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픔과 좌절,
그리고 희망

by wecrun

몇 해 전 어느 성탄절 시즌에 졸라종족에 속하는 ‘카디’라는 한 여인의 한 살 된 아기가 체중이 줄고 토하고 설사하고 먹지 못하는 증상이 계속되어서, 우리 회사가 운영하고 있던 시바노병원에 왔습니다. 검사 결과 카디와 아기는 둘 다 에이즈 진단을 받았습니다.아기는 또한 심각한 영양실조 상태여서 입원 치료를 받았습니다. 에이즈 진단으로 마음이 어려웠던 카디에게 의사, 간호사 선교사들은 많은 위로와 정성 가득한 치료를 했고, 아기의 상태는 점점 좋아졌습니다.

그러던 중 병동에서 상영된 예수님 영화를 보고 카디는 예수님에 대해 더 알고 싶어졌습니다. 어느 날 그 궁금함을 의료 선교사들과 나누고 졸라인 크리스챤 통역을 세워서 복음을 듣게 되었습니다. 그 시간에 카디는 마음 가득 채워진 기쁨을 경험하게 되었습니다. 이후 카디의 얼굴에는 항상 미소가 어려 있었고, 의료 선교사들과도 많은 교제를 나누었습니다.

그리고 성탄절이 되어서 근처 시바노교회에서 성탄절 프로그램을 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카디는 아기를 업고서 그곳에 참석했습니다. 시바노교회는 도로변에 있어서 사람들이 출입하는 것을 동네 사람들이 볼 수 있었지만, 어느 해보다 따뜻한 성탄절을 경험한 카디는 졸라 종족의 다른 신자들과 연결되어 성경공부와 제자훈련을 받을 것을 기대하고 있었습니다.

그 후 아기의 상태가 나아져서 병원에서 집으로 돌아온 카디는 온 집안 식구들과 친척들로부터 교회에 갔었냐, 예수를 믿느냐는 추궁을 당했고, 다시 교회에 나가면 이혼을 당할 거라는 협박을 받아야 했습니다. 이슬람 사회에서 이혼을 당한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 지를 잘 알기에 카디는 두려웠습니다. 에이즈 환자들은 바이러스 증식을 막기 위해 매일 먹어야 하는 약이 있는데, 가족은 카디가 크리스천들이 운영하는 시바노병원에 가는 걸 허락하지 않았습니다. 가족들과 친척들이 강제로 카디를 마라부(주술사)에게 데리고 가서 마라부가 주는 약을 복용하게 되었습니다. 그동안 의료선교사들은 그녀를 만나기 위해 여러 가지 노력을 했지만 만날 수 없었습니다.

몇 달이 지나 아기의 상태가 전보다 더 나빠지고 마라부가 준 약이 효과가 없자, 가족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카디는 용기를 내어 시바노병원으로 다시 돌아왔습니다. 몇 달 만에 본 카디의 모습은 충격적이었습니다. 웃음기 없는 얼굴에 지쳐 보였고, 사랑스럽던 그녀의 모습은 더이상 보이지 않았습니다. 아기는 목숨이 위태로운 심각한 상태였고, 의료선교사들은 아기를 근처 동네의 정부 병원으로 이송하였지만, 끝내 숨을 거두고 말았습니다. 좌절과 낙심에 빠진 카디는 우리의 위로를 거절하고 그녀의 무슬림 가족에게로 돌아갔고, 그녀를 다시 볼 수 없었습니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카디가 교회에 참석한다는 것을 가족들이 알게 된 경위는 시바노병원에 근무하는 현지인 스텝들이 그녀의 가족들에게 알린 것이었습니다.

가슴 아픈 사건을 통해 의료 선교사들은 잠시 낙망하고 좌절했지만, 구원이 하나님께 속한 것임을 고백하며, 무슬림 의료진들의 강팍한 마음을 깨뜨리시고 그들을 용서하시고 구원하여 주시기를 위하여 그리고 카디를 위해 더욱 합심하여 간절한 기도를 드리는 계기가 되기도 하였습니다. 이제 감비아 복음주의 교단에서 운영하고 있는 시바노병원은 여전히 우리 회사의 장, 단기 의료 선교사들이 복음의 열정을 가지고 열심히 봉사하고 있는 곳입니다. 카디의 이야기는 단지 우리 선교의 실패를 보여주는 것일까요? 지금까지 수많은 의료선교사들의 마음에 영혼 구원의 열정과 기도의 마음을 부어 주셨던 주님께서, 복음의 씨앗이 오랫동안 뿌려진 이 땅의 잃어버린 영혼들을 구원하여 주실 것을 기대하기에 절망은 희망이 됩니다. 하나님, 오늘도 이곳에서 당신을 기대합니다. wec

 

글 최성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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