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민들을 위한 학교

by wecrun

이곳의 4월은 영국에서 가장 날씨가 좋은 5월이나 6 월과는 비교할 수 없지만 비교적 따뜻하고 맑은 날이 많다. 하지만 우리 가족이 영어학교를 탐방하기 위해 처음으로 방문했던 날은 하필 하늘도 구름에 가려져 모든 것이 칙칙해 보이는 전형적인 영국 날씨였다. 오전 10시에 왔으면 좋겠다는 안내에 따라 웨일스에서 살던 우리는 자동차로 4시간 가까이 걸리는 거리라 시간에 맞추기 위해 아침 일찍 서둘러 출발했다. 도착했을 때는 한창 수업이 진행되는 시간이어서 우리도 학생들과 같이 앉아 수업에 참여하였다. 영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교회의 외관이 아닌 낮은 건물 공간을 나누어 교실로 활용하고 있었다. 그렇게 처음으로 무슬림 학생들과 앉아서 수업을 들었다. 어떤 여학생들은 눈만 빼고 검은 옷으로 온몸을 가리고 있었고, 옆에 앉은 남학생은 긴 턱수염에 하얀 모자를 쓴 전형적인 무슬림의 복장을 하고 있었다. 무슬림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고 부정적인 인식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무서운 마음에 긴장을 하였다. 익숙하지 않은 다른 세상 에 온 것 같은 신기함과 아련한 두려움을 느꼈다. 

영국에 사는 이주민들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를 접한 후, 인도하심이 있어서 지금의 단체와 연결되어 어떻게 사역하는지 알아보기 위해 팀을 방문했었다. 영국의 문화와 영국 사람들, 영국의 전형적인 일상을 보아왔던 우리는 이곳 미들랜드를 방문하여 이주민들 의 생활을 눈으로 직접 확인하기 전까지는 이런 세상이 있다는 것을 상상도 하지 못했다. 이 지역은 원래 공장이 많아 노동자가 많았던 곳으로 집들도 작고, 아름다운 건물도 전혀 없는 작은 타운이었다. 집으로 돌 아가는 길, 뭔가 무겁게 느껴지게 했던 그날의 경험과 칙칙한 날씨는 그곳의 모든 것이 생기 없이 보이도록 만들었다. 저녁 내내 비가 내렸고 안전운전에 대한 염려까지 더해지며 그 무거움이 강해졌다. 한국에 돌아가 필요한 모든 훈련 과정을 마치고 약 2년 후에 다시 팀을 만났다. 이곳의 환경은 예상했던 대로 여전히 볼품없어 보였다. 그래도 전에 만났던 두 가족 외에 남자 싱글 사역자와 단기로 섬길 한 명이 새로이 와 있어서 우리에게 기쁨과 위안이 되었고 힘을 얻을 수 있었다. 

학교는 매 학기마다 여러 나라에서 온 수많은 학생들로 붐볐다. 이미 지역에 정착해서 사는 인도, 파키스탄, 방글라데시 이민자들 중에 교육을 받지 못하고 자랐던 중년 이상의 여자들이 스스로 시간 을 쓸 수 있게 되자 영어를 배우고자 한 그룹을 이루었다. 다른 한 그룹은 아시아와 아프리카에서 온 젊은 난민들이었다. 한 교실에서 공부하는 학생들의 출신 국가가 10개국 이상일 때가 많았다. 이미 정착하여 생활하는 학생들은 그 신분이 보장 되어 사는데 어려움이 크게 없다. 하지만 난민 자격을 얻기 위해 불법으로 입국하여 난민 신청자의 신분으로 있는 젊은 학생들은 난민이라는 신분의 지위를 보장받아 직업을 구하고 살아갈 자유를 얻기까지는 여전히 불투명하고 긴장되는 어려운 삶 을 살고 있었다. 고국을 떠나 이곳에 오기까지 짧게는 6개월, 길게는 3년 정도를 험난한 인생 여정을 거친 이들도 있다. 

이곳에서 본격적으로 학생들을 가르치며 이주민 사역을 한 지 이제 5년째가 된다. 그동안 수많은 학생들을 만날 수 있었다. 지금은 코로나19로 인해 학교를 온라인으로 운영하고 있으며, 참석하는 학생 수는 전에 비해 많이 적다. 수업이 줄어서 하루에 한 번 가르치고, 교실에서 직접 가르칠 때와 달리 질적으로도 그리 좋지 못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생들은 감사함을 잊지 않는다. 하루 종일 집에만 갇혀서 갓난아이와 지내야 하는 젊은 무슬림 엄마들에게는 어쩌면 가뭄에 단비와 같은 소중한 시간일 수도 있다. 자신들의 이름을 불러주고, 잘 배우고 있는지 확인하며, 정성 들여 가르쳐주는 우리를 통해 자신들도 소중히 여김을 받는 존재임을 느낄 수 있기를 기대한다. 이들도 나도 이 땅에서는 모두 이방인들이다. 이렇게 이방 땅에서 외로운 사람들에게 위로와 관심, 사랑을 나눌 수 있는 그리스도 편에 있음이 감사하다. 

글 서전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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