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축구 사역을 마치고, 다음날인 토요일이었다.
오랜만에 쉬며 오후 시간을 보내고 있는데, 갑자기 누군가 우리 집 문을 두드렸다.
“누구지?” 주말에는 대문을 열지 않기 때문에 누가 찾아올 일이 없었다. 그런데 노크 소리와 함께 내 이름을 부르는
아이의 목소리가 들렸다. “건~!” 익숙한 목소리였다. 곧바로 누군지 짐작할 수 있었다.
문을 열자, 두 손 가득 망고를 들고 있는 우마르(가명)가 서 있었다. “우마르? 너 왜 왔어?”
“건! 두토! 두토(망고)!!” 우마르는 우리 축구 훈련에 종종 오는 아이로, 12~13살쯤 되어 보인다. 밝고 활발하지만,
말썽꾸러기로도 유명한 친구다. 그런데 그런 우마르가 망고를 들고 갑자기 찾아온 데에는 이유가 있었다.
한 달 전쯤, 망고가 한창 열리던 계절이었다. 어느 날 우마르가 큼지막하고 맛있어 보이는 망고 하나를 들고 훈련장에 왔다.
혼자서 그 큰 망고를 입에 잔뜩 묻히며 전투적으로 먹는 모습이 귀엽고 웃겨서 장난을 걸었다.
“우마르! 내 망고는 어딨어? 왜 너 혼자만 먹어!” 당황한 우마르는 자기가 먹던 망고를 내밀었다.
이미 형태를 알아보기 어려운 상태였지만, 그 모습마저 귀여워서 웃으며 “괜찮아, 다음에 줘”라고 말하고 넘어갔다.
그날 이후로 우마르를 볼 때마다 “내 망고는 아직 안 가져왔어?” 하며 장난스럽게 인사하곤 했다.
그냥 주님께서 우마르를 향한 따뜻한 마음을 내게 주신 것 같았다.
그리고 우마르가 오기 바로 전날인 금요일에도 같은 장난을 쳤다. “우마르, 다음엔 꼭 두 개 들고 와! 알겠지?”
우마르는 웃으며 “알겠어! 내일 꼭 가져올게!”라고 말했다. 물론 나는 정말로 망고를 받을 생각은 없었다.
그냥 농담이었다. 게다가 감비아의 문화상 ‘약속’ 이라는 개념이 한국처럼 엄격하지 않다.
약속을 해도 30분~1시간은 늦는 게 자연스럽고, 아예 잊어버리는 경우도 많다. 그래서 우마르가 “내일 꼭 가져올게”라고 말했을 때,
솔직히 나는 그저 웃고 넘길 줄 알았다. 하지만 다음 날 토요일, 정말로 우마르가 우리집 문을 두드리며 나타났다.
문을 열자, 그는 윗옷으로 망고 여러 개를 감싸 들고, 땀을 뻘뻘 흘리며 서 있었다. “건! 두토! 두토!”
그 순간 마음 깊은 곳에서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감동이 밀려왔다. 망고 때문이 아니었다. 아이의 진심이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뜨거운 날씨 속에서도 나를 생각하며 망고를 들고 온 그 마음이 너무 고마웠다. 줄 수 있는 게 사탕뿐이라
두둑하게 챙겨서 건넸다. 우마르가 돌아간 후에도 그 감동은 쉽게 가시지 않았다.
특히 그 시기 나는 아이들과의 관계에 대해 고민이 많았다. ‘내가 아이들에게 정말 사랑으로 대하고 있는 걸까?’
‘말 안 듣는 아이들에게 너무 소리만 지르고 있는 건 아닐까?’ ‘이런 내가 과연 그리스도의 사랑을 잘 흘려보내고 있는 걸까?’
아이들과 함께 축구를 하며 그 친구들을 이끌고 사역하다 보면, 내 안의 연약한 모습이 자주 드러난다.
귀엽고 사랑스러운 아이들을 볼 때면 기쁘지만, 아무리 좋게 말해도 듣지 않는 아이들을 보면 화가 날 때도 많다.
그러나 내 마음 한가운데에 늘 새기고 있던 다짐이 있다. ‘후회 없이 사랑하자. 낮은 자리에서 섬기자.’
우마르의 행동과 마음을 통해, 내가 그동안 했던 일들이 결코 헛되지 않았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내가 진심으로 사랑하고 대하니, 그 아이들도 나에게 진심으로 마음을 열었던 것이다. 그렇게 관계가 자라며 깊어지는 것을 보며,
나는 다시 한번 고백할 수 있었다. “정말 주님이 하시고 계신다.” 그날 우마르가 건넨 망고는 단순한 과일이 아니었다.
그것은 주님께서 내게 보내신 위로였고, 사랑의 메시지였다. wec
글 이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