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의 마음

by wecrun

  저는 치과의사 교육사역을 하고 있습니다. 진료 자격이 있는 치과의사 중 지원자들 대상으로 시험을 보고, 2주간 수습 기간을 가지고 최종 인터뷰를 해서 4명을 선발합니다. 그들을 대상으로 2년 과정의 커리큘럼으로 교육과 임상 훈련을 시킵니다. 이곳 기준 최저시급 상당의 장학금을 주며 한국 수준에 뒤처지지 않는 교육을 하고 있습니다. 매년 20~30명의 지원자가 있습니다. 그런데, 최종 선발 후에 한 달 만에 그만두는 경우도 많습니다. 열심히 공부한 경험이 없어서인지, 제 기준으로는 한국의 중학교 수준의 공부 강도인데도 힘들다고 초반에 그만두는 경우가 많습니다. 올해와 작년에는 각각 3명이 남아서 수련을 받고 있습니다.

  목요일 오전 팀미팅을 하면서 예배를 드리고 있는데 현지 행정직원에게서 CCTV를 찍은 사진과 ‘당신의 수련의가 뜨개질을 하고 있습니다’라는 메시지가 도착했습니다. 원래 이 시간이면 수련의들이 강의를 듣고 있어야 하는 시간인데, 공부하거나 실습을 하는 것도 아니고 뜨개질을 하고 있다는 것에 순간 화가 났습니다. 수련의 1년차도 아니고 2년 차면서, 맨날 시간 없다고 징징거리더니 저렇게 시간을 낭비하고 있다니…

  그날은 2년 차인 수련의들의 강의 시간이었는데, 사정상 강사가 오지 못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강사가 못 오는 것에 대해 보고도 하지 않고, 수련의들에게만 이야기했다고 합니다. 그렇다고 할 일이
없는 것도 아니었습니다. 수련의들은 평소에 책 번역도 해야 하고, 사례 발표 준비도 해야 하고, 시간이 나면 스스로 실습을 할 수도 있습니다. 본인들의 진료 속도가 늦는 것이 원인임을 알면서도 항상 시간이 모자란다고 불평하더니, 비는 시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하지 않는 모습에 화가 치밀었습니다. 하지만 바로 가서 혼을 낼 수도 없어서 일단 마음을 가라앉히며 다음날 잘 이야기를 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어떤 예화를 들어야 잘 이해할지, 어떻게 감동을 주어야 마음 깊이 받아들일 수 있을지 다음날까지 고민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한편으로, 나의 인생의 소중한 도막을 가져와서 그들을 위해 주야로 고민하고 기도하면서 노력하고 있지만 나의 사랑은 매번 짝사랑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무엇을 위해 이곳에서 이 고생을 하는 것인지, 나야말로 시간을 낭비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많은 생각들로 하루를 보내고 다음 날에 담당자인 선임 의사를 불러서 자초지종을 물었습니다.

이렇고 저렇고 다음부터는 더 주의시키겠다는 이야기를 듣고 있는데, 저도 모르게 갑자기 눈물이 쏟아졌습니다. 나이 먹고 어린 의사와 직원들 앞에서 펑펑 울다니 창피했습니다. 정확히 무슨 감정인지 알 수 없었지만, 추후 수련의들 앞에서 시간을 잘 활용하라고 타이르면서도 또 눈물이 나오려는 것을 겨우겨우 참았습니다.
  나이 들면 여성호르몬이 많아진다더니 그래서 그런 것인지, 나도 정의할 수 없는 감정에 왜 그런지 계속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몇 주 후 미국에 잠시 방문해서 사역에 대해 나눌 기회가 있었습니다. 모임에 참석해서 발표전에도 그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그 때 하나님이 말씀하셨습니다.

  “그것이 나의 마음이다.”

  하나님의 마음을, 그 눈물을 알게 하신 것임을 깨닫고 또 펑펑 울었습니다. 그분도 이들을 짝사랑하고 계시고, 그분도 중요한 시간의 도막을 이곳에서 나와 함께 그들에게 퍼붓고 계시며, 그래도 눈에 띄지 않는 변화에 안타까워하며 마음을 쏟고 계셨습니다. 절대적인 신이지만한 영혼조차 쉽게 마음대로 하거나 포기하지 않으시고, 그들을 존중하고 사랑하여 스스로 돌아오도록 기다리고 참으며 울고 계셨습니다. 아버지의 마음이 있는 곳에 나의 마음도 함께 있음이 감사했습니다.


글 이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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