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님과 동행하는 든든한 삶

by wecrun

“다녀왔습니다. 엄마! 전기 있어요?” “5시가 되면 전기 나가니까 빨리 샤워해.” 우리 집의 평범한 오후 대화다. 매일 하루 8시간씩 정전된 지 2년이 넘어서 이제는 제법 익숙하다. 가끔 저녁에 “펑!” 하고 들리는 폭발음도 이제는 대수롭지 않게 느껴진다. 쿠데타 발발 3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정치적으로 불안정한 상황이다. 대부분의 청년은 임금이 높은 외국에 가서 일하기를 원하지만, 최소한 여권 발행 비용과 비행기 요금이 있어야 가능하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군부가 징병제를 실시해서 청년들은 온 힘을 다해 이곳에서 탈출하고 있다.

이런 시기에 우리 가족은 5월 초 M도시로 사역지를 옮기기 위해서 두 곳에 집 계약을 해야했다. 지금 살고 있는 Y도시의 집은 지난달에 1년 치 계약을 했고, 옮겨갈 M도시에도 사업체등록을 위해 집을 계약했다. 하지만 M도시에 계약한 집에는 당장 들어갈 수가 없다. 거주 등록 허가까지 거의 서너 달이 걸리는데 그 후에 들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옮겨갈 M도시에 집이 계약되어 있지만 방문할 때마다 여전히 호텔에서 지내야만 한다.

이 나라의 최대 상업 도시인 Y도시에서 8시간을 쉬지 않고 차로 달리면 도착하는 M도시는 교통, 문화, 교육, 종교의 중심지이다. 우리 지회의 사역 대상인 B종족이 이 도시 주변에 많이 살고 있다. M도시는 ‘진짜’ 비즈니스가 아니면 거주등록이 어려운 곳이라 비즈니스를 반드시 해야 한다. 하지만 사업에는 문외한이라 더욱더 주님께 지혜를 구하며 한 걸음씩 준비해 나갔다.

난생처음 사업계획서를 쓰고 준비한 사업은 가구 사업이었다. 손재주가 좋은 남편은 가구를 매입해서 파는 방식이 아닌 직접 제작해서 팔기로 했다. 이 시대 최고의 선생님인 유튜브를 보고 배워, 디자인 프로그램으로 3D도안을 그린 뒤, 머릿속에서 모의제작을 해보고 나서 나무판을 사 왔다. 유치원 주차장에서 나무판을 잘라 집 베란다나 거실 한편에서 뚝딱뚝딱 만들어냈다. 남편의 작품을 보며 사람들이 주문하기 시작했다. 우리는 이 사업이 단순한 비자 해결 수단이 아니라 사역으로까지 이어지기를, 어려움에 처한 청년들에게 일자리를 주며, 그곳에서 영육 간의 훈련을 시키고, 우리의 삶이 그리스도의 향기가 되어 흘러가기를 소망하며 기도로 준비하고 있다.

M국은 많은 것이 상상을 초월한다. 한국에서 달러를 환전해 갈 때도 구김 없는 신권으로 가져가야만 그곳에서 환전이 가능하다. 비자 법도 시시때때로 바뀌는데 제대로 알고 처리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 사람마다 요구사항도 다르고 처리비용도 다르다. Y도시는 하루에 8시간 정전이 되는데, M도시는 하루에 1시간만 전기가 들어온다. 그래서 배터리를 사용하는데 배터리를 충전할 만큼의 전기가 없어서 발전기를 돌려서 충전해야 한다. 하지만 발전기를 돌릴 기름조차 구하기가 쉽지 않다.

우리 가족은 실은 지금 사는 Y도시가 참 좋다. 유치원 선생님들, 이웃들, 현지 교인들과도 관계가 좋고 여승학교 사역도 잘 되고 있다. 아이들은 친구도 많이 사귀었고 게다가 한국인 친구들도 많아 Y도시를 떠나는 게 쉽지만은 않다. ‘지금 정치, 경제적으로 불안정한데 굳이 환경이 더 어려운 M도시로 옮겨야만 하는가?’ 스스로 질문해 본다.

생각해 보면 이유는 단 한 가지이다. 예수님 때문이다.

감사한 것은 아이들이 M도시로 가는 것을 기대하고 있고, 한 걸음씩 주님께서 문을 열어주고 계심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재정이 필요할 때면 생각지도 못한 분들이 마음을 가득 담아 후원을 해주셨고, 마음이 어려울 때는 기도의 사람들이 때마다 말씀을 보내주어 마음을 붙잡아 주었다.

요즘에는 마음의 요동함이 있을 때마다 신31:6-8 말씀(너는 마음을 강하게 하고 담대히 하라…)을 붙잡고 지낸다. 동네 산책을 하다가 길에서 뱀을 보았는데 찬양이가 너무 무서워했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또 뱀을 볼까봐 걱정하고 울먹이는 찬양이에게 “뱀이 나타나면 엄마가 찬양이를 도와줄 거야. 손잡고 가면서 찬양이를 지켜줄 거야.”라고 말했다. 하나님 아버지께서 “M도시로 오는 게 걱정되고 불안하니? 내가 네 곁에서 늘 보호해 줄게. 걱정하지마.”라고 말씀하시는 것만 같았다.

누군가 내게 “M국 이제 괜찮아요? 안전해요?”라고 물었다. “어디라고 안전할까요?

주님과 함께라면 어디보다 안전하지 않을까요? 주님이 내 손을 꼭 잡고 함께 가시니까요.” wec

글 김기쁨
사진 김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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