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도시 안에 모인 열방
UAE

by wecrun

아랍에미리트(UAE)는 단일 민족 국가라기보다, 한 도시 안에 수많은 민족과 언어, 삶의 서사가 동시에 존재하는 공간이다. 중동과 남아시아,아프리카를 잇는 교차로 위에 세워진 이 나라는 세계 각지에서 모인 사람들이 함께 살아가는 거대한 플랫폼과 같다. 이 땅에서의 사역은 한 나라를 향한 선교라기보다, 한 도시에 모인 열방을 마주하는 사역에 가깝다. 그러나 이 땅의 중심에 있는 에메라티 현지인들은 세계에서 가장 복음을 전하기 어려운 민족 가운데 하나다. 

그들은 아랍 세계의 ‘큰 형’이라는 자부심과 함께 경제적, 문화적, 사회적 영향력을 통해 세계 경제 질서의 중요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이러한 정체성은 외부의 종교적 설득에 대한 높은 경계로 이어진다. 세상적으로는 엄청난 부요를 누리고 있지만, 복음 전파의 관점에서는 매우 척박한 땅이 바로 이곳이다. UAE에서는 현지인을 대상으로 하는 전통적인 방식의 복음 전도가 법적으로 허용되지 않는다.     

공개적인 전도나 종교적 설득은 명확한 제한 대상에 해당하며, 이는 반드시 존중되어야 할 사회적 질서다. 따라서 이 땅에서의 선교는 기존의 익숙한 방식으로 접근할 수 없으며, 합법성과 윤리를 전제로 한 전혀 다른 형태로 이루어져야 한다. 이 땅은 오랫동안 많은 선교사들에게 동경의 대상이었지만, 실제로는 결코 쉽게 허락된 곳이 아니었다. 명확한 직업 및 체류 구조, 높은 생활비와 문화적 장벽으로 인해 선교사들이 오래 머물지 못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이러한 환경 속에서 우리의 사업은 직접적인 선교 사역이 아니라, 선교적 플랫폼을 세우는 일이다. 이 땅에서 병원은 기독교적 기관일 수 없으며, 기존의 선교 병원 개념으로는 운영될 수도, 운영되어서도 안 된다.

병원은 중립적 공공 영역으로서 지역 사회의 공공선을 위해 의료를 제공해야한다. 우리는 외부에서 들어온 기관이 아니라, 지역 사회와 함께 살아가며 섬기는 병원이 되기를 지향한다. 의료 현장과 일상의 자리에서 맺어지는 관계 속에서 복음이 자연스럽게 흘러갈 수 있다고 믿는다. 병원 사업은 약 3년 전부터 실무팀이 현지에 들어와 준비를 이어오고 있으며, 약 12명의 사역자들이 의료, 행정, 기획 등 각 영역에 직접 참여하고 있다.

건축은 2026년 하반기 시작을 목표로 준비 중이며, 2028년경 병원 개원을 기대하고 있다. 개원 이전까지 실무진과 의료진은 현지 병원에 취업해 보건의료 시스템을 이해하고, 임상과 행정 전반에 대한 경험을 쌓을 예정이다. 이는 단순한 대기 기간이 아니라, UAE 현실에 맞는 병원 모델을 세우기 위한 필수적인 학습의 시간이다.

또한 이 사업은 병원 설립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우리는 커뮤니티 센터를 통해 한국어 교육을 비롯한 다양한 한국 문화 프로그램과 지역 사회 발전을 위한 문화 사업을 함께 펼칠 계획이다. 의료와 문화, 공동체가 분리되지 않고 연결될 때 병원은 치료의 공간을 넘어 지역 사회와 함께 성장하는 삶의 기반이 될 수 있다고 믿는다.

이 땅에 관심 있는 이들은 먼저 ‘현지에서 무엇을 필요로 하는가’에 대한 분명한 이해와 전문성을 준비해야 한다. UAE는 이 사회에 실제로 기여할 수 있는 전문가를 요구한다. 이는 텐트메이커로서의 정체성을 분명히 세우는 일과 같다. 또한 일상의 삶 속에서 하나님 자녀로서의 정체성이 명확하지 않다면, 전통적으로 복음을 전하기 어려운 현실과 녹록지 않은 생활 환경 속에서 쉽게 지칠 수 있다. 이곳에서는 사역과 삶이 분리되지 않고 복음이 삶을 통해 흘러간다는 사실을 믿는 이들이 오래 견딜 수 있다. 우리는 이 병원 사업을 통해 더 많은 사역자들이 이 땅에 합법적이고 지속 가능한 삶의 터전을 마련하기를 소망한다. 겉으로 드러나는 조직이 아니라, 관계로 연결된 기독교 공동체가 형성되어 메마른 땅 가운데 생수가 스며들듯 조용하지만, 견고한 숲이 이루어지기를 바란다. 이것이 우리가 이 땅에서 바라보는 가장 현실적인 하나님 나라의 모습이다. wec

글 소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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