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려움과 설레임으로

by wecrun

“캄보디아에서 무슬림 사역을 한다고요? 거기에도 무슬림이 있나요?”
동료 선교사들조차 이렇게 되묻는다. 나 역시 이 땅에 올 때 불교권 영혼들을 향한 마음을 품고 왔기에, 그들의 의아한 표정과 질문이 전혀 낯설지 않았다.
우리 팀은 2년 전부터 이슬람을 믿는 캄보디아의 소수 민족인 짬족(짬 언어를 사용)과 츠위으족(불교를 믿는 크마에 사람들의 언어를 사용)을 대상으로 사역을 시작했다. 이 사역이 열리기를 오랫동안 기도해 왔지만, 대부분의 팀원들이 불교국 캄보디아를 마음에 품고 왔기에, 이슬람을 믿는 이들을 향해 사역의 방향을 전환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이었다.

캐나다에서 온 한 가정이 처음으로 이들을 품기 시작했다. 그들은 츠위으족이 거주하는 지역으로 이사해 정착하여 관계를 맺어 갔지만 개인적인 사정으로 결국 본국으로 돌아가야 했다. 그 무렵, 나는 10년간의 사역을 마치고 안식월을 보내고 있었다. 캄보디아에서의 다음 여정을 하나님께 묻고 있던 중, 지회 리더로부터 연락이 왔다. 그는 하나님께서 이곳의 무슬림들을 위한 사역에 대한 마음을 주셨다며, 혹시 나에게도 같은 마음을 주시지 않는지 기도해 보라고 요청했다.
한편으로는 기도하며 하나님의 뜻을 구하면서도 기존의 익숙한 사역을 떠나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던 방향으로 첫발을 내딛기엔 적잖은 두려움이 있었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하나님께서 새롭게 열어주시는 길, 믿음이 없이는 갈 수 없는 길이라는 생각에 오히려 설레기도 하였다. 그렇게 이곳의 무슬림을 향한 우리의 사역은 시작되었다.

아기가 걸음마를 배우듯이 우리 팀은 캄보디아의 무슬림에 관해 공부하며 알아가기 시작했다. 동시에 우리는 프놈펜 변두리에 위치한 정통 무슬림 마을로 들어가 살기로 했다. 이들은 이슬람 국가의 재정적 도움을 받아 그들이 가르치는 정통 이슬람을 따르는 사람들이었다. 먼저 리더 가정이 이사해 정착했고, 이후 그들이 안식월을 간 동안 나는 그들의 집에서 혼자 지내게 되었다.
당시 싱글이었던 나는, 여자로서 홀로 무슬림 마을에 남겨졌을 때 많은 심리적인 압박과 영적인 눌림을 경험했다. 내가 머물던 집 바로 뒤에는 닭 도살장이 있어 새벽 4시가 되면 닭들의 비명 소리에 잠에서 깨야 했고, 하루 다섯 번씩 모스크에서 스피커를 통해 울려 퍼지는 아잔 소리와 거리에서 외국인인 나를 향한 사람들의 시선 등으로, 감정적으로 비교적 건강하다고 자부심이 있던 나였지만, 이유를 알 수 없는 우울함과 눌림이 지속되었다.
나는 이때가 중보기도의 힘이 필요한 때라는 것을 느끼고 가까운 지인들에게 기도를 요청했고, 나도 더 깊이 주님께 나아갔다. 이후, 주님께서는 영적 공격과 눌림에서 나를 서서히 벗어나게 하셨고, 오히려 하나님의 하나님 되심을 고백하는 시간이 되게 하셨다.

주님께 이들을 향한 사역이 시작되도록 기회를 달라고 기도하던 중, 그 당시 한 학교에서 영어를 가르치고 있었던 내게 옆집 무슬림 식당의 주인이 본인의 아이들 3명에게 영어를 가르쳐 달라고 요청했다. 그렇게 우리의 영어 수업이 집에서 3명의 학생과 함께 시작되었다.
얼마 후, 리더 가정이 안식월을 마치고 돌아왔고, 또 한 명의 멤버가 우리 팀에 합류했다. 영어 클래스는 날마다 새로운 학생들이 오며 규모가 커졌고, 그들의 부모와 무슬림 공동체의 많은 사람들과 연결이 되었으며, 함께 음식을 나누며 학생들과 수업 외의 만남도 가질 수 있었다. 특히 영국에서 영어 교사였던 팀 리더는 무슬림 학교의 영어 교사들을 훈련하는 역할을 맡게 되어 현재 많은 선생님과 교류하고 있다. 그들은 우리가 예수님을 믿는 사람들임을 알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우리를 거의 가족처럼 받아들여 주었다.

지난 2년 동안, 하나님께서 허락해 주신 기회와 감사할 일들이 수없이 많다. 하지만 우리가 잘 아는 것처럼 사탄은 결코 이를 기뻐하지 않는다. 팀원들에게 알 수 없는 건강의 문제가 생기고, 영적인 공격 또한 끊이지 않는다. 앞으로 우리에게 더 큰 시련이 올 수도 있고, 이들의 영적인 삶 가운데로 깊이 들어가는 것은 쉽게 허락되지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계속해서 주님의 증인이 될 것이며, 공격이 강할수록 주님이 주신 사랑으로 이들을 더욱 사랑할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아직 죄인이었을 때에, 그리스도께서 우리를 위하여 죽으셨습니다. 이리하여 하나님께서는 우리들에 대한 자기의 사랑을 실증하셨습니다.” (로마서 5:8).wec

글 이향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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