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랍의 땅 현지 그리스도인 이야기

by wecrun

아랍 문화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차와 커피다. 어느
곳을 가든지 차와 커피를 마실 수 있다. 소소한 일이지
만 중요한 일상 중의 하나다. 현지의 가정을 방문할 때
마다 설탕을 듬뿍 넣은 달달한 홍차와 독특한 향이 추
가된 아랍식 커피를 대접받는다. 이곳에서 차나 커피
는 음료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함께 차를 마신다는 것
은 특별히 사람을 좋아하고, 대접하기를 좋아하는 아랍
문화에서 시간을 함께 보내고, 서로의 삶을 이야기하며
친구가 되어 가는 것을 의미한다.

나에게도 이렇게 차를 함께 마시며 교제하는 가족 같은
Y국 가정이 있다. 선배 선교사님의 소개로 2021년 3
월에 이 가정을 만났다. 아버지는 믿음이 있고, 부인과
자녀들은 아직 무슬림인 가족인데 만나서 교제하면 좋
을 것 같다며 소개해 주신 가정이다.

참 놀랍고, 감사한 것은 이 가정을 만나러 가기 전날,
기도 가운데 하나님께서 심령 가운데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기쁨을 부어 주셨고, 나는 무엇인지는 모르지만
기대하는 마음으로 그 가정을 방문했다. 

그 가정의 아버지가 가족들을 소개해 줄 때 나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왜냐하면 일 년 전 거리에서 만나 인사하며 이야기를 주고받았던 16세 소녀가 그분의 딸이었기 때문이다. 급히 학원을 가고 있던 나에게 “한국에서 왔어요?”라며 다가와 “안녕하세요, 나는 한국을 좋아합니다”, “방탄소년단을 아세요?”라며 서툰 한국말로 물어봤던 소녀였다. 이곳의 청소년들은 한국의 음악과 드라마를 좋아해서 가끔 길에서 “안녕하세요” 라며 한국말로 인사하는 아이들을 만날 수 있다. 그때서야 나는 전날 하나님께서 마음속에 주신 기쁨이 무엇인지 확신할 수 있었고, 하나님께서 이 가정과의 만남을 예비하셨다는 것을 깨달았다.

또한 우리의 인간적인 노력이 아닌 하나님께서 예비하신 만남 속에 있을 때 기쁨과 평강이 있다는 것을 이 가정과의 만남을 지속하면서 느끼게 된다. 서툰 아랍어로 인해 늘 제약이 많지만, 만나서 함께 식사하고, 차를 마시면서 서로의 안부와 가족들의 안부를 묻는다. 이제는 제법 마음속의 느낌과 생각들도 말로 표현하며 지난 삶을 나누기도 한다. 새로운 땅에서 자매 같
이, 조카들 같이 정을 나눌 수 있으니 큰 위로가 되는 가정이다.
사실 예수님의 사랑을 더 많이 보여주고, 나눠줘야 하는데, 되돌아보면 받은 사랑이 더 많아 송구스럽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족한 입술을 통해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그들을 축복하고, 기도하게 하시는 주님께 감사와 찬양을 올려드린다.

이 가정이 작년 12월 힘든 상황에 놓였었다. 아버지가 가스로 인해 얼굴과 팔에 화상을 크게 입으면서 심장에도 충격이 갔는지 혈관이 막혀 위급하게 시술을 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수술비용이 한국 돈으로 300만원 정도인데 자신의 전재산이 10여만원 정도여서 어찌할 바를 몰라 2살된 어린 아들을 바라보며 방에서 하염없이 눈물만 흘리고 있을 때, 예수님이 다가와 안아 주셨다고 한다. 그리고 그 이후 사람들의 도움으로 수술의 길이 열렸다.

작년 크리스마스를 이 가정과 함께 보냈는데, 이 간증을 하면서 그 아버지 얼굴에 전에 보지 못했던 예수님을 만난 자의 기쁨이 흘러나오는 것을 보았고, 이 가정 가운데 일하시는 하나님의 손길을 느낄 수 있었다.

중동 땅은 거칠고 메마르다. 사막에서 불어오는 먼지 바람과 한여름의 뜨거움, 광야와 사막…그러나 하나님의 시선이 머무는 곳, 그곳에 가면 하나님께서 예비하신 영혼들이 있다. 그리고 하나님께서 베풀어 주시는 아침이슬을 머금고 새생명으로 피어나기 위해 준비되고 있는 영혼들을 만날 수 있어 감사하다.

나는 내일도 그들을 만나러 간다. 달달한 차와 함께 나눌 시간들을 기대하며…. 

 

글 은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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