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관에서 부르는 소리가 들린다. “아짠(선생님), 아짠(선생님)” 우리 부부가 커뮤니티 학습 센터가 있는 H 마을로 이사를 온 며칠 뒤부터 우리 집 현관문에 동네 아이들이 찾아오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그러려니 했는데 이 녀석들의 호기심에 가득한 눈빛은 무엇인가 말하고 있는 것 같았다. 외국인인 우리에 대해 몹시 궁금한 듯 보였다. 우리 집에 오고 싶어하고 우리와 말하고 싶어 했다. 남편은 커뮤니티 학습센터에서 매니저로, 근처 초등학교의 영어교사로 일했고, 나는 커뮤니티 학습센터의 영어교사로 일하고 있다. 주중에 일을 하기 때문에 집에 오면 편히 쉬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 현관문에 서서 부르는 아이들 때문에 다시 간단히 옷을 차려입고 나갔다. “우리 집에 왜 왔니?”라고 묻자, 아이들은 그냥 배시시 웃었다.수줍어하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런데 문을 열어주니 조심스레 우리 집 마당으로 들어왔다. 이렇게 찾아온 아이들과 소소한 이야기를 나누고 간단하게 간식을 먹고 돌려보내기를 몇 번 했다. 동네 아이들은 내가 피곤해서 쉬고 있는 시간에도 찾아오고 아침 일찍 찾아오기도 했다.
계속해서 찾아오는 아이들을 보면서 하나님께 기도드렸다. “하나님 제가 이 아이들에게 무엇을 하길 원하시나요?” “그 아이들을 환대하고 섬겨라.” 라는 감동을 주셨다. 그 순간 마음의 결심이 섰다. “그래, 이 아이들과 함께 이야기를 만들어 가보자.” 아무런 준비된 것이 없었지만 아이들이 오는 것을 맞이하기 시작했다. 아이들에게 무엇을 하고 싶은지 물어보니 영어, 미술, 놀이 등으로 좁혀졌다. 정보검색을 통해 기초영어교재를 찾아보고 컬러링 재료를 출력했다. 색종이 만들기도 공부했다. 처음에는 일주일에 1회 정도로 예상했는데 아이들이 다른 요일에도 찾아오기 시작했다. 그래서 센터에서 수업이 없는 요일을 정해서 주 3회로 아이들을 오게 했다. 아이들은 우리 집에서 1시간 정도 놀이 겸 공부를 하고 간단하게 토스트를 먹고 집으로 돌아간다.
어느 날은 태블릿 기기를 통해 영어로 된 어린이 찬양을 들려주었다. 안무가 곁들인 어린이 찬양 영상을 보던 아이들은 어렵지 않았는지 따라서 춤추기 시작했다. 비록 아이들이 가사의 내용은 모르지만 이렇게라도 찬양을 접할 수 있다는 것이 마음에 들었다. 영어를 가르치고, 그림을 그리고 혹은 게임을 하면서 아이들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눈다. “가족은 몇 명이니? 부모님은 뭐 하시니?” 의외로 가족 중에 부모님과 함께 살지 않는 아이들이 많이 있었다. 부모님이 돈을 벌러 태국으로 간 아이들도 있고, 이혼한 가정도 있고, 친척 집에 사는 아이들도 있었다. 아이들의 상황을 다 이해할 수 없지만 부모의 돌봄이 없이 산다는 것 자체가 마음이 아팠다. 가장 부모의 돌봄이 필요한 시기인데 말이다.
라오스 초등학교는 예능 수업이 없다. 아이들은 그림을 그리고 만들기를 하는 것을 잘 모른다. 어느 날은 아이들이 그림 그리기를 다 마친 후 토스트를 먹고 있는데, 한 아이가 왔다. ‘위락껀’이라는 10세 정도의 남자아이다. 그림을 그리고 싶다고 했다. 컬러링 용지를 주니 다른 아이들이 토스트를 먹고 있는데도 아랑곳하지 않고 열심히 색칠을 했다. 정해진 시간이 되어 집에 가야 한다고 하니, 집에 갖고 가서 나머지를 하겠다고 말했다. 이렇게 아이들의 다양한 필요와 마주할 때면 어떻게 도움을 줄 수 있을까 많은 고민을 한다. “과연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 스스로에게 물어본다. 내가 아이들의 환경을 바꿀 수 없다. 그들의 결핍을 다 채워줄 수도 없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찾아온 아이들을 따스하게 맞이하고 격려하고 놀아주고 간식을 주는 것뿐이다.
아이들의 상황을 보며 기도한다. 이것을 위해 나를 이 땅에 부르셨음을 고백한다. 그들의 이름을 기억하고 아버지께 아뢰기를 원하신다. 또한 그들의 마음에 거름을 주고 가꾸어 좋은 밭이 되도록 귀경하라 하신다. 아이들 한 명 한 명 모두 아버지의 형상으로 지어진 존재이기에 귀하게 여기고 섬기라고 내게 말씀하신다. “좋은 땅에 뿌려졌다는 것은 말씀을 듣고 깨닫는 자니 결실하여어떤 것은 백 배, 어떤 것은 육십 배, 어떤 것은 삼십 배가 되느니라 하시더라(마태복음 13:23)” 말씀처럼 아이들의 마음이 좋은 밭이 되기를 그래서 아버지의 때에 생명의 주님을 나눌 때 깨닫고 믿기를 소망한다. 우리가 매일 맺어가는 관계를 통해서 예수 그리스도의 생수가 이들의 마음 밭에 흘러 좋은 밭으로 바뀌어 가기를 기도한다. ‘세상 모두 사랑없어 냉랭함을 아느냐…… 아이들도 소리 질러 사랑받기 원하네’ 찬송가의 가사가 떠오른다. 아이들이 내게 찾아오는 이유가 아닐까! ‘우리 집에 왜 왔니?’라고 묻던 내가 이제는 말한다. “얘들아 우리 집에 놀러 올래?”
글 쿠왐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