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할 것이다
전방개척선교에 관한 짧은 생각

by wecrun

AD 2000운동²이 활발히 진행되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어느새 21세기로 접어들었고 벌써 25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습니다. 1995년 GCOWE(Global Consultation of World Evangelization) 대회가 한국에서 개최되었을 때, 우리는 우리 세기와 세대에 세계 선교의 완성이 이루어질 것이라고 외쳤습니다. 당시 우리는 세계 선교 완성을 목표로 설정하고, 그 목표를 향해 나아가겠다고 다짐했습니다.

1974년 세계복음화 대회, 즉 첫 번째 로잔대회에서 랄프 윈터 박사는 아직 우리가 해야 할 일이 남아 있음을 강조했습니다. 그것은 바로 숨겨진 종족들이 복음을 듣고, 그들 가운데 교회가 세워질 때 비로소 주님께서 약속하신 세계 선교의 완성과 종결이 이루어진다는 것이었습니다. 그 후 20세기가 끝날 때까지 우리는 세계 선교의 목표를 수치화하여 남아 있는 미전도종족들에게 복음을 전하는 것을 최우선 과제로 삼았습니다. 그리고 전도된 종족에서 미전도종족으로 나아가는 선교적 행위를 ‘전방개척선교’라고 정의했습니다.

이와 같은 이해를 바탕으로 우리는 선교적 헌신과 자원을 최대한 동원하여,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맡기신 이 목표를 이루기 위해 최선을 다했습니다. 그러나 21세기가 우리 눈앞에 다가왔을 때, 우리는 과거의 선교 방향과 전략, 비전을 잊어가는 듯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미전도종족 선교를 뒤로 하고 다른 이슈들에 더 집중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특히, 제자삼기운동(DMM: Disciple Making Movement)에 대한 관심이 급증했으며, 이는 거의 모든 선교 단체와 전략가들이 집중하는 주제가 되었습니다. 물론 제자삼기운동과 미전도종족을 향한 전방개척선교를 아우르려는 시도가 있었으나, 그 시도는 여전히 미약한 수준에 머물러 있습니다. 현재 우리의 관심은 전도와 교회개척이 활발히 이루어지는 곳에 집중되는 반면, 아무런 변화가 없는 미전도 지역, 아직 회심자가 나타나지 않는 지역에 대한 관심은 멀어지는 듯 보입니다. 이 점이 바로 우리가 마주한 불편한 진실입니다.

누군가의 회심도, 선교적 진전도 보이지 않는 그런 지역에서 얼마나 많은 그리스도인들과 사역자들이 자신의 삶을 드리고 있는지, 우리는 그 질문에 답해야 할 시점에 와 있습니다. 전방개척선교가 단순히 선교의 ‘버즈워드’나 ‘매직워드’가 되어서는 안 됩니다. 정말 우리가 전방개척선교를 해야 하는지, 그 이유는 무엇인지 깊이 묻고 되새겨야 합니다. 우리가 말하는 전방개척선교 지역, 그 이름도, 존재도 모르는 그곳에도 하나님께서 지으신 사람들이 살고 있으며, 그들은 복음을 듣지 못한 채 죽어가고 있습니다.

전방개척선교를 해야 한다면, 우리는 예루살렘에서 나사렛으로 내려와야 합니다. 주목받고 명성이 있는 곳에서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곳으로 내려가야 하며, 성 안이 아니라 성 밖으로 나가야 합니다(히 13:12-13). 전방개척선교는 고난, 어려움, 그리고 기다림을 감내해야만 가능한 사역입니다. 지난 30년간 무슬림 선교를 하며 저는 그 점을 겸손히 배웠습니다. 전방개척선교는 죽음도 피하지 않습니다. 수많은 하나님의 사람들이 뜨거운 사막에서 이름 없이 죽어갔습니다. 그것이 그들의 선택이었기 때문입니다. 또한, 전방개척지로 들어가지 못해 여러 해를 주변에서 보내는 것 역시 감수해야 할 대가입니다. 파송 교회나 선교위원회, 그리고 성도들로부터 받는 표현할 수 없는 불편함도 우리의 영혼을 절뚝거리게 만듭니다. 이러한 전방개척선교에 헌신하며 오랫동안 섬기기 위해서 우리는 바울에게서 배워야 할 것이 많습니다. 그의 사도적 부르심뿐만 아니라 영성 또한 본받아야 합니다. 하나님의 뜻을 발견하기 위한 말씀에 대한 헌신, 착고에 차여도 멈추지 않는 찬송과 기도, 그리고 당대에는 잘 알려지지 않았던 서바나를 향한 선교적 결단, 이 모든 것은 고난을 담보하는 것이었습니다.

지난 전방개척선교에서 이루어진 모든 선교적 행위, 결정, 그리고 전략을 돌아보며, 이를 통해 하나님과 씨름했던 우리의 영적 분투를 다음 세대에게 나누고 싶습니다. 하나님은 우리 세대를 우리 시대에 맞는 방법으로 사용하셨습니다. 그러나 이제 세상은 급변하고 있습니다. 새롭게 부상하는 세대들은 자신의 시대를 성찰하며 하나님께서 자신들을 통해 이루고자 하시는 최적의 선교적 태도와 가치, 비전 그리고 전략을 기도와 말씀 안에서 발견해야 합니다. 우리 뒤를 이어갈 젊은 하나님의 사람들에게, 하나님께서 허락하실 새 부대에 변함없는 새 포도주를 담아야 한다고 외치고 싶습니다.wec

글 이현수 (프론티어스 선교회 대표)


2. AD 2000 운동: 2000년까지 전 세계 모든 미전도종족에게 복음을 전하는 것을 목표로 한 국제적인 선교 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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