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사회를 통해 본
유럽의 극우화와 선교적 전망

by wecrun

필자가 처음 독일에 왔을 때인 2018년 독일 사회의 중요 이슈는 환경이었다. 정치인들은 기후 위기와 그 대책에 대해 말했었다. 그러다가 코로나가 발생하고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터졌다. 지금 2024년에는 아무도 기후 위기를 말하지 않는다. 그 자리에 전쟁에 대한 공포, 에너지 가격의 상승에 대한 걱정, 경기침체에 대한 끝도 없는 이야기들만 난무할 뿐이다.

코로나 팬더믹이 막 끝나는 지점과 유럽의 전쟁이 시작되기 전에 독일 정부는 큰 변화를 겪었다. 16년 동안 집권하던 기독민주당의 시대는 메르켈과 함께 끝나고 사회민주당을 중심으로 한 소위 ‘신호등 연정’의 시대가 시작되었다. 녹색당이 포함된 연합정당의 슬로건은 “더 많은 진보를 감행하다”였다.
이처럼 독일의 정치 상황은 ‘유럽의 극우화’와는 다른 모습이었다. 적어도 2021년에는 그랬다. 그러나 전쟁과 경기침체를 경험한 2024년의 독일 사회는 급속히 변하기 시작했고 ‘독일 대안당’(AfD) 이라는 극우 중의 극우 정당이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이 당은 처음에는 인기가 없었고 위헌의 소지로 정당해산의 위기에 처해있었다. 그러나 몇 달 전 있었던 지방선거에서 독일 연정을 이끄는 사회민주당이 100년 만에 최악의 투표 결과를 기록했고, 대신 구 동독 지역을 중심으로 극우정당(AfD)이 전면에 등장하는 대이변을 낳았다. 더욱 우려스러운 점은 한 여론조사에서 20~30대의 젊은 층이 보수 또는 극우 정당을 지지한다는 것이다.

사실 이미 유럽의 다른 나라들의 극우화는 오래된 일이고 올 6월에 치러진 유럽의회 선거에서도 이전의 주류였던 중도좌파 의석은 줄고 극우 정당의 의석은 크게 늘어나는 결과를 보임으로 유럽의 극우 정당의 득세를 더욱 잘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극우 정당의 득세는 제도적 불평등으로 이어질 것이고 결국 이주자들 특히 난민을 배척하는 자국민 우선 정책으로 흐를 수밖에 없을 것이다. 평등, 자유, 박애 즉 타자를 위한 정치에서 이주자들이나 난민들에게 불이익을 줌으로써 자국민들만 살아남으려는 정치로 가고 있는 것이다.

이미 유럽의 많은 나라들이「반 이민자 정책」을 공표한 바 있다. 독일 역시 한 소도시의 ‘다양성 축제’ 중 발생한 시리아 출신 난민의 칼부림 사건을 기점으로 난민 수용 중단의 목소리가 정치권에서 나오고 있다. 몇 달 전 영국에서 일어났던 ‘사우스포트 칼부림 사건’으로 촉발된 가짜뉴스로 인한 극우들의 인종차별적 폭동이 이제는 유럽의 어느 도시에서도 일어날 수 있는 잠재적 가능성이 되어 버렸다. 프랑스의 철학자 앙리 레비의 책 ‘인간의 얼굴을 한 야만’이라는 제목처럼 아름답게 꾸민 유럽 정신의 얼굴 뒤에 숨어있던 야수성이 튀어나올까 두렵다.

유럽에서 가장 많은 난민을 받던 독일(2014, 2015년에 시리아 난민 약 100만 명, 우크라이나 전쟁이후 우크라이나 난민 역시 120만 명)에도 극우 정당이 득세하는 것을 보면서 필자는 이러한 정치적 극우화가 이제 더 가속화될 것이라고 본다. 실제로 독일에는 이러한 사회적 분위기가 만연하며 많은 난민 신청자들이 다시 그들의 본국으로 보내지고 있다는 뉴스 보도가 나오기 시작했다. 우리 공동체에 있던 T국의 한 형제도 3년간 난민 자격을 받기 위해 노력했지만 결국 받지 못하고 본국으로 강제 출국당하였다.

결국 유럽 극우화의 결과로 난민 수가 감소하고 난민에 대한 차별적인 사회 분위기가 더욱 커질 것이다. 또한 난민 사역에 대한 지역 교회의 위축과 사역자 수의 감소 등도 예상할 수 있다. 이 중에서 가장 큰 도전은 유럽의 극우화로 인해 지역 교회들이 난민 선교 혹은 이주자 사역을 더 이상 하지 않게 되는 것이다.

필자가 처음 이곳에 왔을 때 독일교회와 난민 선교 단체들이 난민들을 위해 활발하게 사역하는 것을 보았다. 불과 5, 6년 전의 일이다. 아무리 사회적 분위기가 반이민 정서 혹은 반난민 정서로 바뀐다고 할지라도 하나님께서 이곳에 와 있는 난민들을 돌볼 책임을 지역 교회들에게 주셨다는 사실은 변함이 없다고 본다. 그런데 이러한 교회의 사명과 소명을 극우화로 인해 잃어버리게 될까 염려된다.
2010년을 기점으로, 갑자기 유럽으로 들어온 수많은 무슬림 난민이 하나님께서 보내신 유럽교회의 ‘뜻밖의 선물’이 될지 아니면 ‘잃어버린 선물’이 될지, 이 시대의 도전 앞에 역사의 주인이신 하나님의 뜻이 드러나기를 간절히 기다린다. wec

글 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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