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선교 현황은 1979년 이후 본격적으로 조사되었다. 선교사 수는 1979년 93명에서 시작하여 급속도로 증가하였는데, 2020년에 정점(22,259명)을 지난 후, 이제는 조금씩 줄어들고 있다(2023년 21,917명). 그뿐만 아니라 한국 선교사의 고령화도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최근 10년 사이의 가장 큰 변화는 선교사 구성 비율에 있어서 주축이었던 40대가 50대에 자리를 내어준 것이며, 60대 이상의 비율이 급격하게 높아졌다는 것이다. 10년 전 60대 이상은 7% 정도였지만 지금은 약 30%를 차지하며 40대(25%)를 초월했다. 문제는 앞으로 15년 정도는 지금보다 훨씬 더 고령화의 모습을 띄게 되리라는 것이다. 고령화의 문제는 한정된 한국의 선교 기반 속에서 새로운 세대로의 자원과 역할의 이동이 약화할 수밖에 없는데, 당분간 한국 선교 지속성 문제에 큰 부담으로 작용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제, 10년 사이에 은퇴 대상자가 되는 60세 이상은 전체의 약 30%(약 6,500명)이다. 한국 선교 초창기에는 선교사를 보내는 것에 집중하였고, 선교사 삶의 주기 전체를 고려하기는 어려웠기 때문에, 이들은 은퇴 후 특별한 대책이 없는 경우가 많으며 스스로 경제적 대책을 세워야 한다. 더 중요한 것은 변화된 환경 속에서 새롭게 사회화 과정을 거쳐야 하며, 이전의 삶을 통합해야 한다. 이를 위해 개인적인 노력도 중요하지만 선교 단체, 파송교회의 관심과 도움이 절실하며 은퇴 시기 또한 유연해질 필요가 있다.
한국 선교의 지속성에 있어서 젊은 세대의 유입 또한 매우 중요한 요소이다. 사실 오늘날 젊은 세대의 선교 관심이 이전보다 적다고 단정 지을 수는 없다. 단기 선교 관련한 수치는 이를 잘 드러내고 있는데, 2023년 30대 이하의 단기 선교활동 참가 비율은 매우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1-3주 단기선교는 80%, 4주-6개월 미만은 59%, 6개월-1년 미만은 93%가 20대와 30대이다. 이러한 높은 관심에도 불구하고 젊은 세대에게 있어서 장기 선교사로의 헌신 과정에는 여러 어려운 요인이 존재한다고 볼 수 있다. 선교 단체들은 먼저 젊은 세대의 관점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 이들에게 선교사가 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지, 장기 헌신에 어떤 어려움이 있는지 자세히 경청할 필요가 있다. 한국 선교 단체와 교회가 젊은 세대의 상황과 의견을 반영하여 보다 세심하고 깊은 차원에서, 이들과 함께 선교 헌신의 프로세스를 만들어 나간다면 좀 더 좋은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최근 고령화 이외의 두드러진 변화 가운데 하나는 선교 현장의 불안정성이다. 특히, 극단적 지역주의와 민족주의, 종교법 강화, 분쟁, 자연재해의 증가로 인해 선교사들이 귀국하거나 사역지를 변경하는 사례가 늘어가고 있다. 최근 2년간 사역지(거주국가) 변경 이유로 ‘추방’(88명), ‘비자 거절’(36명)이 여전히 가장 높은 요인으로 언급되고 있다. 새롭게 선택한 사역지로는 한국(137명)이 가장 많았다. 이는 선교 현장의 불안정성과 더불어 국내에 형성된 이주민 선교의 기회로 인해, 한국이 주요 선교지로 변화되는 현상이 생겨나고 있는 것이다. 현재 한국 선교사가 국내 외국인을 대상으로 사역하는 비율은 2022년 3%에서 현재 4%(약 800명)로 늘어났으며, 이후 계속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작년 한 해 신규 파송 선교사가 사역지로 선택한 나라 중에 한국(42명)이 가장 높았다. 또한, 실제 거주지를 반영하였을 때, 임시 방문을 제외한 한국 거주 선교사는 2,000명 이상으로, 한국은 가장 많은 선교사가 거주하는 지역으로 변모하게 되었다는 것을 알수 있다. 선교지 불안정성으로 인해 야기되는 위기관리, 선교지 개념 변화, 사역지 변경 등으로 인해 여러 선교사들이 국내에 머무르게 되는 현상은 기존의 해외 선교의 개념 속에서 한국 교회가 이해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따라서 선교사는 국내의 소속 단체와의 소통뿐만 아니라, 파송 교회와도 긴밀한 소통과 대화의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한국 선교는 급속한 발전을 뒤로하고 이제 고령화로 인한 문제와 젊은 세대의 부족, 그리고 선교 현장의 불안정성 앞에 서 있다. 단순한 대책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오히려 본질에 기초한 숙고와 성찰을 통해 한국 선교가 이전보다 한층 성숙한 면모를 지닐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wec
글 홍현철 (한국선교연구원 KRIM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