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ID로 인해 선교에 변화가 일어나고 있습니다. 이런 변화가 한국교회에 주는 분명한 도전 가운데 하나는 서구 교회에서 시작된 근대적 패러다임으로는 세계선교를 지속할 수 없다는 점입니다. COVID로 인해 일어난 변화를 하나님의 섭리로 받아들이고, 세계선교를 촉진하는 기회로 삼기 위해서는 성경이 제시하는 선교의 원리와 방법으로 방향을 전환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필자는 그 가운데 두 가지 전환되어야 할 방향을 생각해 보려고 합니다.
첫째, 프로젝터 중심에서 제자 삼는 선교로
현대선교는 교육, 의료, 사회개발, 교회당, 선교센터 건축 등 프로젝터를 중심으로 진행되어왔습니다. 서구 교회가 상당한 인적, 물적 자원을 동원해 이런 프로젝터를 추진할 수 있었던 것은 국가와 교회가 정치적, 경제적, 문화적 힘을 지니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한국교회는 서구 교회로부터 복음을 전달받고 선교를 배웠기 때문에, 선교를 생각하면 선교센터와 학교와 병원 그리고 사회개발을 떠올리고 거기에 역량을 쏟아 왔습니다. 그러나 COVID는 한국교회에게 이런 형태의 선교는 지속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알려주었습니다. 이미 변곡점에 도달한 한국교회의 선교역량은 COVID로 인해 더 빠르게 감소하고 있습니다. 이런 사실이 의미하는 것은 물량에 의존하는 선교는 지속될 수 없다는 것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선교가 위기에 처하는 것은 아닙니다. 선교역사를 돌이켜 보면, 돈과 문화적 힘에 기반을 둔 선교는 근대에 생겨난 것입니다. 그 이전에도 교회가 교육과 구호사업을 하면서 복음을 전했지만, 필요한 재정은 현지 교회의 힘으로 조달했습니다. 그리고 그러한 일들도 선교에서 본질적이고 주된 방법은 아니었습니다. 예수님은 제자들을 전도하러 보내실 때 경비를 지원하지 않으셨고(마 10:9) 건물이 아니라 “모든 민족을 제자로 삼으라”고 명령하셨습니다(마 28:18~20). 사도 바울 또한 자신을 파송한 안디옥교회로부터 재정을 지원받아 교회를 세운 예는 없었습니다. 예수님과 바울의 선교 전략은 복음을 전하여 제자로 삼아서, 그 제자가 또 다른 제자를 낳는 연속 작용이 일어나도록 하는 것이었습니다. 예수님은 누구든지 자신을 따르는 제자라면 부의 유무에 구애받지 않고 순종 하고 실천할 수 있는 선교 방법을 가르치셨습니다. 베드로와 바울은 그러한 방법으로 선교했고 그 방법을 따를 때 좋은 열매를 맺습니다. 그러므로 한국교회는 하나님이 COVID를 통해 주신 메시지를 기회로 삼아, 알면서도 실행에 옮기지 못했던 프로젝터 중심의 선교에서 제자 삼는 선교로 방향을 전환해야 합니다.
둘째, 선교사 중심에서 현지 교회 중심의 선교로
COVID는 선교사들의 이동과 활동을 제한했습니다. 여러 선교사가 선교지를 떠나 있어야 했으며, 남아 있던 선교사들도
거주지를 벗어나 복음을 전하거나 교회를 돌볼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현지 교회 지도자들은 이러한 제약을 덜 받았기 때문에 복음을 전하며 교회를 돌볼 수 있었습니다. 이런 경험은 선교가, 선교사 중심에서 현지 교회 중심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점을 알려주었습니다. 이것도 새로운 사실은 아닙니다. 사도 바울과 그가 선교하여 세운 교회들과의 관계를 보면 금방 알 수 있는 것입니다. 선교단체와 선교학자들은 이미 오래전부터 선교사가 현지 교회에 사역을 ‘이양’하고 선교사와 선교사, 선교사와 현지 지도자들 사이의 ‘관계망 형성’ (networking)과 ‘협력’(collaboration)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주장해 왔으며, 세계 선교의 흐름도 이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그런데 한국 선교사들에게서는 이러한 전환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습니다.
그런데 COVID 상황이 한국교회 선교가 이런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알려준 것입니다. 이양과 관계망 형성과 협력을 통한 현지 교회 중심의 선교는, 선교지 교회가 외부에 의존하는 악순환에서 벗어나 자립하고 성장하여 세계선교에 동참할 수 있도록 만듭니다. 그러나 선교사 중심의 선교는 생산성과 효율성이 떨어져 결국 퇴보하게 될 것입니다. 그러므로 한국교회의 선교는 선교사 중심에서 현지 교회 중심으로 방향을 전환해야 합니다.
선교의 주인이신 하나님은 교회를 자극하고 이끄셔서 선교가 여기까지 이르게 하셨습니다. 우리는 COVID 가운데 섭리하시는 하나님을 믿고, 하나님께서 이 재난을 사용하셔서 우리에게 말하고자 하시는 것을 듣고 순종해야 합니다. 그럴 때 이 새로운 도전은 우리가 기대하지 못했던 하나님의 지혜와 능력을 경험하는 기회가 될 것입니다.
글 김성운(고려신학대학원 선교학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