 아이들을 가르치는 데 유용한 전문교육을 제공하기 위한 목적으로 열린 세미나였는데, 복음주의 공동체에서 온 교사들도 참가하였습니다. 교사들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것들을 가르치게 되면, 이들이 현지 아이들에게도 양질의 교육을 할 수 있게 될 뿐만 아니라, 현지 신자들이 동료 교사들에게 복음을 증거할 때도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좋은 기회였습니다.
때로는 선교가 마치 점과 점을 연결하는 것과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예상치 않은 이벤트와 프로젝트를 통해 사람들을 연결하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가진 씨앗은 작지만, 이것을 꾸준히 가꾸어 나간다면 반드시 희망이 피어날 수 있으리라 믿습니다.
마지막 단어는 가족입니다. 발칸 문화에서는 3, 4세대가 한 건물에 함께 사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자녀들이 일자리나 더 나은 삶을 위해 멀리 떠나게 되면 남겨진 가족들은 큰 슬픔을 겪습니다. 시편 68편은 하나님에 대해 “고아들의 아버지, 과부의 재판장, 거룩한 처소에 계신 하나님이시라”고 말하는데 이를 떠올리면 교회는 하나님의 백성을 위한 가족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저에게 교회는 여러 가지 의미가 있지만, 무엇보다도 가족과 같습니다. 제가 섬기는 교회는 교인이 30명 정도밖에 되지 않지만, 다양한 세대와 배경을 가진 사람들을 모두 아우르는 공동체입니다. 저는 주일을 가장 좋아하는데, 이날 함께 예배하고, 예배 후 근처 피자 카페에서 모이는 시간이 너무 즐겁기 때문입니다. 항상 방문하기 때문에, 직원들과 다른 손님들도 저희를 잘 알고 있습니다. 아이들은 그림을 그리거나 게임을 하고, 미망인들과 나머지 사람들은 수다를 떨며 피자를 먹습니다. 이 시간을 통해 많은 아이디어를 나누고, 이미 진행된 일들을 되돌아보기도 합니다. 우리는 가족이면서 동시에 팀으로 사역합니다. 우리의 중심은 전적으로 헌신 되어 있지만 외부를 향해서는 열려있어서 더 많은 사람들이 우리와 함께할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 wec
글 A.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