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적 전쟁터에서의 일상,
그리고 삶의 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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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교토, 2월의 아침 공기는 아직 차디차다. 한국과 달리 대부분의 집에는 바닥 난방이 없고, 창문 또한 이중창문이 아니다. 방 안 가득 싸늘한 공기 속에서 ‘이불 밖은 위험해’를 외치며 눈을 뜬다. 창밖에서 들려오는 참새 소리가 고요한 나의 아침을 깨운다. 먼 산자락에는 아직 눈이 조금 남아 있다.
눈이 잘 내리지 않는 교토에 며칠 전 함박눈이 내려 잠시나마 하얀 세상이 되었었다. 따뜻한 차 한 잔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차가웠던 손끝이 따뜻해지고, 내 마음은 하나님을 향해 이 땅을 위한 기도를 시작한다. “주님, 오늘도 이 땅의 사람들이 우상이 아니라 하나님을 경외하는 마음으로 변화되게 해 주세요.”
등굣길에 마주하는 사람들
옷깃을 여미고 집을 나선다. 길가의 나무들은 대부분 잎을 떨어뜨린 채 앙상한 가지를 드러내고 있다. 그러나 자세히 보면 그 속에서도 봄을 준비하는 생명이 숨어 있다. 아직 차가운 바람이 불지만, 겨우내 웅크렸던 매화나무가 작은 꽃망울을 터뜨릴 준비를 하는 것이 보인다. 봄이 오고 있음을 느낀다.
지하철역으로 가는 10분 길, 출근하는 직장인들과 등교하는 학생들이 빠른 걸음으로 지나가거나 자전거를 타고 스쳐 간다. 나도 그들 틈에 섞여 빠른 걸음으로 지하철역에 들어선다. 핸드폰을 들고 무엇인가를 보는 무표정한 사람들, 책을 읽는 사람들 무리로 들어가 나도 자리를 잡는다. 나는 조용히 기도한다. “하나님, 저들이 그저 주어진 삶을 살다가 끝나는 것이 아니라, 삶의 창조주이신 주님을 만나 영원한 생명을 누리게 해 주세요.”
도시 사방에 자리한 우상들
교토 YMCA 복지전문학교에서 일본어를 배우고 있다. 수업이 끝나고 밖으로 나오면, 여전히 2월의 차가운 공기가 도시를 감싸고 있다. 거리를 걸으며 교토의 풍경을 바라보면 자연스레 눈에 들어오는 것들이 있다. 도시 곳곳에 자리한 신사(神社)와 절(寺), 상점 앞에 놓인 작은 불상과 부적들. 그 앞을 지나칠 때마다 기도하지 않을 수 없다. 우상을 향한 인간의 마음속에는 두려움이 깃들어 있다. 우상을 숭배하며 그 두려움을 이기고자 하는 것이다. “주님, 이들이 진리를 찾게 해 주세요. 돌과 나무로 만들어진 우상에게 소원을 비는 것이 아니라, 살아 계신 하나님을 찾게 해 주세요.”
하나님의 손길을 기다리는 영혼들
잠시 카페에 들러 따뜻한 말차 한 잔을 마시며 창밖을 바라본다. 거리에는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오고 간다. 겉보기에 평온해 보이는 저들은 마음속 깊이 무엇을 갈망하고 있을까? 성공, 돈, 좋은 인간관계, 혹은 단순한 안락함? 그들이 찾고 있는 것이 무엇이든, 결국 그것이 빈 마음을 채우지 못할 것을 알기에 더욱 기도하게 된다. “주님, 이 땅의 사람들이 하나님을 알게 해 주세요. 그들의 영혼을 진정으로 만족시킬 수 있는 진리를 찾게 해 주세요. 그리고 그 진리를 전하는 통로로 저를 사용해 주세요.”
하루의 마무리
저녁이 되면 조용한 방에서 성경을 펼치고, 오늘 하루 마주한 사람들, 지나온 거리, 그리고 내 마음속에 남아 있는 기도의 흔적들을 떠올린다. 이 땅은 아직도 겨울, 그렇지만 하나님께서 준비하신 봄은 반드시 올 것임을 나는 확신한다. 하나님께 감사하며 다시 기도한다. “주님, 이 땅을 변화시켜 주세요. 일본 사람들이 더 이상 우상을 두려워하지 않고, 하나님을 경외하며 살아가게 해 주세요. 그리고 오늘 지하철에서 마주한 한 사람 한 사람의 마음속에 하나님을 향한 갈망이 일어나게 해 주세요.”
그렇게 또 하루가 저물어 간다. 내일도, 모레도, 변함없이 나는 기도하며 이 길을 걸어갈 것이다.wec
글 김정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