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연

저희 가족이 이곳에 온 지 어느덧 1년이 지났습니다. 1년 동안 이땅에 적응하며 몇 명의 기독교인들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첫 번째 사람은 저희의 언어교사인 S입니다. S는 무슬림 가정에서 자랐습니다. 4년 전쯤 한 외국인 가정에 현지어를 가르치기 시작한 것이 인연이 되어 만으로 3년째 외국인들에게 언어를 가르치고 있습니다. 그녀가 그동안 가르친 외국인들은 모두 선교사들이었습니다. 물론 그들이 선교사인 것을 알지는 못했지만, 3년간 꾸준히 복음에 노출되어 들어왔던 말씀은 서서히 그녀의 삶 속에 녹아졌고, 작년 저희가 이 땅에 왔을 때쯤 성경에 나오는 예수님이 단순히 선지자가 아닌 귀신을 쫓아내고 병든 자를 고치는 능력의 하나님인 것을 입술로 고백하였고, 저희 팀원의 도움으로 예수님을 영접하게 되었습니다.

어느덧 S와 저희가 함께한 지 일 년이 되었습니다. 그동안 S에게서 현지어를 배우며 함께 신앙에 대한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습니다. S와 함께 믿음의 나눔을 할 수 있었던 것은 제게도 큰 축복이었습니다. 삼십 대 초반인 S는 이곳에서는 결혼 적령기를 넘긴 나이라서 집안에서는 무슬림 남자와 결혼할 것을 강요했습니다. 이런 집안의 압력으로 많이 힘들어했습니다. 그때마다 믿음의 배우자를 만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나누며 함께 기도했습니다.

코로나19의 확산으로 지난 3월부터 전국 봉쇄가 이루어지며 이곳의 모든 교회 모임은 금지되었습니다. S는 몇 달간 예배도 드리지 못하고 무슬림 가족들과 함께 살았습니다. 특히 지난 5월 라마단 기간 동안 라마단 금식이 시작되자 가족 모두는 금식을 했고 S도 함께 금식을 했습니다. 왜 금식을 하는지 물었을 때 나름의 이유를 말했지만 그저 습관을 따라 가족과 함께 행동하는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예수님을 마음속에 받아들였지만 S는 반은 무슬림 편에 반은 예수님 편에 서 있었습니다. 그리고 본인 자신도 혼란스러워했습니다. 그런 S에게 금식의 의미를 설명해주며 금식을 하더라도 하나님 앞에서 해야 함을 이야기했을 때, 감사하게도 S는 자신이 하던 금식을 멈췄습니다.

긴 봉쇄 기간 동안 무슬림 가족과 함께 살며 믿음에 있어 고립되었던 S는 전국 봉쇄 기간이 끝나고 언어 공부를 위해 다시 저희와 만나면서 믿음의 교제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요즘 S는 다시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자기의 정체성을 찾고 있는 것 같습니다. 교회 예배가 다시 회복되어 예배에 나가고 싶다는 S의 이야기를 들을 때 참 기뻤습니다. 코로나19로 모일 수 없기에 예배와 말씀으로부터 멀어지는 시간이 될 수 있지만, 예배를 갈망하는 마음을 주심이 감사했습니다.

또 한 명의 기독교인은 아이들의 현지어 선생님인 D입니다. D의 가정은 힌두교입니다. D의 여동생은 간질이 있어서 가끔씩 발작을 일으켰습니다. D의 말에 의하면 몇 년 전부터 간질 증세가 나타나 병원에 갔지만 특별히 방법이 없어서 온 가족이 힘들어했고 병원의 의사는 뇌 수술 받을 것을 권유했다고 합니다. 그러던 중 대학에 강의를 나온 한 강사님에게 우연히 동생의 상황을 나누게 되었고 현지 교회 목사이기도 했던 그 강사는 자신의 집에 와서 기도 받을 것을 권했습니다. D가 그 집에 가서 안수기도를 받았을 때 D는 쓰러져서 한동안 일어나지 못하는 경험을 했다고 합니다. D는 그 일을 계기로 자신의 여동생 두 명과 어머니를 모시고 교회에 갔고 교회 목사님과 성도들이 함께 여동생을 위해 합심해서 기도해 주었습니다. 기도 후 D의 여동생의 간질 증세는 고쳐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