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전 이 지역에 도착해 2년간 언어를 배운 후 열릴 것 같던 비즈니스 사역의 길이 명확히 보이지 않아 조급한 마음으로 주님의 뜻을 구하던 중 하나님께서는 우리가 전혀 예상하지 못한 방식으로 길을 열어 주셨다.
어느 날, 한국 유학을 떠났던 H 자매(언어교환을 통해 처음 만난 학생)에게서 연락이 왔다. 자신이 일하던 현지 한국어 학원에서
교사를 찾고 있다며 아내에게 강의를 부탁한 것이다. 하지만 당시 아내는 이미 대학 강의가 있어 갈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러자 H 자매는 뜻밖에도 나에게 제안을 했다. “신실 선생님이 대신 맡아 주시면 안 될까요?”
사실 공학을 전공한 나에게 한국어 교육은 한 번도 생각해 본 적 없는 길이었다.
자격도, 준비도 안 됐다고 생각해 처음에는 거절했으나, 계속되는 권유로 매니저를 만나게 되었고
그는 구인 공고를 보여주며 말했다.“전공, 경력 아무것도 상관없습니다. 학생들을 사랑하는 한국인이면 됩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나의 마음에 “학생들을 사랑하는 일이라면 하나님께서 이곳에 보내신 이유일 수 있다”는 마음을 품고
한국어 강의를 시작하게 되었고, 파트타임 한국어 강사로 일하게 되었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었지만, 원래 그 자리를 맡고 있던
강사가 갑자기 한국으로 돌아가는 바람에 학원에서 급히 새로운 강사를 찾고 있었고, 그 자리에 들어가게 된 것이었다.
사역지의 비자 문제는 하나님의 은혜가 더욱 필요한 부분이다. 학원은 이미 한 명의 풀타임 한국인 강사에게
노동허가서를 내준 상황이었고, 파트타임 강사에게 노동허가서를 발급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그래서 학원을 통해 비자를 받는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었다. 그러나 안정적인 거주를 위해 노동비자가 필요했기에
“두드리면 열릴까?”라는 소심한 믿음으로 학원 매니저에게 상황을 설명하며 노동허가서를 부탁했다.
마침, 그때 중급반 학생들이 학기 마지막에 ‘원장과의 대화 시간’을 갖게 되었고, 두 반의 학생들이 동시에
“저희는 고급반도 신실 선생님께 배우고 싶어요.”라고 요청하는 일이 일어났다.
이 일을 계기로 원장의 신뢰를 얻게 되었고, 결국 파트타임임에도 불구하고 노동허가서를 받게 되었다.
더 놀라운 사실은 이 ‘대화 시간’이라는 행사가 그전에도 그 후에도 단 한 번도 없었다는 점이다.
나 역시 그 시기에 누구보다 사랑과 헌신으로 학생들을 가르쳤고, 하나님께서 그 마음을 기쁘게 받으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모든 과정도 인간의 계획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일하신 시간표였음을 깨닫게 되었다.
하나님은 막힌 문을 여셨고, 우리가 만들 수 없는 길을 만드셨다.
자격이 없어 보이는 사람을 들어 사용하시고, 자신의 계획 속에 일꾼을 세우셨다.
모든 과정은 우연이 아니라 하나님이 정확한 때와 방법으로 이루신 기적이었다.
이렇게 시작된 한국어 강의는 복음을 자유롭게 전하기 어려운 보안 국가에서 의심 받지 않고 학생들을 만날 수 있는
정체성과 환경을 마련해 주었다. 무엇보다 하나님께서는 이 땅에 이미 택하신 자녀들을 만나게 하셨다.
한국어 강의를 통해 만난 학생들을 위한 말하기 동아리가 만들어졌고, 그 안에서 형성된 친밀한 관계를 통해 복음을
소개하게 되었으며, 복음을 받아들인 청년들과 매주 소그룹 예배를 드리고 있다. 지금까지 경험한 기적 같은 일들을 통해
우리의 생각을 넘어 하나님의 방식으로 선교를 이루어 가시는 하나님을 보게 되었고, 사역의 여정은 하나님께서 일하시도록
믿음으로 맡겨드리는 길임을 깨닫는다. 무엇보다 한국어 강의를 위해 자격도 경험도 없던 내가 유일하게 갖고 있다고 생각했던
‘학생들을 향한 사랑’ 하나로 시작된 이곳의 여정 속에서 그 사랑만은 끝까지 지켜 내기를 간절히 기도한다. wec
글 신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