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C(선교사 훈련 대학) 시절 예배실 한 쪽 귀퉁이에 놓여 있던 기도 카드의 ‘그라운드 브레이커(Ground breaker: 혁신자)가 필요하다!’란 문구가 저희 마음에 남아 결국은 이곳까지 오게 되었습니다. 그 당시 80년에 가까운 사역을 이어오면서도 여전히 척박한 땅을 기경할 일꾼을 간구할 수밖에 없었던 이곳의 영적 환경을 여실히 드러내는 기도가 아니었나 생각합니다. 그렇습니다. 그렇게 찾아온 이 땅에서 저희는 여전히 ‘그라운드 브레이커’로 일하고 있습니다. 자라게 하시는 하나님께 은혜를 구하며 때를 얻든지 못 얻든지 말씀의 씨를 뿌리며, 믿음의 공동체가 형성되어 자라고 강건해지는 것을 보기를 소망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씨앗을 받을 만한 부드러운 땅이 되기까지는 더 많은 수고가 필요하다는 것을 느낍니다.
이곳은 서아프리카의 여타 이슬람 국가와 달리, 종교의 자유를 허용하고 있는 드물게 관용적인 국가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사람들 또한 접경 지역인 모리타니아와 말리에서 극단주의 세력이 숨어 들었다는 소문에 저희들보다 오히려 더 불안해합니다. 겉으로 보기에는 한없이 순박한 사람들입니다. 하지만 이는 저희의 존재가 이들에게 아직은 위협이 되지 않는다는 반증일 수도 있습니다. 수년 전 사역자들이 열심을 내던 한 지역에서는 마을의 종교 지도자들을 중심으로 기독교 사역자들이 더 이상 그곳에 거주하는 것을 거부한다는 의사를 밝혀 결국은 사역자들이 떠났고, 그들의 장벽은 더욱 견고해지는 일이 있었습니다. 그로 인해 저희는 전략적으로 조금 다른 모습으로 이곳 사람들에게 다가가고 있습니다.
이곳의 저희가 겪는 어려움은 눈에 보이는 박해와 탄압이 아니라 무관심과 무시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가톨릭으로 인식되는 모든 기독교 신앙에 대한 편견과 삶과 결부된 종교적 열심으로 사람들의 마음은 꼭꼭 닫혀 있습니다. 더욱이 저희가 섬기는 B 족은 11세기경 이곳에 처음 이슬람을 전파한 것에 대한 그 자부심이 대단합니다. 이들은 A 지역의 56개 종족 가운데 복음화율이 0%인 4개 종족 중 가장 큰 종족입니다. 전통적으로 유목민인 이들은 모리타니와 말리, 니제르를 거쳐 차드까지 펼쳐져 있습니다. ‘만약 B 족이 복음화 된다면 서아프리카의 이슬람은 끝이 난 것이다.’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이들의 믿음에 저희는 더욱 도전을 받습니다. 함께 싸울 믿음의 공동체가 가까이 없기에, 저희에게는 기도로 묶인 동역자들과 함께하는 여정이 더욱 소중하고, 아름답게 이어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곳에서는 주술, 귀신들림, 저주, 미신이 일상입니다. 인구의 95%가 토속 신앙과 혼합된 신비주의 수니파로 여겨지는 이곳의 이슬람에는 매우 독특한 점이 있습니다. 종교 창시자인 모하메드보다 ‘마라부’라고 하는 종교지도자가 숭배 대상이 되어 이들의 매일의 삶에 깊숙이 영향을 끼치고 있는 것입니다. 마라부는 코란을 해석해주기도 하지만 점을 치고 부적과 마술을 사용하는 주술사와 비슷합니다. 오랜 세월 배고픔, 갖은 질병에 시달려온 이곳 무슬림들은 집 안 밖과 거리 뿐 아니라 자동차와 목걸이 등에 마라부의 사진을 붙이고 다니며 그 주술이 자신들을 지켜주기를 기원합니다. 이들의 절박함을 이용해 많은 마라부들이 사람들을 미혹하고 사리사욕을 채우는 경우가 비일비재합니다.
이러한 미신적인 일상은 저희를 흔들지 못합니다. 오히려 더욱 견고히 대적해야 한다는 경고가 됩니다. 하지만 이런 긴장 상태에 항상 노출된 삶을 살다 보면 영육간에 쉽게 지치는 것을 경험합니다. 이런 개인의 연약함을 숨기려 해도 숨길 수가 없습니다. 자기중심적인 관계의 미숙함도 마찬가지입니다. 저희의 삶에 영적 중립지대는 없습니다. 능히 대적하지 못하면 공격을 당합니다. 이들을 사로잡고 있는 낙심과 두려움이 저희까지도 삼켜버리겠다고 달려드는 것 같이 느껴집니다. 열악한 기후와 삶의 환경에서 다국적 팀의 하나됨을 이루기 위해 애쓰다 보면, ‘과연 이룰 수 있는가?’라는 의심과 의문이 몰려옵니다. 그리고 깨닫게 됩니다. “아…… 예수님!”
우리가 또 그분과 상관없이 우리 힘을 짜내며 달리고 있었구나! 깨달음의 순간 반전이 시작됩니다.
안팎으로 꼼꼼히 저희를 연단하시는 하나님의 인도하심을 느낍니다. 문화와 개성의 다양성을 조화롭게 사용하시는 하나님의 지혜에 순복하도록 이끄십니다.
치열한 영적 현장에서 갈급함으로 구할 때 주어지는 해갈의 형언할 수 없는 기쁨은 저희에게 주시는 하나님의 특별한 은혜입니다. 치열한 만큼 예민해지고 그 은혜 또한 날것이고 즉각적이니 ‘알 사람만 알도다!’의 경지에 이르게 되는 것이지요. 무엇보다 한없이 순전해지고 겸손해질 수밖에 없는 많은 일을 겪을 수 있다는 것은 우리의 진정한 특권이 아닐까 합니다. 이땅에서 영적 전쟁은 우리의 믿음을 강화시키는 도구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 전쟁의 승리가 이미 우리 것이라 확신합니다. wec
글 이세상, 하나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