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교에 대한 환상과 현실의 벽을 넘어

by wecrun

한국WEC국제선교회 한국본부는 올여름 7월, 본국과 해외 선교사들이 함께 모여 영적인 교제를 나누는 3박 4일의 가족수련회를 가졌다. 예배를 통해 영적 충만함을 누리고 오랜만에 만나는 반가운 얼굴들과 교제하며 서로를 격려하는 은혜가 가득한 시간이었다. 공동체와 함께하는 시간은 선교사들에게 꼭 필요하다. 현장에서의 실질적인 어려움을 진솔하게 나누며 서로의 상황에 대한 깊은 공감이 자연스레 일어나기 때문이다. 이를 통해 많은 이들이 치유의 은혜를 경험하기도 한다.

가족수련회의 마지막 날 성찬식 때 본 선교회 이사장님은 이런 말씀을 전하셨다. “교회는 선교와 선교사들에 관해 어떤 환상을 가지고 있는데 선교사님들의 간증을 들으면 선교가 얼마나 현실인지를 새롭게 느끼게 됩니다.” 일반 지역교회는 선교사를 어떤 특별한 부름을 받은 사람으로 인식하며 그들의 삶과 사역이 일반 성도들과는 상당히 다를 것이라 생각한다. 이런 생각은 충분히 이해할 만하다. 선교
지마다 고유한 문화의 특성과 다양한 상황으로 인해 말로 설명하기 힘든 고난과 어려움이 분명히 있다. 그러나 선교사들도 인간 사회 어디서나 일어날 수 있는 보편적인 문제들로 고민하며 살아가고 있고 그러한 보통의 사람들이 하는 사역이 바로 선교인 것이다.

선교지에 대한 환상이 가져오는 현실의 문제 가운데 하나는 아이러니하게도 그리스도인들이 선교지에 대한 물질적인 공급에 있어서 지나치게 관대하고 자비롭다는 사실이다. 교회와 성도들의 재정적인 관대함과 자비로움이 선교지에서 아름답게만 사용될 것이라는 기대와는 달리 오히려 선교지를 더 어렵게 만들 수도 있다는 게 현실이다.

오늘날 선교의 큰 문제 중의 하나는 ‘번영의 복음’이 선교지에 점점 더 많이 스며들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가 선교지로 삼고 있는 대부분의 나라에서는 기독교가 번영의 복음으로 자연스럽게 퍼져간다. 그 이유는 경제적으로 어려운 지역들이 대부분이기도 하고 ‘기독교적 번영’의 가르침이 정령숭배적 세계관과 쉽게 혼재되어 나타나기 때문이다.

이러한 형태의 가르침은 참된 복음과 진정한 제자도를 사라지게 할 가능성이 크다. 또한 선교사들도 본국과의 관계 안에서 눈에 보이는 선교의 열매나 결과적인 숫자를 원하는 본국으로부터 많은 물질적 도움을 요청하게 되고, 비교적 헌금과 물질에 관대한 한국 교회는 선교에 있어 물질적인 도움을 주는 것에 많은 비중을 두게 된다.

이런 결과로 세계 2/3의 많은 신생 교회들은 외국에서 흘러온 헌금과 자금으로 넘쳐나고 있으며, 이로 인해 현지의 교회 건강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런 형태들은 이전 서구 선교가 실수했던 부분이기도 하다. 우리의 선교가 이런 실수를 답습하지는 말아야 한다는 반성이 현재 한국 선교의 화두이다.

물론 물질적인 도움이나 헌신이 선교지에 필요 없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요지는 ‘이 선의(善意)의 관대함이 어떻게 선교 현장에 건강하지 않은 의존성을 피하고 자생적 성장을 지원하는 방식으로 전달될 수 있는가?’라는 실제적인 고민에 대한 해답을 교회와 선교사가 함께 찾아가야 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이 깊어져 가는 결실의 계절에 선교회와 선교사들을 후원하며 동역하는 교회가 더욱 현실적인 통찰력을 가지고 실제적인 영적 필요와 물질적 공급을 통해 현존하는 선교의 환상과 현실의 간격을 좀 더 줄여 나간다면 우리의 관대함이 선교의 현장에서 더 아름다운 영향력을 발휘할 것이라 믿는다. wec

2024년 열매를 기다리는 가을의 문턱에서
글 김재형, 강경화 (한국 WEC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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