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방의 다이내믹한 도시

by wecrun

석양에 노을 지는 A 도시의 늦은 오후 시간은 한국의 퇴근 시간과 비슷한 장면을 찾아볼 수가 있다. 복잡함의 크기는 다르지만, 시장이 문을 닫기 전에 서둘러 물건을 구입하는 사람들, 퇴근을 준비 중인 시장의 상인들, 수많은 릭샤(세발 오토바이)와 화물차들이 좁은 도로 위로 한꺼번에 쏟아져서 움직이지 못하는 러시아워의 풍경은 한국에서도 경험한 익숙한 광경이다. 차이가 있다면, 끊임없이 모스크에서 들려오는 기도 소리와 아주 따가운 아프리카의 강한 햇살, 사막의 모래바람을 통해서 만들어진 뿌옇게 물든 하늘이다.

차드 동부에 있는 변방의 작은 도시 A는 수많은 민족이 함께 어울려서 사는 다이내믹한 도시이기도 하다. 아랍어가 공용어로 사용되고 있지만, 각기 고유의 언어를 가지고 있는 많은 민족이 이 도시를 거점으로 살아가고 있고, 이웃 나라인 수단이나 리비아, 카메룬 등에서 이주해서 사는 사람들도 꽤 있다.

이곳에 처음 도착했던 시간은 뜨거운 햇살이 절정을 향해가는 숨이 턱 아래까지 올 정도로 더운 낮이었지만 자그마한 릭샤를 타고, 앞으로 지내야 할 숙소로 향하는 발걸음엔 기대함이 가득했다. 오랫동안 기다려왔던 이 땅을 밟은 뒤, 사진과 기도 제목으로만 만났던 팀원과 아이들을 직접 만나서 인사 나누고, 현지인 이웃들과 웃으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모든 시간이 주님의 은혜이고, 기도에 대한응답이기에 매일 주님께 감사를 올려드리게 된다.

기쁨과 감사가 있는 A 도시 생활이지만, 한편으로 어려움도 동시에 다가오는 것을 경험하며 더욱 두 손을 모아야 한다는 것을 실감한다. 특별히 밤에 잠을 제대로 못 자는 시간이 쌓이다보니 때로는 마음이 어려울 때가 있다. 팀원들과 동역자들에게 기도를 부탁하고, 원인이 무엇일지 생각하며 찾고 있지만, 새로운 장소에 적응하는 과정 중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며, 영적인 싸움 가운데 있다는 것도 느낀다. 주님을 향한 소망과 하나님의 도우심을 간절히 구하는 시간이 되게 하심에 감사할 따름이다.

새로운 언어를 배우고, 생소한 아프리카 문화에 적응하는 과정은 많은 도전의 연속이다. 시장과 상점들을 방문할 때마다 손과 발과 모든 것을 동원해서 소통하는 나의 모습은 마치 어린아이와 같다. 아직은 어색하고, 어눌한 아랍어로 소통하며 이웃들에게 다가가고 있어 늘 밝은 미소를 무기로 삼아 이웃들에게 도움을 구한다. 어린아이 같이 구사하는 아랍어를 사용해서 물건 가격을 흥정하여 마침내 좋은 가격으로 원하는 것을 구매했던 자그마한 승리의 시간을 떠올리며 주님께 감사하고, 기뻐하게 된다.

외국인 자체도 많이 없지만, 특별히 아시아 사람이 없는 곳이어서 원하지 않는 많은 주목을 받고 때로 친절하지 않은 사람들로부터 어려움을 겪기도 하지만, 이들 또한 복음을 듣고 구원받아야 할 이웃들이기에 그리스도의 마음이 내 삶 가운데 충만해짐으로 이들을 사랑하고 섬기게 되길 소망한다.

현지 문화를 깊이 이해하고, 이웃의 삶으로 들어가는 과정은 꽤 복잡하고 어렵지만, 언어를 조금씩 더 알아가며 이웃들과 교제할수록 이들의 문화와 삶을 그리스도의 사랑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된다. 가까이에서 이웃들이 거짓된 우상과 두려움에 사로잡혀 아무런 희망 없이 하루를 살아가는 것을 보며, 이들을 안타까워하는 주님의 마음도 조금 더 알아간다.

변방의 작은 도시에 한 명의 일꾼을 보내셔서 하나님의 영원한 사랑을 나누길 바라는 주님이 나에게 원하는 것은 먼저 하나님을 예배하고, 주님과 더 깊은 교제의 시간을 가지는 것임을 깨닫게 된다. 주님께서 사랑하시고 긍휼히 여기시는 이 도시의 수많은 사람이, 그리스도의 십자가 사랑을 깨닫고 변화되어 예수님을 향해 ‘주는 그리스도시요 살아 계신 하나님의 아들이시나이다’라고 고백하는 시간이 속히 임하길 소망하며 기도한다.

글 데이비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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