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에 새로운 ‘라마나욧’이 일어나길 소망하며

by wecrun

 어떤 이들에게 가을이라는 계절은 외로움이 더해지는 시간이기도 하다. 대가족에서 핵가족으로, 핵가족에서 일인가족으로 점점 축소되고 있는 현대 가정의 모습과 급감하고 있는 신생아 출생률, 개인주의를 넘어 이기주의로 변해가는 현대의 메마른 삶은 계절과 상관 없이 외로움과 고독을 더욱 느끼게 한다.

 우리가 처한 이러한 시대의 현상을 부인하며 무조건 긍정적인 미래를 강조할 필요는 없다. 그러나 고독으로 메말라 가는 시대에도 우리는 계속해서 하나님 나라 공동체에 대한 꿈을 꾸어야 한다.

 올해, 한국에는 6월의 NCOWE대회와 8월의 선교한국대회 등 중요한 선교대회들이 있었다. 내년에는 제4차 로잔대회(Lausanne Movement)가 한국에서 열린다. 경각심을 가지고 마음을 다지며 대회를 준비하는 모습에서 선교대회들을 통해 세계 복음화를 이루고자 하는 한국 선교계의 열망을 볼 수 있다. WEC 선교회도 같은 마음이다. 그렇지만 세계 복음화는 선교계의 노력과 결의만으로는 결코 이루어 낼 수 없다. 한국교회의 지지와 긴밀한 협력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

 그러나 한국교회는 시대를 뚫고 영향을 주기보다 오히려 세상의 영향을 받는 것 같고, 교회가 가진 영적인 능력과 역할을 잃어버린 것처럼 보인다. 이런 현실을 극복하고 세상을 이끌 영적 지도자가 필요한 것 같지만 시대가 변했다.

 하나님은 이 시대에 영웅적인 한두 사람보다는 우리 모두를 사용하시길 원하신다. 뛰어난 한 사람의 능력이 아닌, 하나님 나라를 이 땅에서 구현해 내는 공동체가 필요하다. 그리고 이러한 공동체는 교회로부터 시작된다.

 성경에서 하나님 나라 공동체를 찾는다면 구약시대 사무엘의 공동체를 떠올릴 수 있을 것이다. ‘라마나욧’은 성경에 나오는 지명 중에서 그렇게 잘 알려진 곳은 아니다. 사무엘은 사울 왕과 결별한 이후, 고향인 ‘라마’로 돌아왔고, 그곳에 *‘나욧’ 을 세워 후학 선지자들을 가르치는 공동체를 만들었다. 다윗이 ‘라마나욧’에 있다는 사실을 사울 왕이 알고 세 번에 걸쳐 다윗을 잡아 오라고 사람들을 보냈으나 그때마다 ‘라마나욧’에 온 사람들에게 성령이 임하여 예언하게 된다.(삼상19:21) 사울 왕 자신도 그런 경험을 하게 되었던 그곳은 불의한 세대에 존재했던 참으로 놀랍고 의로운 공동체였다.

 ‘라마나욧’이라는 공동체는 영적 지도자들을 양성하는 곳이었을 뿐 아니라, 그 시대의 영적인 회복을 이끄는 구심점이기도 했다. 구약시대의 라마나욧처럼, 신약시대에는 초대교회가 하나님 나라 공동체의 온전한 모습을 보여준다. 초대교회는 세계선교의 전초기지 역할을 감당하며, 선교의 동력을 만들어내는 살아있는 공동체였다.

 사무엘 시대의 ‘라마나욧’은 특별한 하나님 나라의 모습을 보여준다. 하나님의 임재로 충만했기에 그곳에 가는 자들마다 성령을 경험하게 되었다. 지금 시대에도 그런 공동체가 절실하게 필요하다. 사람들에게 하나님의 강력한 임재를 경험하게 할 그런 공동체가 필요한 것이다.

 얼마 전 일반 지역교회에서 적응하지 못하고 교회를 전전하는 젊은 청년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교회에 옛 전통과 묵은 관습이 여전하고, 교회에서 용납과 사랑을 느끼지 못했다는 청년들의 이야기를 듣는데 마음이 정말 아팠다. 그들이 전부 옳다고 생각할 수만은 없지만, 교회를 향한 기대의 마음을 읽을 수 있었다.

 구약시대의 ‘라마나욧’과 신약시대의 초대교회에서 보여주었던 하나님 나라의 공동체는 말씀의 가르침, 하나님 임재의 경험, 그리고 성령의 역사가 있어야만 한다. 이러한 영적인 갈망이 삶으로, 인격으로 드러날 때 이 세상은 변화되고 우리에게 남겨진 과업을 완수하게 할 힘을 줄 것이다.

 이 가을, 이 땅에 있는 교회들이 새롭게 ‘라마나욧’으로 일어나길 간절히 소망한다. 나아가 이러한 교회 공동체가 이 민족을 살리고, 세계 선교의 남은 과업을 완수하게 할 동력이 될 것을 기대한다.

가을의 문턱에서
글 김재형, 강경화 (한국 WEC 대표)


*히브리어로 ‘공동체’란 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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