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적 전쟁 사단의 전략

by wecrun

보통 장기 사역자가 선교지에 도착하면 먼저 하는 일이 의식주와 거주증을 해결하는 정착과 관련된 일이다. 필자의 가족도 도착 후에 2개월간은 동료 사역자의 집에 임시로 거주하며 새로운 삶을 시작하기 위한 준비를 했다. 가구와 전자제품 그리고 생활 도구들을 구입하는데 긴 시간이 걸리기 마련인데, 마침 본국으로 돌아가는 가정이 있어 그들의 물품을 한꺼번에 구입할 수 있게 되었다. 이사 당일 우리는 일상에 필요한 물건까지도 함께 챙겨 받게 되어 즐거운 마음으로 이삿짐을 가지고 왔다. 하지만 그 이삿짐을 풀어 정리하면서 충격과 슬픔에 빠지게 되었다. 거기에는 파송장, 간증문, 후원자들의 편지 등등 그들의 모든 것이 함께 따라왔다. 그 상황이 심상치 않아서 수소문해 보니 그들은 정착 2년만에 별거를 결정하고 본국으로 철수했다고 한다. 마치 전사한 동료의 피 묻은 총을 들고 싸움을 시작하는 것 같은 아픈 감정이 일어났다. 이 일은 한동안 나의 마음을 어렵게 했었다. 그리고 1년 정도 그들의 가정을 위해 계속 기도했었다. 부부관계가 무너지면 사역은커녕 가정의 일상적인 삶도 어렵다는 것을 내게 가르쳐 주시는 것 같았다. 부부 사이가 망가지는 것은 홍수가 휩쓸고 지나간 후에 아무것도 남지 않는 집터와 같이 느껴졌다. 사단은 이것을 잘 알기에 틈만 나면 부부 사이를 공격해 온다.

자녀들을 통한 사단의 공격은 말할 것도 없다. 지금도 자녀들이 현지 학교에 적응하지 못하고 힘들어하거나 현지 사정상 제대로 된 교육을 받을 수 없어서 타국으로 유학을 보내고 따로 살 수밖에 없는 부모들의 마음 아픈 이야기를 듣고 있다. 자녀들의 현지 부적응은 사역지에서의 철수로 이어지기도 한다. 우리 팀의 몇몇 가정도 자녀 문제로 본국으로 돌아가야만 했었다. 그렇게 우리의 가까운 동료가 현장을 떠나는 것을 보았다. 그것도 많이. 떠나는 이들을 지켜보는 것도 마음을 흔드는 일이었다. 그리고 사역자 자녀들 중에 성인이 되어서도 상처로 인해 아파하며 살아가고 있다는 이야기도 전해 듣는다. 이런 어려움 가운데서도 선교의 영웅 윌리엄 캐리가 했던 것처럼 쟁기를 잡은 자로서 뒤를 보지 않고 용감하게 달려가기를 꿈꾸지만, 현실은 그렇게 만만하지 않다. 자녀들의 문제는 많은 부모들에게 그렇듯이 아픈 것은 날 것 그대로 아픈 것이다. 그렇게 마음의 어려움을 안고 선교의 길을 걸어간다. 때로는 이런 아픔이 사역자들의 마음을 위축되게 하고 앞으로 달려가기를 주저하게 만든다. 이 과정에서 어떤 이는 용감하게 승리하여 문제를 해결하기도 하고, 다른 이는 발이 걸려 넘어지기도 한다. 지금도 많은 사역자들이 자녀들을 통해 공격받고 있으며 그 아픔 속에서 주님을 신뢰하며 전진하고 있다.

동성애에 빠져 있었던 삶을 떠나 예수를 믿고 제자 양육을 받던 20대 초반의 청년 제자가 있었다. 그가 여름 기간에 아르바이트를 위해 타도시로 갔다가 그곳에서 죄의 유혹에 빠져 다시 동성애자의 생활로 돌아가 연락을 끊었다. 이일로 인해 한동안 허탈감에 빠졌었다. 특별히 시간을 내서 따로 만나고 말씀과 전도를 가르치고 힘을 쏟았던 친구였기에 마음이 더 힘들었다. 그가 떠난 것이 나의 잘못인 것 같았고, 더 챙겼어야 했나 자책하기도 했었다. 그 난 자리로 인한 마음의 허전함에 사단의 공격이 계속되었고, 결국 낙담하고 자책하며 우울감에 빠져들게 되었다. 현지 제자들을 겨냥한 사단의 공격은 그들의 숫자만큼 더 흔하게 사역자들에게 찾아온다.

지난 15년간 사역자들의 가정과 사역 가운데 일어나는 영적 전쟁을 보았고, 필자 역시 그 전쟁을 피할 수 없었다. 사단과 그의 졸개들은 참 집요하다. 이들은 잠도 없다. 쉼 없는 사단의 공격이 지겹고 힘들기도 했었는데, 지금 돌아보면 이 길을 걷게 하신 하나님께서 졸지도 주무시지도 않고 우리를 보전하시고 붙들어 주셔서 여기까지 오게 하신 것에 감사하지 않을 수 없다. 영적 전쟁이 치열한 전쟁터에 선교사로 부름받은 이상 피할 수 없지 않은가? 잠시 넘어지고 물러설 수 있지만 다시 주님과 일어서서 견디며 이 길을 걷다 보면, 우리는 성장하고 하나님의 나라는 확장될 것이다. wec

글 새하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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