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 아니하실지라도

by wecrun

 지난 3월 초 우리는 팀 사역 관련 컨퍼런스를 다녀왔다. 순례길 사역을 하고 있는 여러 단체들과 함께 모여 예배드리고 각자의 사역을 나누고 기도하는 시간이었다. 이 시간을 통해 대학생 사역과 팀의 사역을 위해 좀 더 넓은 곳으로 이사하면 좋겠다는 마음을 주셔서 기도하기 시작했다.

 5월, 우리 팀은 여름 사역을 시작하기 전에 모임을 통해 팀의 비전와 꿈을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디브리핑 센터, 사역의 베이스가 될 집, 승합차 등 우리의 필요를 나누고 기도했다. 6월, 한국에 계신 어머님에게서 연락이 왔다. 혹시 “팀 사역에 센터가 필요하니?”라고 물으셔서 우리는 “필요하지요!”하며 가볍게 넘겼다. 7월, 어머님이 다시 물어보셔서 왜 그러시냐고 여쭈어보았다. 이야기인즉, 어머님이 선교 동원을 위해 친구분 가게에 가셔서 친구에게 선교에 대해 이야기 하셨는데 옆에 손님으로 오신 어떤 장로님이 오히려 더 관심을 갖고 들으시며 본인이 도울 수 있는 방법이 있는지 구체적으로 알기 원하셨다고 한다. 그래서 어머니는 우리 팀이 생각나 전화로 물어보신 것이었다. 그 장로님은 재정이 넉넉하여 선교사를 실질적으로 돕고 싶은 마음이 있고 우리 팀의 사역을 구체적으로 알고 싶어하신다고 하셨다.

 팀의 사역을 어머니께 설명 드리고 어머니가 그분께 전해 드렸는데 매우 긍정적이고 적극적이셨다고 한다. 우리 팀에게는 너무나 놀라운 소식이었다. 두 달 전부터 팀과 함께 기도하기 시작했는데 하나님께서 빠르게 응답해 주시는 것 같아서 흥분되었다. 우린 팀과 자세히 나누며 더욱 열심히 기도하기 시작했다.

 한국 특유의 빨리빨리 문화 때문일까? 아님 성격이 급하신 것일까? 장로님은 일들이 빠르게 진행되기 원하셨고 여러 가지를 물으셨다. 우리는 집 구매에 따른 필요들과 월세 등의 정보를 알려드렸다. 우리에겐 너무나 큰 비용이지만 장로님은 대수롭지 않게 여기셨다. 그러던 중에 팀 리더와 미팅을 통해 우리가 한국에 가서 직접 뵙고 진행하는 것이 더 좋겠다고 판단을 했다. 진행이 좀 급한 것 같다는 생각은 들었지만 기도로 준비하며 9월에 뵙기로 하였다. 

 우리 팀은 기도하며 그분과 만날 날을 기대했다. 한국에 와서 시차 적응 후에 첫 만남을 가졌는데 우리를 만나기 전부터 현지 대사관의 아는 분을 통해 직접 정보를 알아보고 계실 정도로 관심을 갖고 계셨다. 그런데 사역 자체보다는 우리가 무엇이 필요한지를 많이 물으셨다. 그분이 궁금해 하시는 것을 구체적으로 알아보고 추석 명절을 지나 만나기로 하고 헤어졌다. 이후 본부에 가서 리더에게 우리의 상황을 나누었고 주시는 필요한 정보와 조언을 들었다. 우리가 생각했던 것만큼 복잡하지 않고 큰 어려움 없이 진행할 수 있을 것 같아서 감사했다.

 그런데, 만나기로 한 추석 전에 어머니를 통해 그 장로님에게서 연락이 왔다. 기도를 해봤는데 하나님이 응답을 안 주신다는 것이다. 너무 당황스러웠다. 불과 첫 만남 이후 3-4일 정도 밖에 지나지 않았고, 필요한 정보를 좀 더 알아보고 나서 만나기로 했는데… 우리는 팀에게 상황을 나누고 함께 기도하며 그분을 다시 만나서 이야기를 해보고 결과는 주님께 맡기기로 하였다. 하지만 결국… 우리는 만나지 못했고, 상황은 종료가 되었다.

지난 몇 달 간의 일이었다. 사역을 위한 우리의 기도를 이분을 통해 응답해 주시고 이루어 주시는 것 같아 우리도, 팀도 너무나 기쁘고 흥분됐었다. 지금은 팀원들과 같이 있는 상황이 아니어서 아직 서로의 마음을 나누지는 못했다. 비록 생각처럼 일이 진행되지는 않았지만 꼭 이분이 아니어도 하나님의 뜻이라면 하나님께서 분명 이루어 주실 것이고, 이 일과 상관없이 하나님은 여전히 우리와 함께 하시고 가장 선한 길로 인도하심을 믿는다. 또한 사역을 위한 재정적 도움을 받기 위해 어떤 것들이 필요한지 조금이나마 알 수 있는 배움이 시간이었다. 

                                                                                                                                                                                                          글 백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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