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는 것 아닌 믿음으로
(Not by sight but by faith)

by wecrun

평범하게 직장을 다니다 선교사로 헌신한 우리 부부는 2016년 12월 WEC에 허입되었다. 하지만 여전히 선교지와 파송교회가 정해지지 않았고 가지고 있던 재정도 훈련 과정을 통해 거의 다 쓴 상황에서 어린 두 딸을 바라볼 때마다 불안함이 있었다. 이전에는 늘 상황을 예상해서 계획을 세우고 기도하며 열심히 살면 됐었다. 하지만 선교사가 된 후로 이전의 방식이 아닌 믿음으로 사는 삶이 시작되었다.

우리는 선교지를 정할 때 복음이 아직 많이 전해지지 않은 곳으로 가고 싶어 아랍의 무슬림을 두고 기도하며 묻고 또 물었다. 응답은 생각보다 빨리 왔다. ‘너는 너의 고향과 친척과 아버지의 집을 떠나 내가 네게 보여 줄 땅으로 가라’(창12:1)는 말씀이었다. 그래서 우리의 계획이 아닌 주님께서 보여주시는 땅 J국이 우리가 가야 할 곳임을 깨닫게 되었다.

오랫동안 출석했던 모교회는 일반인 선교사 파송을 하지 않을 것이라는 우리의 예상과는 달리 하나님께서는 이미 모교회를 파송교회로 준비시키고 계셨다. 선교사 영입훈련 후 단 3-4개월 만에 선교지와 교회 파송이 결정되면서 우리는 정탐할 겨를도 없이 선교지로 출발했다.

2년의 언어 과정을 끝내고 사역을 놓고 기도할 때였다. 사역자의 큰 기쁨은 잃어버린 영혼들에게 복음을 나눌 때일 것이다. 우리 부부도 그랬다. 그래서 많은 현지 가정을 방문하고 잃어버린 영혼을 찾아 복음을 전하는 방식의 사역이 우리에게는 매력적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우리 가정에게 허락하신 사역은 우리의 기대와는 거리가 멀었다. 여러 경로를 통해 지역에 한국문화원을 세우는 것이 어떻겠냐는 제의를 받았다. 그 당시 우리가 거주하던 지역은 한류가 없었기 때문에 ‘이 시골에서 누가 한국문화에 관심이나 있을까?’하는 의문이 들었다. 문화원을 세우고 운영하기 위한 재정이 부족한데다가 현지 언어 보다는 한국어를 써야 하고 시간적으로 매이는 점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우리 부부는 제의가 있을 때마다 기도해 보겠다고 말하며 대답을 미뤘고 다른 사역을 계속해서 찾아보았다. 거기다 팬데믹까지 겹쳐 문화원 사역은 도저히 불가능해 보였다.

하지만 주님께서는 계속해서 이 사역에 대해 말씀하셨고 마침내 우리 부부는 주님 말씀에 순종하기로 결심했다. 지금 돌이켜보면 참 믿음이 없었다. 주님은 모든 걸 준비해 두시고 우리의 순종만을 기다리고 계셨는데 재정이 없다는 투정부터 코로나 상황에서 어떻게 센터를 여냐는 불평의 기도까지… 믿음의 첫걸음을 떼기는 했지만, 여전히 다음 걸음을 떼기 싫어서 핑계가 많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때 첫걸음을 떼지 않았으면 어떻게 되었을지 정말 아찔하다.

문화원을 열고 지금까지 하나님은 정확하게 필요를 공급해 주셨고 코로나 기간에 우리가 있는 시골 지역까지 한류가 전해지면서 이곳의 많은 젊은 친구들을 만나고 교제하며, 한국어 공부로 신뢰를 쌓은 친구들과는 비밀리에 성경말씀도 읽을 수 있었다. 우리의 믿음 없음을 여실히 알 수 있었던 시간이었고 그런 우리에게 때마다 필요를 공급해 주신 주님의 은혜가 한없이 감사하다.

지난 7년을 돌이켜보면 정말 많은 일들이 머릿속을 스쳐 간다. 지금이야 모두 지나왔기 때문에 ‘주님의 은혜였구나’ 하지만 그 상황들을 겪었을 때는 정말 나의 죄 된 본성을 모두 맛보고 실망과 절망에 빠져 무기력했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CO(선교사 영입훈련)때 읽었던 케이스 스터디를 보면서 ‘설마 이런 일이 벌어지겠어?’라고 생각했던 것들을 선교지에서 마주하고 겪어야 했다. 동역자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갈등과 그로 인한 실망감, 늘 따라오던 재정문제, 환영받지 못하는 이방인으로서 살아내야 했던 외로움, 그리고 그 땅에 계속 거주할 수 있을지 모를 비자의 어려움. 모든 것이 불확실했고 계획한 대로 흘러가지 않는 변수의 연속이었다. 하지만 지난 7년의 광야학교를 통해 깨달은 것은 ‘Not by sight but by faith!’ 즉, 눈에 보이는 상황과 이성적인 판단이 아닌 기도 가운데 주님께서 주시는 마음, 말씀에 대한 믿음으로 결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믿음의 결정은 결코 쉽지도 않고 때로는 아리송하다. 하지만 진심으로 주님의 말씀에 순종하려 하고 내 마음을 주님께 솔직히 가지고 나아갈 때 주님은 분명 우리가 알아들을 수 있는 방법으로 정확하게 말씀하신다고 확신한다. 앞으로도 말씀에 순종하며 믿음으로 나아가길 진심으로 소망한다. wec

글 고하라

You may also lik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