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 바지 민족의
삼총사

by wecrun

시체를 먹는 민족. 이것이 흰 바지 민족에 대해서 우리가 처음 듣게 된 소개였다. 이 민족의 이름을 들은 이후로 이 이름은 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다. 그리고 수업을 통해서 혹은 다른 사람들과의 대화를 통해서 이 민족의 이름을 들을 때마다 우리의 가슴이 뜨거워지는 것을 느꼈다. 결국 우리는 이 민족이 살고 있는 시골 마을을 방문하기로 결심했다.

버스로 6시간 거리였다. 도착 후 박물관을 방문했을 때 박물관 이곳저곳에서 놀고 있는 어린아이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 까까머리에 더럽혀진 옷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들의 세계에 빠진 아이들을 보면서 아련히 초등학교 시절 내 모습이 떠올랐다.

박물관은 아이들에게 있어서 아주 좋은 놀이터였다. 넓은 공터가 있고, 뜨거운 여름 햇볕을 피할 수 있는 긴 복도의 그늘이 있다. 더욱이 깨끗한 물이 나오는 화장실이 있다. 이들에게 있어 이만큼 좋은 놀이터가 어디 있겠는가? 아이들이 더운 여름 햇살을 피해 긴 그늘이 만들어진 복도에서 달리기 시합을 한다. 50미터도 되지 않는 거리이기에 속도감 있게 승자가 결정되고 아이들은 더욱 즐겁다. 나도 이들과 달리기를 하고 싶었다.

다 큰 어른이 초등학교를 겨우 들어간 아이들과 시합을 하기 위해 출발선에 섰다. 물론 나는 최선을 다해서 뛰지 않았다. 그래서 아이들은 더욱 재미있어하는 것 같았다.

다음 날 다시 박물관을 방문했다. 맛있고 예쁜 모양의 사탕을 선물로 샀다. 아이들은 어제와 다르게 적극적으로 우리에게 모여들기 시작했다. 사탕을 꺼내 들자, 아이들의 눈빛이 초롱초롱해졌다. 사탕을 먹는 시간은 아이들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골든타임이다. 아이들은 우리에게 이런저런 질문을 하고 우리도 아이들에게 최선을 다해서 대답한다. 사탕이 입안에서 사라지기 시작할 때 쯤 우리들을 향한 아이들의 관심도 점점 사라지기 시작한다. 한 명씩 두 명씩 자기들끼리 놀기 위해 우리를 떠나간다.

그래도 세 명의 남자아이가 여전히 남아 있었다. 그중에 한 아이가 떠나가는 친구들을 보면서 우리에게 이렇게 말한다. “우리는 여기에 남아 있을게요.” 초등학교 4학년 아이의 목소리에서 어른스러움을 느꼈다. 이 아이들에게 유달리 마음이 끌렸다. 세 명의 아이의 이름을 그제야 물었다. 도시로 가서 일을 하는 부모님을 기다리며 시골에서 할아버지 할머니들과 함께 지내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게다가 어린아이들이 자기들 스스로 밥을 하고 가축을 먹인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읍내로 되돌아가는 버스를 타기 위해 아이들과 헤어져야만 했다. 아이들과 짧게 인사하고 다음에 다시 온다는 말을 남기고 뒤돌아섰다. 산 위에 있는 박물관을 등지고 내려오고 있는 중에, 누군가 우리를 계속해서 지켜보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뒤를 돌아보니 삼총사가 박물관 입구에 서 있었다. 얼굴이 보이지 않지만 눈을 마주친 것을 느끼자 아이들이 차례로 손을 흔들기 시작했다. 그 순간 나도 모르게 깊은 한숨이 나왔다. 눈물 대신 한숨이었다. 아쉬움과 미안함이 뒤섞인 한숨이었다. 그리고 우리도 그들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 하지만 우린 산에서 내려와야 했다. 정말 다시 한번 고개를 돌려 보고 싶었지만 차마 그렇게 하지 못했다.

한없이 펼쳐진 깊은 산속의 풍경을 보면서 하나님의 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왜 이 민족의 이름을 들을 때마다 우리의 가슴이 뛰었는지, 왜 이 깊은 산속에 있는 박물관까지 오게 하셨는지 알게 되었다. 그것은 이곳에 있는 수많은 영혼을 우리에게 알리고자 하는 하나님의 간절한 부르심이었다. 산을 내려올 때 내리쬐던 뜨거운 여름 햇살만큼 우리의 가슴도 뜨거웠다. wec

글 은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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