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적 전쟁의 시작
티벳 난민과 많은 티벳 계열 종족은 N국 히말라야에 넓게 흩어져 살고 있다. 이들이 사는 마을들 대부분이 국립 자연보호구역 이어서 마을에 들어가려면 입장료를 내야하고, 또 차에서 내려 보통 4~6일을 걸어야 할 만큼 접근이 어렵다.
지난 2022년 10월에 D 지역에 갔을 때의 일이다. 5일 동안 걸어가는 여정의 3일째 되는 날부터 추적추적 비가 왔고, 또 해발 3,000m에 들어서니 고산 반응으로 힘들어하는 일행이 생겼다. 이틀간 휴식한 뒤에 출발했더니 설상가상으로 비는 진눈깨비로 바뀌었고 여정을 지속하기 어려운 상황이 계속 찾아왔다. 고민하던 중 하산하는 등 산객의 산사태가 났다는 이야기에 결국 하산을 결정했다.
내려오는 길, 산사태로 인해 많은 도로가 유실되었고 급기야 흘러내리던 물줄기는 커다란 강이되어 위험천만한 지경이 되었다. 아버지의 도우심으로 간신히 끊긴 도로를 건너 복귀할 수 있었다.
이렇듯 육상 교통은 시간이 오래 걸리고 비가 오면 길이 끊기기 때문에 비행기를 이용해야 하는데, 그러려면 12일의 일정에 1인당 1,500달러 경비를 감수해야 한다. 이곳은 사역을 시작하기 이전, 마을에 들어가는 때부터 영적 전쟁이 시작된다.
글 차모세
보이지 않는 싸움
티벳 사람들이 복음을 듣고 믿음으로 반응하는 일은 정말 쉽지 않다. 게다가 믿음으로 반응한 사람이 그 믿음을 지속하는 일은 더 쉽지 않다.
N은 농사 일을 하면서 아들과 단둘이 살고 있다. 형편은 좋지 않지만 예수님을 믿고 참 기쁨을 누리게 되었다. 예수님을 주인으로 모신 후, 헛된 우상을 섬길 이유가 없음을 깨닫고 우상을 모셨던 방들을 깨끗이 정리했다. 그러다 집이 낡아 수리가 필요 하던 때에, 마침 마을회의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가정으로 선정되었다. 그런데 마을에서는 N에게 예수님을 믿으니 도움을 줄 수 없다고 하면서 자신이 믿는 신에게 도움을 청하라며 비웃고 그를 멀리했다.
D 자매는 도시에서 공부할 때 선생님들을 만나 교제하면서 예수님을 알게 되었다. 선생님들과 여러 친구와 함께하는 시간을 즐겁고 행복하게 보낸 D는 졸업 후에 고향으로 돌아갔다. 그곳에서 예수님의 이름을 들어본 사람은 D가 유일했고, 가정과 마을의 일상은 티벳교를 중심으로 움직였다. D는 고향에서 사는 것이 싫지는 않았지만 힘들 때면 선생님들과 함께했던 시간이 그리워지곤 했다. 점차 복음을 듣고 경험했던 감격들도 사그라졌다. 자신의 힘든 상황을 나눌 수 있는 사람을 찾을 수도, 그 먼 도시로 다시 돌아갈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이른 아침 D는 부모님과 함께 사원의 불상 앞에서 예불을 드렸다.
믿음을 지키는 일은 이곳 사람들에게만 어려운 것은 아니다.
K 사역자는 함께 했던 동료들이 한 명 두 명 떠나면서 마음에 공허함이 찾아왔다. 일을 할 기회의 문도 점점 좁아져 갔다. 이곳으로의 부르심에 대한 회의가 찾아왔다. 두려움이 더해져 더욱 낙심했다. 아버지는 이 땅을 향해 어떤 마음을 가지고 계신지, 지금 이 땅에서 일하고 계신 것인지 묻지만 그분을 볼 수도, 느낄 수도, 들을 수도 없다. 마음속에 기쁨보다는 슬픔이, 소망보다는 절망이 점점 더 가득해진다.
가족과 마을 공동체의 배척과 핍박, 신앙 공동체로부터의 고립, 개인과 공동체의 삶을 지배하고 있는 티벳교의 강한 영향력 아래에서 개인이 홀로 믿음을 지키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정치적 압박, 보안 문제, 열매 없는 사역, 영적 세력들과의 보이지 않는 싸움 등은 사역자들의 믿음을 갉아 먹는다. 이 모든 장애물은 티벳 사람들과 사역자들의 눈을 어둡게 하여 하나님의 크심과 지극한 사랑, 일하심을 보지 못하게 한다. 절망이 믿음의 자리를 빼앗는다. 예수님께서도 “눈이 나쁘면 온몸이 어두울 것이다…(마6:23)”라고 말씀하셨다. 어두운 상황 속에서 눈을 밝게 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그래서 중보기도가 간절히 필요하다.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하나님, 영광의 아버지께서 지혜와 계시의 영을 그들에게 주사 하나님을 알게 하시고 그들의 마음의 눈을 밝히셔서 부르심의 소망과 예비하신 기업의 영광의 풍성함과 그들에게 베푸신 능력의 지극히 크심을 날마다 알게 하옵소서(엡1:17-23) 아멘.”
글 K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