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약함 속에서 이뤄지는 하나님의 선교

by wecrun

WEC국제선교회 한국본부는 2025년 3월부터 13주간, 13명의 선교사 후보생들과 함께 장기선교사 영입훈련(Candidate Orientation)을 은혜 가운데 잘 마무리하였습니다. 한국 선교가 직면한 최근의 큰 도전 중 하나는 헌신자의 수가 점점 줄어들고 있는 현실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마다 하나님께서 귀한 이들을 저희 선교회로 불러주시고, 함께 동역하게 하시는 일은 늘 감사의 제목입니다. 그 안에는 언제나 새로운 감동과 깨달음이 있습니다.

이번 훈련도 그러했습니다. 서로 다른 배경과 여정을 가진 후보생들이 하나님의 부르심에 순종하여 선교의 길을 준비하는 모습은 그 자체로 하나님의 영광을 보는 일이었습니다. 그러나 훈련의 마무리는 모두에게 순조롭지만은 않았습니다. 어떤 이들은 아직 파송교회가 정해지지 않았고, 재정적인 후원도 충분히 준비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선교지로 떠나기 위한 실질적인 기반이 부족한 상황 속에서 그들의 앞날은 다소 불확실해 보이기도 합니다. 물론 이들이 본국에 더 머물며 준비해야 할 시간과 과정이 필요하기에 하나님께서 그들을 잠시 멈추게 하셨을지도 모릅니다.

그럼에도 이러한 현실을 바라보며 가슴 한편이 답답하고 안타까운 마음이 드는 것은 어쩌면 제 믿음이 여전히 연약하기 때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사람의 눈으로 보면 준비되지 않은 채 나아가는 이들의 모습이 염려스럽고, 그들의 미래가 막연하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그러나 돌이켜보면, 하나님께서는 언제나 사람의 부족함과 연약함을 통해 일하셨습니다. 하나님의 사역은 결코 인간의 능력이나 자원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님을 저는 해마다 이 자리에서 다시 배우고 있습니다.

예수님께서 이 땅에 오신 모습이 그러했습니다. 세상의 기준으로는 아무런 힘이나 지위, 자원도 없이 가장 낮고 연약한 사람의 모습으로 오셨습니다. 하나님의 선교는 언제나 ‘강함’이 아니라 ‘연약함’을 통해 시작되었고, 지금도 그렇습니다. 초대교회의 제자들 또한 마찬가지였습니다. 든든한 후원 체계나 안정된 파송교회 없이 그들은 오직 하나님의 부르심에 순종하여 길을 떠났습니다. 그리고 그 순종의 발걸음 위에 하나님의 나라는 세워졌습니다.

사도 바울은 고린도후서 12장 9절에서 이렇게 고백합니다. “내 은혜가 네게 족하도다 이는 내 능력이 약한 데서 온전하여짐이라.” 이 말씀이 오늘 우리의 선교 현실에도 그대로 적용된다고 믿습니다. 사람의 연약함 가운데 임하시는 하나님의 능력, 바로 그것이 선교의 참된 동력이자 소망입니다.

세상의 나라는 군사력이나 경제력으로 성장하고 확장됩니다. 겉보기에는 강성해 보일 수 있으나, 어떤 나라도, 제도도 영원하지 않습니다. 인류 역사 속에서 그렇게 강대했던 나라들조차 결국은 흩어지고 사라졌습니다. 그러나 하나님의 나라는 겨자씨처럼 작고 보잘것없는 모습으로 시작되지만, 마침내 큰 나무로 자라 많은 생명을 품게 됩니다. 세계선교는 눈에 보이는 자원과 조건으로만 이루어지는 일이 아닙니다. 보이지 않는 하나님의 나라를 믿음으로 바라보는 사람들에 의해 이루어집니다.

오늘도 여러 연약함 속에서 하나님의 부르심에 순종하여 선교의 길을 준비하는 이들이 있습니다. 그들에게 필요한 것은 완벽한 조건이 아니라, 하나님을 신뢰하는 담대한 믿음입니다. 그리고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그 믿음을 함께 붙들고 동역하는 공동체의 손길입니다.

2025년 여름을 지나며 다시 고백합니다. 선교는 우리의 능력으로 되는 일이 아니라, 하나님의 주권과 그 주권에 순종하는 이들을 통해 이루어지는 일입니다. 연약함은 실패가 아니라, 하나님의 능력이 드러나는 자리입니다. 이 은혜의 여정을 함께 걸어가는 모든 이들과 이 글을 나누며, 무더운 여름 한가운데에서도 하나님의 사랑과 인도하심이 우리 모두의 삶에 충만하시기를 소망합니다. wec

2025년 여름을 지나며
글 김재형, 강경화 (한국 WEC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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