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부터 시작한 영국 사역을 마무리하면서, 지난 시간 함께하셨던 하나님의 동행하심을 돌아본다. 모든 것이 은혜였다.
숨 쉬는 모든 순간마다 하나님은 당신의 놀라운 능력을 나에게 드러내셨다. 그 시간이 인내, 아픔, 그리고 도전의 시간일 때도 있었지만, 매 순간이 그분으로 인해 충만했었다. 영국에서의 처음 5년은 나와의 씨름이었다. “하나님, 왜 열매가 없을까요? 이렇게 열심히 하는데 제가 당신의 음성을 잘못 들은 걸까요? 무엇이 부족한가요?” 등의 수없는 질문이 있었다. 그러나 주님은 잠잠하셨다.
실패감을 안고 안식년을 갖게 됐을 때, 하나님께서는 창세기 28장 11–22절 야곱의 벧엘 환상을 통해 영국에서 무슬림 비율이
가장 높은 도시, 브래드포드로 나를 이끄셨다. 그곳은 영적으로 너무 척박한 곳이었다. 도시 인구의 약 25%가 무슬림으로,
영국에서 가장 빠르게 이슬람화가 진행되는 지역이었다. 남아시아, 중동, 아프리카 등지에서 이주해온 무슬림들이 밀집해 있었고,
그들을 대상으로 사역하는 선교 단체도 많지 않았다. 영국인들이 떠난 도심과 근교는 90% 이상 무슬림으로 가득했고,
하나님은 바로 그곳에서 야곱처럼 단을 쌓고 예배하기를 원하셨다. 처음에 팀도 없이 한국인 여성 싱글이 새로운 지역을 개척한다는
소식에 영국 내 여러 사역자들은 우려의 뜻을 보였다. 그러나 “하나님께서 열어 주신 문은 닫을 자가 없고, 닫으신 문은 열 자가 없다”
라는 확신이 있었기에 영국WEC 대표와 미팅을 가졌고, 하나님은 문을 여셨다.
감사하게 2016년부터 지역 교회와 함께 동역하게 되었다.
사역은 시리아에서 온 난민 무슬림 여성과 윗집에 살던 이라크 여성과의 만남을 통해 시작되었다.
하나님께서는 이 만남을 통해 나에게 아랍어권 사역의 문을 여셨다. 또한 2018년에는 교회를 찾아온 이란인 세 사람을 계기로
페르시아어권 사역의 문이 열리기도 했다. 영어조차 서툰 나에게 하나님은 때마다 아랍어권과 페르시아어권에서 온 이들을 통역자로 붙여 주시며 사역을 이어가게 하셨다. 그들의 자녀들 또한 교회 주일학교와 주 중 키즈클럽에 참여하여 복음을 들을 수 있도록
인도하셨다. 우리 집 거실에서 시작된 성경 모임은 점점 커져, 교회가 운영하는 커뮤니티센터로 옮겨졌고, 이후에는 교회 라운지를
사용해 모임을 이어가게 되었다. 매주 아랍어, 페르시아어 성경 공부가 주 3회 열렸고, MBB(무슬림 배경 그리스도인)들을 위한
전도 훈련까지 더해지면서 몸은 지치기도 했지만, 나의 영혼은 늘 행복했다. 평생 무슬림으로 살아온 이들이 주님을 만나 죽음에서
생명으로 옮겨지고, 절망 가운데 있던 이들이 소망을 발견하며 주님 안에서 기뻐하고 동행하는 모습을 보는 것은 선교사로서의
가장 큰 보람이자, 내가 영국 땅에 있어야 할 이유이기도 했다. 낯선 이국에서 그들은 외롭고 지친 영혼들이었기에,
나는 그들을 품고자 노력했다. 그들의 아픔을 함께 느끼며, 주님의 마음으로 끌어안으려 했다. 때로는 상처와 실망, 배신도 겪었지만,
그것 또한 하나님께서 나에게 허락하신 훈련이라 믿었다. 그 시간들을 통해 사람에게가 아니라 하나님께 집중하게 되었고,
오직 주의 말씀이 그들 안에 뿌리내리길 간절히 소망했다. 왜냐하면 “하나님의 말씀은 살아 있고 운동력이 있어 좌우에
날선 어떤 검보다도 예리하여… 마음의 생각과 뜻을 감찰하나니”(히 4:12)라는 말씀처럼, 말씀만이 한 영혼을 변화시키는
능력임을 확신했기 때문이다. 돌아보면 참으로 많은 무슬림들이 내 인생에 머물다 갔다.
그들은 나의 친구였고, 가족이었으며, 사역의 동역자였고, 하나님의 나라에 맺힌 귀한 열매들이었다.
나는 지난 20여 년 동안 쉼 없이 선교 현장에서 살아왔다. 언제나 그곳이 내 집처럼 느껴졌고, 마땅히 그곳에 있어야 할 것 같았다.
그러나 이제 하나님께서 발걸음을 새로운 곳으로 옮기고 계심을 본다. 젊었을 때는 ‘어디에서 사역하느냐’가 중요했지만,
지난 시간을 통해 이제는 ‘주님이 이끄시는 곳에서, 주님이 맡기신 일을 감당하는 것’ 이 중요하다는 것을 배우게 되었다.
새로운 시작은 언제나 두렵고 떨린다. 그러나 하나님의 마음이 머무는 곳, 그곳이 바로 나에게는 선교지이다. wec
글 김은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