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곳의 아침은 고요하다. 그러나 이 고요함이 평안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가장 치열한 전쟁은 언제나 눈에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일어나기 때문이다. 굉음이나 충돌이 아니라, 믿음과 염려, 순종과 조급함 사이에서 벌어지는 싸움이다.
지난 3년간 이곳에서의 삶과 사역은 바로 이러한 보이지 않는 전쟁 속에서 주님과 함께 걸어온 느린 순례의 시간이었다. 병원을 건축하고 개원하며 운영을 준비하는 과정은 겉으로 보기에 행정과 시스템의 문제처럼 보였다. 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이 여정의 본질은 내면의 정렬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팀은 속도를 원했지만, 하나님은 방향을 물으셨다. 빨리 가는 것보다 그분을 따라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우리는 몸으로 배워야 했다.
처음 이 도시에 왔을 때, 우리는 건축에 대해 거의 알지 못했다. 도면은 낯설었고, 행정 절차는 복잡했으며, 사역을 위해 현지인들과 관계 맺는 일은 넘기 어려운 장벽처럼 느껴졌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우리는 전략을 내려놓고 기도할 수밖에 없었다. 리더로서 하나님 앞에 먼저 서는 법을 배우며 팀을 세워가기 시작했다.
주님은 필요한 때마다 한 사람, 한 사람을 보내주셨다. 그들은 언어 과정을 마친 후 실무에 참여하게 되었고, 이제는 열두 명의 팀이 되었다. 한국에서 새 건축 본부장이 합류하면서 우리는 소망 가운데 다음 단계를 준비하고 있다. 여성 사역자들은 현지 자매들과 관계를 맺기 위해 여러모로 수고했다. 문화적 거리와 조심스러움 속에서 사랑으로 다가가는 일이 쉽지 않았지만, 그 과정 자체가 영적 전쟁이자 훈련이었다. 남성사역자들 역시 현지 형제들과의 관계를 위해 기도하며 나아갔다. 우리는 관계가 기술이 아니라 인내와 진실함 위에서 자란다는 사실을 배웠다. 정착 초기에는 비자 문제와 자녀들의 학교 문제로 마음을 졸이던 시간도 있었다. 선택지가 많지 않았고, 시간이 촉박했다. 그때 우리는 스스로에게 질문할 수밖에 없었다.
“나는 하나님을 신뢰하고 있는가, 아니면 그저 상황이 빨리 해결되기를 바라고 있는가?”
불편한 질문이었지만, 믿음을 점검하고 단단하게 하는 은혜의 통로가 되었다. 팀을 이루는 과정 역시 배움의 연속이었다. 서로 다른 기대와 이해 속에서 우리는 소통의 중요성을 절실히 깨달았다. 말하지 않으면 오해가 싹트고, 기도하지 않으면 마음이 점점 멀어졌다. 그럼에도 우리를 하나로 묶어 준 것은 우리가 하나님의 자녀라는 분명한 정체성이었다. 척박한 환경 속에서도 말씀과 기도로 뿌리를 내릴 수 있었던 것은 전적인 하나님의 은혜였다.
우리는 함께 기도했고, 그 기도가 우리의 힘이었다. 어린 자녀들이 영적, 육적, 지적으로 자라가는 모습을 보며 하나님의 공급하심에 감사했고, 사역이 가정과 분리되지 않도록 지켜 주신 은혜를 찬양했다. 좌충우돌하며 지나온 과정 속에서 피어난 팀 안의 신뢰와 격려, 조언과 기도는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큰 자산이 되었다. 매년 열리는 지회 총회는 우리의 영적 감각을 다시 깨우는 시간이다. 분주함 속에서도 주님께 시선을 고정하고, 지회 지체들을 통해 격려와 중보를 받는 소중한 자리이다.
앞으로 이 순례에 합류할 새 팀원들에게, 우리의 녹록지 않았던 이 영적 여정이 건강한 기초가 되기를 기도한다. 이 도시가 산 위의 동네처럼 빛 가운데 드러나고(마 5:14-16), 수많은 중보기도 속에서 구원의 역사가 이루어지는 땅이 되기를 소망한다. 성령께서 새바람을 일으켜 이곳의 사람들이 날마다 새로워지기를 기도한다. 보이지 않는 전쟁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주님과 함께 천천히, 그러나 확신을 가지고 이 길을 걸어갈 것이다. wec
글 장디모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