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내 안에 들어온 하나님의 꿈! 아프리카를 품고 기도하던 그 꿈이 실제가 되고, 주님의 손에 붙들린 도구로 쓰임 받기까지 하나님께서 얼마나 많이 인내하셨는지 돌이켜보면 모든 순간이 은혜였고 감사일 뿐이다. 하나님께서는 아무 준비도 없이 허점투성이였던 모지리 같은 죄인을 아프리카 땅 선교의 자리로 이끄셨다.
이제야 고백컨데, 어쩌면 하나님께서는 선교지의 영혼들보다도 나 자신을 바꾸시기 위해, 나를 사랑하심을 알게 하시기 위해 나를 그 자리에 두셨다는 마음이 든다. 하나님은 참 신실하시다. 2004년 처음 아프리카 케냐에 견습선교사로 떠날 때 하나님께서 갈라디아서 2장 20절 말씀을 마음에 주셨다. 그 말씀은 결혼 후 기니비사우로 장기 선교를 떠날 때 부부에게 주신 말씀이 되었고, 지금은 아이들과 함께 받은 가정의 말씀이 되었다.
처음에는 ‘내 안의 옛사람, 나는 죽고 오직 그리스도만이 내 안에 살아 계시고 내 삶의 주인이시다’ 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선교지에서 실수하고 부딪히고 아파하면서 알게 되었다. ‘내 안에 여전히 내가 살아 주인 노릇 하고 있구나!’ 내 생각과 고집으로 채워진 마음은 가시가 되어 나를 찔렀다.
주님의 마음으로 사랑하러 왔으면서도 일에만 몰두하던 모습, 사랑해야 할 사람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보다는 내가 원하는 사람으로 바꾸려는 모습, 작은 잘못도 용서하지 못하고 내 기준에 맞춰 판단하고 정죄하기에 바쁜 모습… 내가 고백했던‘내 안에 사시는 그리스도’는 어디로 가셨을까? 내가 주인 되어 너무도 열심을 내고 있었다. 내가 주인 되어 사는 삶은 쓰디썼다.
기니비사우 사람들의 삶의 환경은 참 힘들다. 빈번한 쿠데타와 가난, 물과 전기의 부족, 국가가 제공해 주는 변변한 삶의 편리도 없다. 없어도 참 없고, 척박해도 너무 척박해서 힘이 들지만, 그들은 정이 많고 참 따뜻하다. 자연이 내어 주는 것으로 함께 살아가며, 아프리카 특유의 낙천적인 여유를 갖고 있다. 온 가족이 한 양푼에 손을 넣어 함께 먹고, 갈 곳 없는 사돈에 팔촌까지도 끌어안고 커다란 가족 공동체로 살아가는 사람들의 왁자지껄 소리에 눈물이 난다.
이들은 우리 같은 외국인에게도 한없는 정을 베푼다. 우리는 어디를 가나 관심과 환대를 받는다. 이들과 함께 섞여 살아가다 보면 어느새 특별한 사람이 된 듯한 착각에 빠지기도 한다. 안식년을 보내며 콘투보엘 마을 사람들을 곰곰이 떠올리면 미안한 마음이 든다. 이들은 나를 이웃으로 생각했는데, 나는 그들을 사역의 대상자로만 바라본 것은 아닐까? 이들은 나와 더 가까운 친구가 되고 싶었는데, 나는 경계하고 거리를 두지는 않았는가? 그곳에 있을 때는 힘들어서 보지 못했던 것들이 이제 와 느껴진다.
첫 해 10개월 만에 인고레로 이사 오자마자 말라리아로 쓰러져 병원에 실려 갔을 때, 인고레교회 교인들이 병원에 찾아와 비썩 마른 한국인을 동정 어린 눈빛으로 걱정하며 기도해 준 기억이 있다. 깜피아니 깊은 숲길에서 차가 모래 웅덩이에 빠져 헛돌 때에도 알지도 못하는 무슬림 노인과 젊은이들이 몰려와 모래를 뒤집어쓰며 차를 밀어주었다.
콘투보엘 집에서 말라리아로 일어나지도 못하고 죽을 것만 같을 때, 간호사 살리푸는 나를 위해 얼마나 수고했는지 모른다. 우기철 멀리 쌈바꿀 마을로 사역 가는 길에 습지를 만날 때면, 동행하던 청년들이 물웅덩이를 맨발로 뛰어다니며 바닥을 확인하고 차가 지나갈 길과 바퀴가 빠질 길을 일일이 확인해 주었다. 길에서 고장으로 멈춰 선 차를 함께 밀어주던 그 많은 사건은 말해 무엇하랴.
나는 내가 그들을 섬기고 돕는다며 생각했을지 모른다. 내가 그들에게 무언가 가르치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며 우쭐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들 도움 없이는 그 땅에서 살아가기조차 어려웠다. 그들이 나를 받아주지 않았다면 나는 그 척박함을 버텨 내지 못했을 것이다.
나는 선교사다. 부르심을 받았고 보냄을 받은 선교사다. 기니비사우에서 어느새 14년이 흘렀다. 5살 딸아이는 기니비사우 사랑을 받으며 훌쩍 자라 대학생이 되었다. 고린도전서 13장의 말씀을 생각한다. ‘사랑은 오래 참고, 사랑은 온유하며…’ 사랑하는 선교사로 살아가고 싶다. 그리스도께서 내 안에 계시기에, 주님이 나를 위해 그러하셨듯이 아낌없이 사랑하고 내어 주는 선교사가 되고 싶다. wec
글 아모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