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와 디지털 시대의 선교

by wecrun

수백 년 전 ‘갈릴리 사람’이라는 뜻의 이탈리아어 형용사를 이름으로 가진 한 사나이가 있었다. 우리가 잘 아는 갈릴레오 갈릴레이다 그는 당대의 유명한 물리학자요 천문학자였고, 당시에 당연히 여겼던 천동설(모든 천체가 지구를 중심으로 돈다는 학설)을 부정하고, 지구가 태양을 중심으로 공전한 다는 지동설을 주장했다. 그러나 그것은 곧 종교에 반하는 이단적인 이론으로 여겨져 로마 교황청으로 부터 지동설을 철회하도록 강요받았던 역사를 우리는 알고 있다.

시간이 흐른 지금 이런 역사의 사건들을 대할 때면 인간의 한계와 무지함에 스스로 부끄러워지기도 한다. 그럼에도 인류는 끊임없는 탐구와 노력으로 우주 만물의 신비를 밝혀내고 과학 원리를 바탕으로 새로운 발명을 이어간다. 갈릴레오의 역사적 사건으로 우리는 마치 종교와 과학은 상반된 것처럼 여긴 적도 있지만, 그것은 기독교라는 종교와의 부딪힘이 아니라 제도화된 종교 권력과의 갈등이었다고 말할 수 있다.

성경은 하나님의 신비와 오묘함을 많은 곳에서 다양하게 표현한다. 인류는 그 모든 것을 다 발견하거나 이해하지 못하는 제한된 차원에 머물러 있으며, 이는 인간이 하나님과는 본질적으로 다른 유한한 존재임을 일깨워 준다. 이러한 관점에서 과학의 발전은 하나님의 신비를 점차 밝혀나가는 놀라운 발견의 과정이라 할 수 있다.

최근 디지털 시대의 선두 주자로 떠오른 AI(인공지능)는 우리의 삶 속에 빠르게 파고들고 있다. 2016년 알파고(AlphaGo)의 등장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큰 충격을 주었던 인공지능은 사람의 뇌처럼 스스로 학습하고 분석하는 능력을 점점 더 갖추어 가고 있다. 이러한 발전에 대해 다양한 의견이 존재한다.

특히 기독교계에서는 AI와 같은 새로운 과학적 산물에 대해 경계와 함께 두려움과 의구심을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과학과 기술은 본질적으로 선도 악도 아닌 중립적인 존재(neutral thing)일 뿐이다. 지동설의 경우처럼, 새로운 분야에 대한 지식의 부족에서 비롯되는 우려는 이해할 수 있으나, AI를 막연히 두려워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우리가 경계하든 아니든, 세상은 계속 발전을 거듭할 것이고, 이러한 중립적인 기술의 긍정적 또는 부정적 영향은 그것을 사용하는 사람들의 손에 달려 있다. 따라서 미리 지나치게 염려할 필요는 없지만, 이러한 기술이 우리의 신앙과 선교에 방해 요소로 작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단언할 수도 없다.

그렇다면 디지털과 인공지능의 시대에 선교는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까? 아직도 우리가 알지 못하는 수많은 영역이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해 명확한 답을 내리기는 이른 것 같다. 기술은 종종 해답을 제시하기보다는 더 많은 질문을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결국, 이 세상이 이미 던져 왔던 근본적인 질문들이 더 다양하고 예리하게 다가올 것이다.
선교학적인 측면에서 AI와 그 외 신기술의 잠재력은 엄청나지만, 이 도구들을 사람과 사람 사이를 연결하고 기독교 선교의 실체적 본질을 대신할 수단으로 사용하는 것은 위험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비록 AI 기반 도구가 복음을 설명하거나 인간이 할 수 있는 복잡한 작업을 수행할 수 있을지라도, 이에 대해 진실되게 증언하거나 진정한 은혜와 복음의 핵심인 죄로부터의 구속을 경험할 수 없으며, 삼위일체 하나님과의 교제도 가질 수 없기 때문이다.

필자는 주님 다시 오심을 종종 상상해 보곤 한다. 과거에는 주님 재림을 구체적으로 그려보기 어려웠지만, 사도행전 1:11의 말씀처럼 ‘하늘로 가심을 본 그대로 오시리라’는 구절이 오늘날 과학 기술의 발전과 연결되며 새로운 상상을 가능케 한다. 자동 번역 기술과 글로벌 네트워크 덕분에, 모든 민족과 백성, 방언에서 지구의 모든 시간대를 초월하여 동시에 주님의 재림을 목격하는 광경을 떠올릴 수 있게 된 것은 경이로운 과학의 발전이 아닐 수 없다.
이처럼 새로운 AI와 디지털 시대에 우리는 염려나 두려움보다는 확신과 긍정적 시각을 가지고 온 열방에 지속적으로 복음을 선포해야 할 사명이 있음을 깨닫고 시대의 도구를 통해 하나님의 뜻을 이루는 일에 적극적으로 동참하며 그분의 역사를 함께 써 내려가야 할 것이다. wec

2025년 소망을 품는 겨울의 문턱에서
글 김재형, 강경화 (한국 WEC 대표)
사진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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