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그리고 온전한 복음

by wecrun

2021년 가을, 오랜 기다림 끝에 Boaz’s Lunch(보아스의 런치) 레스토랑을 오픈했다. 선교적 사업(Missional Business or Business As Mission)에 대해 종종 주변 선교사들과 크리스천 교민들에게 나눌 때면 대부분 고개를 끄덕이며 “삶을 통해 복음을 전하는 것 중요하죠” 라고 이해하는 모습을 보게 된다. 이 사실을 부인하는 그리스도인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진정 복음적 삶을 산다는 것은 어떤 것인가? 막연히 내 열심으로 정직하게, 성실하게 살아가면 되는 것인가? 왜 우리는 삶으로 복음을 전하는 것과 말로 전하는 복음이 다른 것처럼 살아가고 있는가? 과거에는 삶으로 복음을 전한다는 것은 무조건적인 하나님의 사랑을 희생적으로 사람들에게 베풀며 원수를 사랑하는 것, 내 이웃을 내 몸과 같이 사랑하라는 계명에 순종하는 삶으로 받아들여졌었다. 그만큼 경제적으로 어려웠고 다 함께 힘들었기 때문에 교회 공동체가 세상에 따뜻한 사랑을 베풀 때, 사람들은 성령의 일하심으로 주님께 인도되었다. 그렇다면 주님을 위해 희생적인 삶을 살아가야 하는 믿음과 정신은 변치 않도록 지키되, 적어도 우리 세대는 이제 이전의 복음적 삶에 대한 보다 구체적인 대안을 가진 사람들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매일 치열하게 일하며 먹고 자는 것이 일상이 되어버린 이 바쁜 세상에서, 포스트모더니즘이 모든 영역에 이미 깊숙이 자리잡은 지금 우리 자신의 복음을 지켜내며 세상 속으로 영향을 끼치는 그리스도인의 삶이란 무엇일까?

나는 감사하게도 처음 이 일을 준비할 때 선교지에서 어떤 사역을 하면 좋을까 고민하지 않았다. 삶으로 복음을 전하는 것은 적어도 우리가 하는 사역의 형태에 얽매여서는 안 된다고 믿기 때문이었다. 또한 선교적 비즈니스가 선교를 위한 도구 또는 효과적인 선교 전략처럼 포장되어서도 안 되는 이유이다. 비자를 얻기 위한 플랫폼이 되는 것도, 선교사역을 더 잘하기 위해 필요한 재정적 자립을 위해서도 아니다. 

이렇게 계속 고민하며 차근차근 사업 준비를 오랜 기간 동안 해왔다. (이 기간은 노아가 방주를 짓기 시작한 것이 얼마나 힘들고 외로웠는지 솔직히 난생 처음 공감하고 이해하게 된 시간이기도 했다.) 예수님은 공생애 기간 동안 자신의 일상에서 다른 이유가 아닌 오직 복음을 전하시고자 기적을 행하셨다. 주님은 그의 육신의 삶에서 자신의 성장배경과 문화속에서 길러진 생각과 고집, 좁은 시야 때문에 하나님께서 요구하신 사명, 즉 선교의 목적과 수단이 바뀌지 않도록 부단히 노력하신 흔적들이 성경 곳곳에 나온다. 주님은 한적한 곳에서 하나님과의 교제에 힘쓰며 자신의 사명이 무엇인지 날마다 점검하고 하나님의 뜻에 따라 순종하는 삶을 사셨다. 나는 하나님께서 내게 이것이 선교적 비즈니스의 핵심이라고 알려주셨다고 믿는다. 기업을 운영함에 있어 주어진 하나님 나라의 미션이 무엇인지를 날마다 점검하고 하나님의 뜻에 따라 의도적으로 복음을 살아 내기 위해 노력하고 실천하는 것을 나는 삶으로 복음을 전하는 것이라 확신한다. 비즈니스는 이윤을 창출하고 그 이윤을 재투자하여 함께 일하는 직원과 이웃 그리고 그 기업이 속한 사회가 돌아가게끔 한다. 여기에는 무궁무진한 하나님 나라의 역동성이 존재한다. 비즈니스를 선교의 수단으로 삼지 않고, 온전히 하나님 형상의 회복을 위해 일을 한다면 하나님께서는 부족한 우리의 기업활동을 통해 고객, 거래처, 직원, 지역사회와 정부, 마을 이웃들의 회복을 이루실 것을 믿는다.

우리는 현재 3명의 직원과 함께 일하고 있으며 더 많은 직원이 필요하다. 주방일도, 카운터와 홀 업무도 아무리 보여주고 가르쳐도 아직 서툴지만 매일 다양한 손님을 만나고 요리와 청소를 배우며 재정을 다루면서 나는 서로가 매우 다른 세계관을 가지고 있으며 서로 충돌하는 것을 보게 된다. 내가 옳다고 여기는 것을 주입하는 것이 아니라, 왜 이 사람은 이런 방식으로 일하는지, 왜 그렇게 생각하고 행동하는지를 매일 관찰하고 연구한다. 여기에 바로 복음적 삶의 접점들이 있다. 

우리의 눈에 보이지 않지만 세상은 무수히 많은 영역에서 하나님 나라의 뜻과 방식이 아닌, 선하지 않은 악한 가치관들과 부딪히는 치열한 영적전투의 현장이다. 버는 만큼 세금을 내는 것을 왜 주저하게 되는가? 왜 우리는 시간과 비용과 에너지가 더 들지만 식재료를 깨끗이 다루고 더 정직하게 음식을 만들어야 하는가? 수많은 포장 서비스로 버려지는 엄청난 플라스틱과 쓰레기를 줄이는 것이 왜 중요한가? 일하면서 내 소신과 생각이 하나님 나라 백성답지 않음을 발견하게 될 때 그 발견된 부분을 주님 앞에 내어놓고 기도한다. 어떻게 회복이 되고 어떻게 다시 살아내야 할지를, 그래서 세상과 어떻게 구별되어야 할지 겸손히 지혜를 구체적으로 구하게 된다. 이곳의 젊은이들이 자립하며 삶의 희망을 가지도록 돕는 기업, 현지 교회가 더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효과적으로 함께 일하고 섬기며 가난하고 소외된 이웃들을 돌보는 기업이 되면 좋겠다. 보아스의 타작 마당을 출입하는 모든 이방인들이 하나님의 관대함과 그분의 사랑 때문에 경제적, 사회적, 환경적, 영적으로 그들의 삶에 총체적 회복이 일어나는 것을 보는 기쁨보다 더한 것이 무엇이 더 있을까?

 

글 온전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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