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9월 한국에서 열리는 제4차 로잔 대회를 맞이하여 전세계 200개국에서 5,000명의 선교 지도자들이 참가하여 “교회여, 함께 그리스도를 선포하고 나타내자”라는 주제로 대위임령의 수행을 위해 다양한 논의의 장을 펼친다. ‘한마음으로’ 또는 ‘함께’라는 뜻의 헬라어 호모투마돈(homothumadon)은 신약 성경에 12번 나오는데, 그중 10번이 사도행전에서 발견되며, 기독교 공동체의 독특함과 연합을 가리킨다.
삼위일체 교리는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하나님의 선교를 위해 하나 된 하나님 백성 공동체의 모습을 세상에 보여준다. 페리코레시스(perichoresis)는 삼위 하나님의 상호 사랑, 소통, 교제, 내주를 의미한다. 즉, 세 위격이 상호 침투를 통해 일치와 연합을 이룬다. 교회와 선교단체가 삼위일체의 관계를 반영하는 것은 하나님의 선교를 위한 협력의 근거이다. 본질적으로 삼위일체는 아버지와 아들과 성령 간의 상호성을 반영하고, 예수 그리스도의 성육신은 삼위일체 하나님과 하나님 백성 간의 선교적 친교와 소통을 보여줄 뿐 아니라 예수 그리스도의 길을 따르는 교회와 그리스도인의 삶의 방식을 나타낸다. 요한복음 17장에서 “아버지와 내가 하나인 것처럼, 너희는 내 안에서 하나가 돼라.”라는 예수님의 말씀은 하나님의 선교의 핵심 주제이다. 세계 복음화를 위한 로잔 운동은 선교를 위한 일치와 연합을 이렇게 표현한다. “우리가 하나 되어 살고 동반자로서 협력할 때, 우리는 십자가의 초자연적이고 대항 문화적인 능력을 드러내게 된다. 그러나 우리가 함께 협력하는 데 실패하여 불화를 보일 때, 우리는 우리의 선교와 메시지를 손상시키고 십자가의 능력을 부인하게 된다.”(케이프타운 서약 2부 5장).
세계 기독교 운동의 역사는 1세기부터 오늘날까지 복음의 확산을 위해 하나님께서 사용하신 지역 교회와 선교 단체 간의 협력에 관한 이야기다. 이러한 협력 구조는 서로를 풍요롭게 하고 함께 더 많은 것을 성취한다. 서구 중심의 단일 방향 선교에서 다중심적 선교(polycentric mission)로의 패러다임 변화가 일어나면서, 다수세계(the Majority World) 국가들은 지역교회와 선교단체가 서로 경쟁하지 않고 협력할 수 있는 아름답고 적절한 방법을 찾기 위한 활발한 대화와 노력을 하고 있다. 역사적으로, 지역교회와 선교단체의 대립과 분열은 하나님의 선교의 커다란 손실을 초래했다. 선교 현장에서의 경쟁과 중복투자로 인한 손실을 초래했고 토착교회 설립과 발전에 지대한 장애물로 작용했다.
교회의 본질은 선교이기에, 교회는 하나님의 선교를 위해 존재한다. 교회는 하나님 나라를 위한 조직이지만, 만일 교회가 선교적 본질을 상실하면 하나님 나라를 지향하지 못하고 제도화의 덫에 빠지게 된다. 선교단체도 조직이지만 조직적 특성보다는 운동의 성격을 띠고 있다. 두 조직의 공통점은 모두 선교를 위해 존재한다는 것이다. 교회는 지역사회에 보냄 받은 선교적 공동체의 특징을 띠고 있는 반면, 선교단체는 경계선을 넘는 열방을 향해 나아가는 운동의 특징을 띤다. 랄프 윈터(Ralph Winter)가 초대교회의 회당과 교구 조직을 모달리티(modality), 바울의 선교단과 중세 수도원을 소달리티(sodality)라고 부른 것은, 둘의 차이점을 부각시키려는 의도가 아니라, 두 조직이 가진 궁극적인 존재 목적이 동일하다는 것을 표현하고자 한 것이다. 하나님의 선교에서 흘러나온 하나님 백성의 선교는 더 이상 하나의 중심에서 다양한 주변부로 향하는 서구 중심의 선교 모델이 아니다. 그것은 하나님 나라의 공동체로서 지역에 기반을 둔 교회가 지역사회에 성육신적으로 참여한다는 의미에서 선교적 차원(missional dimension)을 담지한다. 지역교회가 예수 그리스도의 대위임령의 수행 목표를 추구한다면, 인접 지역에 대한 관심뿐 아니라 세상과 열방을 품는 선교적 공동체가 되어야 한다. 지역교회는 제도와 조직을 통해 말씀을 선포하고 성례전을 집행하는 신앙과 직제라는 의도(intention)를 갖고 있다. 교회는 누구에게나 열려 있으며 각자의 믿음의 정도에 따라서 헌신의 정도가 다르다. 그러나 선교단체는 구성원의 더 철저한 헌신을 요구하며 열방의 복음화라는 동일한 목표를 추구한다. 선교사가 성장한 모판은 지역교회이다. 그러나 선교사를 훈련하고 돌보며 성숙하게 성장시키는 것은 주로 선교단체의 몫이다.
오늘날 다양한 인구통계학적, 사회문화적 요인으로 인해 성장정체에 직면한 한국교회와 선교단체는 협력 촉진을 통한 다중심적 선교자원 동원이 절실하게 요청된다. 특히, 장단기 선교사 훈련, 선교사 멤버 케어 및 MK/TCK(제 3문화 아이들) 돌봄, 선교 동원, 신학교육, 다문화 선교 등은 어느 한쪽이 감당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성경적인 협력과 협업이 없으면 하나님의 선교를 이룰 수 없다. wec
글 최형근 (서울신학대학교 선교학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