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 그리스도인 이야기

by wecrun

  저희 가정은 COVID-19로 ‘사회적 거리 두기’가 한참이었던, 2021년 2월 말에 키르기즈스탄으로 와서 벌써 3년 차가 되었습니다. 복음의 기회가 적고 커다란 성문처럼 굳게 닫힌 키르기즈인들이 어떻게 복음을 받아들이고 어떤 모습으로 신앙생활을 하는지, 저희가 방문하고 섬기는 교회에서의 경험을 나누려 합니다.

명철과 Understanding

  영어 성경을 읽다 보니 명철이라는 단어가 Understanding으로 번역되었더군요. 사전의 뜻풀이에 명철은 ‘세태나 사리에 밝음’이라고 합니다. 성경은 왜 이 어려운 말로 쓰였는지 궁금했는데, 초기 성경 번역에는 ‘명철’과 같은 불교 용어와 한자들이 차용되었다고 합니다. 이처럼 예수님의 십자가 복음과 하나님을 이해하기 위해 우리의 선조들은 이미 자신들이 사용하고 익숙했던 불교적 세계관과 어려운 한자들을 사용했습니다. 키르기즈스탄의 교회들도 소비에트, 이슬람, 그보다 먼저 깊이 뿌리 박혀있는 샤머니즘의 옛 세계관을 바탕으로 복음을 이해하고 설명하더군요. 그래서 크고 작은 오해가 생기기도 합니다. 이를 통해 완전하신 하나님의 세계관이 아닌, 한계를 가진 사람의 시선으로, 한국 사역자의 세계관으로 키르기즈 성도들과 교회를 보는 것에 주의를 기울여 봅니다.

예수님의 피, 포도주

  교회들을 처음 방문했던 시기의 일입니다. 최대한 외출을 자제하다가, 온 가족이 마스크를 쓰고 처음으로 러시아 침례교회를 방문했습니다. 마스크를 착용한 사람은 저희 가정뿐이었고 대부분의 현지인들은 기침을 해도 공동의 예배에 참석하는 것에 거리낌이 없었습니다. 저희가 방문한 그날, 때마침 성찬식이 있었는데 몇 개월간 집에서 저희 가정만이 예배를 드리던 중이었기 때문에 함께 예배를 드린다는 것과 성찬식이 반갑기 그지없었습니다. 그런데 성찬식 중 순간 멈칫하는 일이 생겼습니다. 포도주를 나눠주는 커다란 잔 하나로 모든 성도가 돌아가며 입을 대고마시기 때문이었습니다. 물론 입을 댄 컵의 자리를 수건으로 닦았지만, 그래도 코로나가 한창인 시기였는지라 저는 성찬식을 포기했지만, 남편은 포도주잔에 입을 대고 예수님의 피를 기념하였습니다. 남편이 코로나에 걸렸을까요? 감사하게도 아무 일 없이 지나갔습니다.
  예수님 안에 우리는 Бир туугандар(비르 뚜우간다르), 바로 한 형제와 자매이기에 포도주를 한 잔에 마실 수 있겠지요.

간증의 신앙

  방문한 교회 대부분이 예배 중에 성도가 한 사람씩 나와서 이야기를 나누며 울고 웃는 시간이 있습니다. 초반에는 저희 언어 실력이 부족해서 기도 제목을 나누는가 보다 했는데 나중에 알고보니 성령 체험이나 자신의 꿈 등에 관한 간증이더군요. 그러나 저희가 섬기는 E 교회는 간증 시간이 별도로 없습니다. 거의 1년을 교회에 참석했으나 성도들과 깊은 교제가 없음에 아쉬움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자매들에게는 피부마사지를 통해, 가정과 젊은이들은 집으로 초대해 식사를 나누며 관계를 쌓았습니다. 이들과 교제하며 어떻게 예수님을 믿게 되었는지 자연스레 물어보니 그들은 하나같이 기다렸다는 듯 생동감 넘치는 간증들을 나누었습니다. 어떤 이는 이불 속에서 구름사다리 환상을 보았고, 어떤 이는 자살을 시도하던 중 예수님이 손을 잡고 일으키시며 ‘나는 네가 필요하다’라고 직접 말씀하셨고, 또 어떤 이는 성경을 읽고 들으며 코란의 논리적이지 못한 부분이 성경에서는 완성되는 것을 경험하였고, 또 어떤 이는 자신을 전도하는 친구를 돌이키게 하기 위해 가정교회에 스파이로 침투하였다가 예수님을 영접하였습니다. 다양한 간증을 나누는 성도 중 고난과 핍박 없이 신앙생활을 하는 이는 한 명도 없었습니다. 그렇기에 이 간증들이 그들에게 되새김질 되며 힘이 되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신비한 경험만이 중요시되지 않고 참 진리 되신 예수님의 말씀이 그들에게 자리 잡히기를 간절히 기도합니다. 

글 이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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