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녘: 그 땅을 다시 적실
은혜를 기다리며

by wecrun

지난해 말 개봉한 영화 〈신의 악단〉은 우리 사회에서 점차 희미해지던 북한에 대한 관심을 다시 불러일으켰다. 같은 언어를 사용하고 같은 민족적 뿌리를 지녔지만, 70여 년의 분단은 남과 북을 서로 낯선 존재로 만들어 놓았다. 전혀 다른 삶의 방식과 문화를 갖게 된 북한은, 어쩌면 우리에게 가장 가깝고도 먼 이웃일지 모른다. 분단 이후 세대가 바뀌고 시간이 흐르면서 북한을 바라보는 남한 사람들의 감정 역시 각자의 시대적 경험에 따라 너무 다양해졌다.

누군가에게 북한은 고향이다. 돌아갈 수 없기에 더 애틋하고, 더 아프게 남아 있는 땅이다. 반면 전쟁을 겪은 세대에게 북한은 쉽게 지워지지 않는 상흔이자, 두려움과 경계의 상징이다. 반공 교육 속에서 성장한 세대는 통일을 이상으로 배웠지만, 현실과의 괴리 속에서 복합된 감정을 품고 살아왔다. 오늘의 젊은 세대는 북한을 특별한 감정 없이 뉴스의 한 장면 정도로 인식하기도 한다. 서로 다른 시대를 살아온 만큼, 북한을 향한 감정선은 층층이 갈라져 있다. 마음의 결도, 바라보는 자리도 다르다.

그러나 이러한 차이를 마주할 때 우리는 자연스럽게 한 질문 앞에 서게 된다. 하나님은 과연 이 땅을 어떻게 바라보고 계실까.              나는 북한을 연구하는 전문가도, 학자도 아니지만 하나님께서 북한을 향한 마음을 품게 하셨고 그 땅 사람들에게 사랑을 전하도록 부르셨다는 확신 속에 이 글을 쓴다. 하나님의 마음으로 바라볼 때 북녘땅은 이념의 대상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품고 계신 소중한 생명들이 살아가는 자리이다.

북한의 현실을 이해하려면 1990년대 중, 후반의 ‘고난의 행군’을 빼놓을 수 없다. 소련 붕괴와 경제 정책의 실패, 반복된 자연재해가    겹치며 북한은 극심한 기근과 혼란 속에 빠졌다. 수많은 생명이 희생되었고, 가족 공동체가 해체되었다. 국가 배급 체계가 붕괴되자    사람들은 생존을 위해 장마당을 형성했고, 일부는 국경을 넘어 탈북을 시도했다. 그러나 바로 그 혹독한 시간을 통해 북한의 문은 아주 조금씩, 조심스레 외부를 향해 열리기 시작했다. 의료인, 농업 전문가, 교육자, 기술자, 다양한 NGO들은 제한된 조건 속에서도 북한    주민들과 삶을 나누며 작은 변화를 만들었다. 그들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는 북한을 ‘이념의 대상’이 아닌, 우리와 똑같이 웃고 울며 살아가는 ‘사람들의 땅’으로 다시 바라보게 되었다. 낯설게만 느껴지던 북한의 얼굴이 조금씩 구체적인 삶의 표정으로 다가온 것이다.

2018년, 2019년의 정상회담은 오랜만에 한반도에 희망의 바람을 불러일으켰다. 싱가포르, 하노이, 그리고 판문점에서의 회동은 분단 이후 좀처럼 보기 어려웠던 장면들을 선사했다. 그러나 실제적인 성과 없이 회담이 중단되면서 기대는 곧 아쉬움으로 바뀌었다. 이어진 팬데믹은 북한을 다시 가장 강력하게 봉쇄된 세계로 밀어 넣었다. 글로벌 이동이 재개된 이후에도 북한은 끝내 문을 열지 않았고, 2023년 말에는 남한을 적대국가로 규정하며 거리는 더욱 멀어지게 되었다. 최근에는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에 북한군의 파병까지 더해지며 한반도를 둘러싼 환경은 더욱 복잡해졌다.

그럼에도 북한 내부는 아주 느리게나마 변화를 보이고 있다.

닫혀 있던 문이 다시 열릴지도 모른다는 기대 섞인 움직임은 우리로 하여금 다시 질문하게 만든다. 지금 이 때에 누가 북한을 위해 갈 것인가? 과거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의료와 기술, 농업과 교육으로 북한을 섬겼던 이들이 있었다면, 오늘날 역시 하나님의 부르심에 응답해야 하지 않을까. 시대가 달라져도 하나님의 마음은 여전히 우리를 향해 조용히 질문하고 있다.

1900년대 초, 평양은 ‘동방의 예루살렘’이라 불릴 만큼 강력한 부흥의 중심지였다. 한때 성령의 역사가 강하게 임했던 그 땅을 하나님께서 버리거나 잊으셨다고 할 수 없다. 지금도 주님의 눈과 마음은 여전히 북한을 향해 있다. 우리는 다시 소망한다. 포로 된 자가 자유를 얻고, 눌린 자가 일어나며, 눈먼 자가 다시 빛을 보게 되는 그날을. 하나님의 은혜가 다시 그 땅을 적시기를. 그리고 그 부르심 앞에 기꺼이 일어서는 하나님의 사람들이 세워지기를 간절히 기도한다. wec

글 단열

You may also lik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