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t up to me but up to HIM)
기니비사우에서의 생활이 10년이 되어 갑니다. 2012년 3월, 누구보다 훌륭한 선교사, 대단한 선교사가 되고 싶어 했던 저는 선교지에 도착하여 얼마 지나지 않아 그건 저와는 무관한 일이라는 것을 알아차리고 말았습니다. 대신 저는 과연 내가 선교지에서 필요한 사람인지에 대한 의문에 매일 답하며 살아야 하는 사람이었습니다. 하나님이 나를 이곳에 부르셨다는 그 확신마저도 없었다면 선교지를 떠나도 벌써 열두 번은 더 떠났을 겁니다. 지금 살고 있는 이곳 콘투보엘로 이사 오기 전, 이미 모든 것을 결정해 놓고도 마음에 주저함이 있을 때, 하나님께서 저에게 찾아오셔서 “나는 네가 그곳에 있기를 원한다.”라고 말씀하셨던 그 말씀에 의지하며 제가 이곳에 있어야 한다면 어떤 모습으로, 어떻게 있어야 하는지를 물으며 그 분의 인도하심을 따르고 있습니다.
저는 말하기도 부끄럽지만 선교지에서 10년이나 살았는데 아직도 크리올로 복음을 전하고 누군가를 가르치기에 언어가 충분하지 않습니다. 그로 인해 가끔 저는 자괴감에 빠지기도 합니다. 하나님의 선택에 스스로 의문을 품기도 했습니다. 무능, 미숙, 부족, 나약함과 어리석음이란 단어로 표현 되는 나를 택하셔서 이곳에 보내신 이유가 뭘까? 항상 부족한 내 모습을 보며 선교지에 부적합한 사람이라는 생각을 떨칠 수 없었는데 이제는 감히 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하나님께서는 내 능력에 의지하여 사역하시는 분이 아니라는 것을요. 나의 부족한 언어, 인성, 믿음은 하나님께서 사역하시는 것에 전혀 영향을 미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하나님께서는 너무나 크고 위대한 분이시기에 저의 한계에 갇히시는 분이 아니시기 때문입니다. 두 번째 안식년을 보내고 사실 저는 선교지로 돌아오고 싶지 않은 마음이 컸습니다. 더 이상 기니비사우의 열악한 환경에서 사는 것이 싫어졌고 갱년기에 접어든 제 몸이 더위를 이겨낼 수 있을 것 같지 않았습니다. 무엇보다도 이곳에 대한 열정이 바닥을 드러낸 것을 정직하게 고백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러나 저는 다시 돌아오게 되었고, 나의 열정과 사랑이 아닌 하나님의 힘으로 일하고 하나님의 사랑이 이곳에 드러나기를 기도하게 되었습니다. 저희 옆집에 살고 있는 메따 아줌마가 동네 여자아이와 아침에 성경을 읽는 것을 보며 자기 조카는 저녁 밖에 시간이 나지 않으니 저녁에 읽기 공부를 시켜줄 수 있느냐고 요청해왔습니다. 그날 저녁부터 시작하자고 했는데 어떻게 알고 왔는지 동네 아이들 5명이 모여서 우리 집 앞 베란다에서 저녁 성경 모임이 시작되었습니다. 그런데 어찌 된 일인지 저녁마다 아이들이 늘어서 저희 집 앞 베란다는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로 모이기 시작했습니다. 모슬렘 마을에서 성경 이야기 모임을 하고 있어서 부모 허락을 받고 오라고 광고했는데 이야기가 와전되어서 부모가 함께 와서 저의 허락을 받아야 한다고 알고 몇몇 아이들의 부모는 아이들의 손을 잡고 저에게 허락을 받으러 오기도 했습니다. 이렇듯 제가 의도하지 않았지만, 하나님께서는 그분의 사역을 스스로 열어가고 계십니다. 나의 능력은 개입할 여지가 없는 듯합니다. 마른 막대기 같은 저는 그분의 말씀대로 이곳에 있기만 할 뿐 인데 그분께서 열어가시고 그분의 방식으로 이끌어 가십니다.
나 혼자 할 수 없을 때는 현지인 동역자를 붙여 주시며 일하게도 하십니다. 안식년 가기 전, 우기철에 콘투보엘 교회에서 여름성경학교를 한 후, 시골 가정교회에서도 같은 프로그램을 하기 위해 교사들과 함께 그 마을로 들어가는데, 비가 많이 와서 길에 물웅덩이가 생겨 웅덩이 속 진흙에 빠지면 차가 빠져나올 수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비를 맞고 가던 청년들이 물웅덩이를 만나면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일제히 트럭 뒤 칸에서 내려 물웅덩이에 들어가서 맨발로 더듬거려 어느 곳이 좀 더 단단한지, 차가 진흙 구덩이에 빠지지 않는 길을 찾아서 길안내를 하는 겁니다. 차 안에 앉아 있는데 눈물이 왈칵 쏟아져 나왔습니다. “형제가 연합하여 동거함이 어찌 그리 선하고 아름다운고”라는 말씀 구절이 생각나면서 우리가 이렇게 연합하여 동역하는 이곳이 바로 하나님의 나라일 거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저는 이곳 기니비사우에서 하나님의 사역에 동참하는 것이 참으로 기쁘고 감사합니다. 이런 것이 아마도 선교사로서 누리는 특권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눈물을 바꾸셔서 감사로 마무리하시는 하나님, 불평이 쏟아져야 할 상황이었는데 하나님의 이름이 찬양받으시게 바꾸시는 하나님, 사탄의 완벽한 계획을 한 끗 차이로 완전히 초토화시켜 사탄을 당황하게 만드시는 하나님을 경험하는 일은 정말로 통쾌하고 유쾌합니다.
글 이영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