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구의 선교는 이제 막을 내리고 있는가?

by wecrun

지난 200여 년간 서구의 기독교는 개신교 선교의 중심축 역할을 감당해 왔다. 그러나 최근 30여년 전부터 서구가 아닌 남반구(global south)권의 나라들이 기독교 선교의 주력이 되고 있으며, 이들 국가에서 배출되고 있는 선교사의 수적 증가가 이 같은 변화를 뒷받침하고 있다.

그렇다면 서구의 선교는 막을 내리고 있다는 말인가? 한국이 주요 선교사 파송 국가 중 하나가 된 이후로 꽤 오랫동안 한국 선교계의 화두는 어떻게 서구가 주도하는 선교에서 벗어날 것인가? 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세계가 급변하며 지난 천여 년 동안 종교, 사회, 과학 등 다양한 분야에서 선두에 서 있던 서구 중심의 역사적인 흐름이 바뀌어 새로운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이러한 시대적 변화의 영향에 따라, 세계 선교도 서구가 주축이 된 선교에서 다중심 선교(polycentric mission)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이 자리 잡게 되었다.

다중심 선교(polycentric mission)라는 용어가 선교학계에 등장한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다중심(polycentric)이라는 말에서 알 수 있듯, 이는 하나 이상의 중심을 가지고 있다는 뜻이다. 대부분의 종교는 자신들의 종교적인 정체성을 의미하는 하나의 지리적 장소를 가지고 있다. 이슬람의 메카, 유대교의 예루살렘, 힌두교의 바라나시가 이에 해당한다. 반면 역사적으로 기독교는, 지리적으로 중심이 된 곳이 없다. 구약에서 이스라엘이 약속의 땅으로 여겼던 팔레스타인조차도 아시아와 유럽을 모두 포함하고 있다는 점에서 지정학적 다양성을 가지고 있다.

이처럼 기독교는 다른 종교들이 중요시하는 지리적 중심, 특정 민족의 다수, 언어적 독점 또는 신성한 언어와 같은 물리적인 요소에 무게를 두지 않고 그보다 더 본질적인 가치에 중점을 둔다는 점에서 차별성을 가진다.

이러한 배경하에서, 서구 중심 선교가 흔들리고 있다는 말은 단순히 부정적인 의미만 내포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이것은 지금까지 한 곳에 집중되었던 선교가 전 세계로 확산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아브라함을 통해 모든 민족이 복을 받을 것이라는 하나님의 약속이 성취되고 있다는 것으로 이해해도 될 것이다. 이제 기독교는 새롭게 다양한 중심지가 생기면서 다시 초대교회의 다중심주의의 모습으로 돌아가고 있는 것이다.

하나님의 일은 오묘하고, 우리의 생각을 뛰어넘는다. 우리의 마음 문을 활짝 열고 아버지께서 하시는 일을 함께 목도하며 다중심 선교(polycentric mission)라는 새로운 관점에서 선교를 더 크게 볼 수 있기를 바란다. 이제는 서구가 기독교의 중심이 아니듯 또 다른 특정한 지역이 선교의 중심이 될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우리는 모든 곳에서 모든 곳으로 가는(From everywhere to everywhere) 선교의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그러므로 더 이상 서구의 선교와 우리의 선교를 분리해서 생각하거나 서구의 선교는 쇠퇴하고 있다는 비관적인 시각으로 바라보지 말고, 하나님의 우주적 교회를 이루는 한 지체로서 함께 주님의 재림을 준비하며 더 다양한 방법으로 하나님의 나라를 이루어가는 긍정적인 시선으로 선교를 바라보아야 할 것이다.

올해도 많은 지역 교회에서 세계 곳곳을 누비며 복음의 행전을 써 내려갈 것이다. 이 발걸음이 얼마나 아름답고 복된 걸음인지, 또한 선교가 얼마나 하나님을 기쁘게 하는 일인지 깨달으며, 선교의 다양한 중심축을 경험하는 귀한 시간이 되길 소망한다. wec

2024년 열정의 여름을 기대하며
글 김재형, 강경화 (한국 WEC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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