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전 처음 이 땅에 도착한 날이 아직도 생생하다. 자정이 넘은 시간이지만 무더위와 높은 습도, 복잡한 도로와 소음에 놀라 정신이 없었다. 숙소에 도착한 이후에도 밖에서 들리는 소음에 잠들기 어려웠던 나를 새벽부터 반기는 작은 생명체들이 있었다. 바로 개미들. 일어나 개미를 잡으며 “개미야 물러가라!”라는외침이 이내 ‘개미만큼도 안되는’ 믿음 없는 저를 불쌍히 여겨달라는 깊은 기도로 바뀌었다. 간절한 기도는그 이후로도 어려움을 만날 때마다 반복되었다. Have mercy on me!
이곳은 아열대 몬순 기후로 일 년에 6개의 계절이 있다. 하지만 실제 느끼기에는 무더운 여름 3개월, 비가 오는 더운 우기 3개월, 다시 무더운 여름 3개월, 선선한 겨울 3개월 정도다. 땀이 많은 나는 겨울을 제외하고 늘 손수건을 들고 다녀야 하기에 일 년 내내 선선한 겨울을 엄청 기다린다. 한국을 비롯해 세계 곳곳이 이상기후와 지구 온난화로 점점 뜨거워져 이곳의 기후에 대해 크게 불평할 수는 없을 것 같지만, 더위와 함께 늘 긴장을 주는 것은 다양한 벌레들이다. 특히 센터에 옴 환자들이 다녀가면 괜히 피부가 가려운 것 같다. 얼마 전에는 손등에 올라온 발진이 혹 옴이 아닐까 싶어 일주일간 열심히 치료제를 바르고 빨래를 하며 동일한 기도를 주님께 올려드렸다. Have mercy on me!
차츰 기후나 벌레 같은 환경은 서서히 적응되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커지는 소망은 내 마음과 눈이 새롭게 되는 것이다. 다른 이슬람 국가들처럼 자유롭게 복음을 전할 수 없는 이 땅에서 계속 믿음이 작아지는 나를 발견한다. 이 나라에 온 지 3개월여 만에 주님을 믿는 이가 거의 없는 남쪽 지역으로 팀이 이동했을 때에도 가장 큰 문제는 나의 믿음 없음이었다. 감사하게 새로운 지역에서 맨땅에 헤딩하는 것 같던 우리는 언어를 배우고 NGO 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되었다. 그러나 많은 은혜와 기적을 경험하면서도 새로운 어려움이 생길 때마다 불평하던 이스라엘 백성처럼 믿음의 눈으로 보지 못하는 나를 발견했다. 어려움 속에서 흔들리는 우리 팀을 위해 매일 밤 드린 깊은 간구는 ‘작고 나약한 우리 팀을 불쌍히 여겨 주시옵소서’였다. Have mercy on us!
그 주님의 자비하심으로 많은 도움의 손길을 경험했고, 신실한 중보와 후원이 매일 도망가고 싶었던 나를 여전히 이곳에 머물게 했다. 한계와 부족함에 좌절하는 나에게, 그리고 함께 이곳에 부르신 이를 믿고 계속 씨름하는 팀에게 오늘도 주님의 자비가 흘러오고 있다. 이제 그 자비를 구하는 대상이 더 확대되고 있음에 감사하다. ‘과연 주님께 돌아오는 영혼을 만나게 될까?’ ‘이곳에 주님의 부흥이 일어날까?’ 이러한 질문이 올라올 때마다, 주님이 이 땅의 영혼들을 불쌍히 여기시기를 간구한다. 아랍어를 알지 못해 경전을 암송할 뿐 그 의미를 잘 모르는 이들, 힌두교와 샤머니즘의 영향 아래 혼합된 종교를 따르면서도 강경하게 무슬림을 믿는 이들을 불쌍히 여기소서. 정치적 불안정과 경제적 어려움, 무지와 가난, 자연재해, 부정과 부패로 고통당하는 이 땅에 주님의 자비를 부어 주소서. 견고한 진을 파하시며 주님께 돌아오는 부흥의 날이 속히 오게 하소서. Have mercy on them!
‘믿음은, 우리가 바라는 것을 굳게 믿는 것이며, 비록 눈으로는 볼 수 없는 것들이라도 실제로 존재한다는 것을 분명히 아는 것입니다.’ 하반기 이 지역에 홀로 있지만 지치지 않고 매일 주님과 동행할 수 있도록, 나에게 개미만큼의 믿음이 생기도록, 비록 지금 눈에 볼 수 없으나 주님이 보시는 것을 함께 보며 주님이 바라시는 것을 함께 바라며 다시 힘을 내어 달려가는 팀이 되도록, 그리고 이 땅에 주님의 백성으로 새로워지는 영혼들이 일어나도록. 오늘 밤 나의 기도는 여전히 이것뿐이다. Have mercy on me! Have mercy on us! Have mercy on them! wec
글 박예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