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잔운동은 1974년 스위스 로잔에서 처음 개최된 전 세계적인 복음주의 운동이다. 당시 복음주의권 교회는 두 가지 큰 문제를 안고 있었다. 한 가지는 2차 세계 대전 이후 선교지에서의 선교사 철수가 가속화되면서 세계 복음화에 위기를 가져왔다는 것, 다른 하나는 서구 사회의 세속화로 인해 복음의 본질에 대한 혼돈이 팽배해졌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빌리 그래함(Billy Graham)과 존 스토트(John Stott)등을 중심으로 세계 복음화를 위해 전 세계 복음주의 지도자들이 모인 것이 로잔대회의 시작이다. 1974년의 첫 모임에서는 위에 언급한 두 가지 문제를 풀기 위한 신학적 지평이 제시되었다. 첫째는 랄프 윈터(Ralph Winter)가 제시한 미전도 종족 선교 개념으로, 선교는 멀리 해외로 가는 것만이 아니라 문화를 넘어가는 방식으로 이해되어야 한다는 주장이고, 둘째는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이 세상에 영향을 주기 위해서는 복음의 전파와 삶으로 복음이 나타나야 하는 두 가지 측면, 즉 복음 전파와 사회적 실현이 총체적으로 복음을 드러내야 한다는 시각이었다. 이러한 복음주의 교회의 신앙고백을 정리한 것이 74년 제1차 로잔대회에서 발표한 로잔 언약이다.
지난 50년 동안 1989년 제2차 마닐라대회와 2010년 제3차 케이프타운대회 그리고 중간에 열린 각종 모임을 통해서 제1차 로잔대회에서 발표한 방향을 발전시켜 왔다. 로잔운동에서 중요한 것은 다양한 모임에서 발표된 문서들이다. 1974년의 로잔 언약, 1989년의 마닐라 선언, 2010년의 케이프타운 서약, 그리고 각종 모임에서 발표된 69개의 문서(Occasional Papers)를 통해서 복음주의 교회가 관심을 가져야 할 각종 주제에 대한 성경적, 신학적, 실천적 대안을 제시하여 세계 복음주의 교회의 방향을 주도해 왔다.
내년인 2024년, 9월 22일부터 28일까지 한국 송도컨벤시아에서 제4차 로잔대회가 열린다.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의 여러 나라에서 공동 준비위원회를 구성하여 로잔국제본부와 함께 대회를 개최하게 된다. 이제까지 15년 정도의 간격을 두고 로잔대회가 열렸는데, 그때마다 세계복음주의 교회가 직면하고 있는 과제들에 대한 통찰력 있는 방향을 제시해 왔다. 이번 4차 서울 로잔대회에서도 오늘날 복음주의 교회가 직면한 문제를 함께 논의함으로써 다가오는 시대에 세계 복음화의 과제를
적절하게 해결할 계기가 되길 기대하고 있다.
오늘날 세계 교회는 몇 가지 중요한 도전 앞에 서 있다. 첫째, 가장 큰 변화는 ‘세계 기독교 (World Christianity)’ 혹은 ‘지구촌교회(Global Church)’의 등장이다. 대략 지난 1000년 동안 세계 교회는 서구교회가 중심이었다. 그러나 최근까지 서구교회에 의해 복음을 받아들이고 있던 비서구의 교회들 즉, 아시아와 아프리카, 남미 등의 교회들이 엄청난 속도로 성장하면서 이미 세계 기독교 인구의 70% 이상이 비서구권에 속해 있다. 비서구권 교회의 성장 속도는 더욱 빨라지는 추세이고 이제까지는 선교지였던 나라와 교회들이 이제는 선교하는 곳으로 전환되고 있다.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이제까지 서구교회의 방식과 방법으로 시행된 선교에 새로운 변화가 요청된다는 것이다. 기독교 역사상 처음으로 세계 모든 곳에 교회가 생기고 있고, 그 교회들이 세계 복음화를 위해서 동등한 위치에서 서로 협력해야 하는 시점이 온 것이다. 지금까지의 선교 방식 중에서 이어가야 할 것과 단절해야 할 것을 잘 분별하고 함께 만들어 가는 시도를 해야 한다.
특히 새롭게 성장하는 비서구의 젊은 교회의 목소리를 경청하고 함께 할 필요가 있다. 오늘날 선교는 이전처럼 특정 나라가 중심이 되는 것이 아니라, 방향에 있어서는 다중심적(Polycentric)이며, 전 방향적(All Direction)이며, 태도에 있어서는 통합적(Wholistic)이며, 온전한(Integral) 방식으로 진행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둘째, 50년 전 첫 로잔대회 때처럼 오늘날 교회는 세속 사회로부터 또 다른 도전 앞에 직면해 있다. 세상은 훨씬 더 빠른 속도로 세속화되고 있고, 다원화되고 있다. IT와 AI 등 과학기술의 놀라운 발전, 자본주의와 인간 이기주의 확대, 전례 없는 환경파괴 등으로 인해 인간과 사회 공동체의 근본적인 질문을 해야 하는 시점에 와 있다.
따라서 이번 제4차 로잔대회, ‘서울2024’에서는 이러한 도전들 앞에서 어떻게 복음주의 교회와 성도가 그들이 살고 있는 삶 속에서 하나님 나라의 가치를 드러내고, 더 나아가 아직도 복음을 듣지 못한 민족과 문화 집단 안에 스스로 배가할 수 있는 자생적 교회가 세워지는, 교회의 목적을 위한 신학적 지평과 창의적인 대안이 제시되고 서로 협력하는 일이 일어나길 기대해 본다.
글 한철호
(미션파트너스 대표, 한국로잔 부의장, 로잔서울2024 프로그램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