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친히 가리라

by wecrun

2026년, 한국WEC은 “내가 친히 가리라”는 약속의 말씀을 붙들고 새해를 시작했습니다. 지난 연말부터 이 말씀으로 두 번의 설교를    준비하며 묵상하는 가운데, 제 심령 깊은 곳에 울림이 있었습니다. 이 말씀에서 ‘친히’로 번역된 히브리어 ‘파나이(יַנָ ּפ)’는 ‘얼굴’을 뜻하는 원형 ‘파님(םיִנּ ָפ)’에서 파생된 단어로, 직역하면 “나의 얼굴이 너와 함께 가리라”는 의미입니다. 이는 단순한 동행을 넘어, 하나님께서 당신의 인격과 존재로 우리 곁에 머무시겠다는 강력한 임재의 선언입니다.

이 고백은 민수기 6장 25절에서 아론이 이스라엘에게 선포한 축복, 즉 ‘여호와는 그의 얼굴(파님)을 네게 비추사 은혜 베푸시기를 원하며’라는 간구와 맞닿아 있습니다. 하나님의 임재야말로 우리에게 가장 큰 은혜임을 확증해 주는 선언입니다. 우리가 이 ‘임재’의 약속에 그 어느 때보다 매달려야 하는 이유는 오늘의 세계가 전례 없는 구조적 전환기에 있기 때문입니다. 전문가들은 지금을 단순한 갈등의 시대를 넘어 여러 위기가 중첩된 ‘복합적 위기(Polycrisis)’의 시대로 규정합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장기화와 가자지구, 수단, 미얀마 등 세계 곳곳에서 계속되고 있는 군사적 충돌은 기존의 다자주의 질서를 흔들고 있습니다. 각국은 자국 우선주의를 강화하며 다극화된 혼란을 겪고 있습니다. 경제적으로는 핵심 자원을 안보 자산으로 간주하는, 이른바 ‘공급망 전쟁’이 심화되고 있고, 고물가와 고금리의 여파는 전 세계 중산층의 삶을 압박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인공지능(AI) 기술은 인간의 가치 판단과 중간 관리자 역할의 영역까지 침투하며 노동 시장의 구조를 재편하고 있습니다. 딥페이크와 알고리즘 편향은 민주주의의 근간인 ‘진실’마저 흔들고 있습니다. 기후 위기 역시 더 이상 먼 미래의 경고가 아닌, 일상의 생존을 위협하는 현실이 되었습니다.

이러한 전방위적 위기는 선교의 지형도 또한 바꾸어 놓았습니다. 세계화의 흐름 속에서 비교적 열려 있던 복음의 문들은 이제 자민족 주의와 종교 근본주의라는 빗장에 걸려 점점 닫히고 있습니다. 일부 국가는 선교를 국가 안보에 대한 위협으로 간주하며 선교사를 추방하기도 하고, NGO 활동까지 엄격히 제한하고 있습니다.
한국 교회의 상황 또한 쉽지 않습니다. 다음 세대의 신앙 이탈과 출석률 감소는 공동체의 약화와 재정적 어려움으로 이어졌고, 이는    선교 동력의 저하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특히 ‘일상에서 그리스도인으로 사는 것이 곧 선교’라는 명목하에 제자도와 선교를 모호하게 혼용하며, 땅끝까지 복음을 전해야 한다는 선교적 부르심의 부담을 내려놓으려는 경향은 우리를 더욱 가슴 아프게 합니다.

이 거센 물결 속에 우리 WEC국제선교회도 서 있습니다. 어쩌면 고집스럽게 보일지 모르지만, 성경에 뿌리 내린 WEC의 정신을 지키며 묵묵히 그 길을 걸어가고자 합니다. ‘주님의 말씀을 따라 우직하게 걷는 삶’이야말로 여호와의 임재를 가장 깊이 경험하는 길임을 믿기 때문입니다. 그분의 얼굴을 붙들고 가는 길만이 이 혼란한 시대 속에서 가장 안전한 길임을 알기에, 화려한 전략이나 자극적인 구호보다 하나님의 얼굴을 구하며 각자의 자리에서 충실히 서 있는 영성을 회복하고자 합니다.

골방에서 기도로 이 모든 사역을 뒷받침하는 기도의 용사들,
군림하는 권한이 아닌 섬기는 권위로 기쁨을 다하는 이사장과 이사들,
각 지부에서 외로이 헌신하며 자리를 지키는 사역자들,
국내의 이주민들을 주님의 마음으로 섬기는 사역자들,
비좁은 사무실에서 퇴근 시간도 잊은 채 헌신하는 본부 사역자들,
그리고 선교 현장에서 영혼을 붙들고 눈물로 씨름하는 현장 사역자들

우리의 묵묵한 걸음은 “친히 가리라” 하신 주님의 약속을 신뢰하는    기쁨의 표현입니다. 변함없이 우리와 동행하시는 주님의 임재를 따라 2026년 한 해도 담대히 나아가기를 소망합니다. wec

글 마성민, 김선희 (한국WEC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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