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흐르는 은혜의 강물

by wecrun

선교지에서 처음 일을 시작했던 2001년부터 매해  컨퍼런스 때에 권역 리더(AD)가 참석해서 중동의 다른 선교지 상황과 기도제목을 나누고 함께 기도했었는데, 그때 기도했던 한 곳이 현재의 사역지가 된 것은 놀라운 하나님의 섭리이다. 2022년 9월, 코로나19 끝자락에 병원 개원을 위한 선발대와 실무팀 자격으로 4번째 선교지인 이곳에서의 삶을 시작하게 되었다. 먼저, 가족이 살 집과 렌터카를 구하고 관공서를 방문하며 10년 간 문 닫힌 선교병원의 개원 작업을 시작했다. 하나님의 은혜로 1년 후인 2023년에는 3유닛이 병원 팀에 합류했고, 현지 언어를 배우며 이곳 생활에 적응하고 있다.

지난 16개월을 돌아볼 때, 초기 업무는 어설퍼서 마치 ‘맨땅에 헤딩’하는 것과 같았다. 사전 답사를 하고 이곳에 대한 정보를 얻고서 일을 시작했지만, 코로나 상황으로 온라인과 오프라인이 혼재되어서 두 가지 방법으로 일을 봐야 했고 일의 진척이 더뎠다.

첫 어려움은 병원에 대한 보건부의 기초 승인을 기다릴 때 찾아왔다. 수년 전부터 병원 설계 작업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제출한 설계 도면이 일주일이면 승인될 것으로 예상했었는데, 무려 3개월의 시간이 걸렸다. 거듭되는 수정 요구와 이에 대한 답을 찾으며 채워갔던 기다림의 시간은 실무팀에게 실망과 우울감을 주었다. 좌충우돌하며 정부와 보건부의 기준에 맞게 병원 설립 허가와 회사 설립을 위한 문서들을 준비해 나갔다. 이 과정에서 동역자들이 큰 힘과 위로가 되어 주었다. 기도제목을 보며 많은 분들이 간절히 기도해 주시고 조언과 도움을 주셨다.

우리는 행정 경험이 짧고 이런 일이 전공 분야가 아니었지만, 새로운 상황에 적응하고 돌파해 나가는 맷집도 생겼다. 하지만 항상 씩씩하게 업무들을 감당했던 것은 아니다. 일에 진전이 없을 때와 무작정 기다려야 할 때는 원망이 흘러나왔다. 늘 조심했던 한가지는 사탄이 공동체를 훼손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었다. 마음과 말에 불평이 아닌 감사(살전 5:18)가 흘러나오도록 경계했다.

또한 참으로 힘들고 마음 졸였던 일은 5명의 팀 자녀들이 비자 없이 학교에 다니면서 학교로부터 독촉과 경고를 받았을 때였다. 아이들이 한 학기를 마칠 때까지 회사 설립을 통한 비자가 나오지 않았고, 아이들 부모들은 거듭 학교에 불려 가서 각서를 써야 했다. 하나님의 신실하심과 그분의 때를 믿고 구김 없이 밝게 생활했지만, 속이 꺼멓게 탔을 그들에게 미안함과 고마움을 전한다. 현재는 회사가 설립되어 비자 문제와 아이들 학교 문제가 해결되었고, 은행 계좌도 열고 비자 여행에서도 자유롭게 되었다.

힘에 부치는 환경들이었지만, 하나님은 우리의 굴곡 가운데서도 직진하고 계셨고 13명으로 불어난 공동체에게 위로와 회복을 주셨다. 매일 일과 시작 전에 드리는 실무팀의 예배와 신입 선교사들까지 포함한 금요 예배는 우리가 왜 여기에 있는지 부르심과 정체성을 다시 깨닫게 해주었다.

위로의 하나님께서는 우리가 현지인 친구를 사귈 수 있는 기회도 허락해 주셨다. 아이들을 축구 클럽에 데려다주고 훈련과 경기를 지켜볼 때 자연스럽게 부모들과의 만남이 이루어져서 집도 방문하고 식사 교제도 할 수 있게 해 주셨다. 이곳 명절 잔치에 참석해서 친구가 되어 같이 소풍도 가고 야외에서 음식도 만들어 먹으며 현지인 친구를 갖는 기쁨을 누렸다. 앞으로 어떤 관계로 발전할지 기대가 된다.

현재, 병원을 운영할 회사 건립은 승인되었지만, 더 생소한 일인 건축, 병원에서 일할 의료 사역자와 직원의 고용, 의료 장비의 구입 등을 앞에 두고 있다. 주위의 큰 병원들 속에서 차별화되고 지속 가능할 수 있도록 수익 창출과 경영을 시스템화 하는 것도 우리의 중요한 과제다. 그래서 매일 그분의 지혜와 분별력을 구하고 있다(잠3:5-6).

나 스스로에게 묻는다. ‘주님은 산적한 과제들을 처리하고 병원이 개원되면 감격하실까?’, ‘개원후에 병원 운영에 수지가 맞고, 옛 선교병원처럼 환자들이 찾아와 명성이 높아지면 기뻐하실까?’ 이 또한 큰 바람이고 목표이지만, 우리는 그 너머를 갈망한다. 영적 어둠에 둘러싸인 이곳에서 우리 병원이 주님의 빛이 되고, 이를 통해 은혜가 흘러가길 기도한다. 더 많은 현지인이 예수님을 알고 그분의 아름다우심을 예배할 때에 우리는 우리의 힘들었던 땀방울을 닦고, 큰 기쁨으로 환하게 미소 지을 것이다(시30:5). wec

글 디모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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