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뺏냥?” 뭘 뺏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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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라오스의 수도 비엔티안 공항에 도착했을 때, 낯선 어색함과 함께 제복 입은 공안들 때문에 경직되었던 기억이 난다. 공항 밖 첫 인상은 우리나라의 중소 도시와 비슷했다. 우리 부부는 리더의 제안으로 팀원들이 모두 모이는 지부 리트릿 일정에 맞춰 입국했다. 어리바리하고 어색한 신입이었이지만, 따뜻하게 맞아준 멤버들 덕분에 감사한 교제의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수도에서 2주간 머물며 오리엔테이션을 받고 이미 라오스 선교사로 오래 지낸 아내의 친구들을 방문했다. 말은 통하지 않았지만 친절하게 맞아주는 환대에 감사했다. 이후 남쪽의 B도시로 내려가 아내가 지내던 집에 들어서는 순간, 이곳에서 홀로 선교사로 살아왔을 시간을 떠올리니 짠하고 대견한 마음이 들었다.
아버지를 사랑하고 기쁘시게 해 드리고자 헌신한 아내를 통해 일하신 주님께 감사드렸다.이제 6개월 차 신임 선교사로서 현지 적응은 여전히 쉽지 않다. 장이 예민한 탓에 현지 음식을 먹고 나면 영락없이 화장실 행이다. 최근 배탈과 구토로 일주일을 고생했다. 그래서인지 김치가 제일 좋다. 아내는 어떻게 김치만 먹느냐고 하지만, 김치가 제일 편안하다. 그리고 필요한 물건을 구하려면 ‘물건 찾아 삼만 리’ 발품을 팔아야 하지만, 이 또한 적응의 과정이라 생각한다. 가끔은 무엇이든 고쳐내는 맥가이버가 되면 좋겠다는 생각도 든다.
정식 비자를 발급받기 전까지는 매달 ‘비자 런’ 을 위해 태국 국경을 넘어야 한다. 한번은 라오스로 재입국하려고 여권을 들고 줄 서 있는데, 공안이 내 여권을 빼앗아 갔다. 뒤에 서 있던 아내가 쫓아가며 “뺀양?”(왜요?) 하고 묻자, 공안 왈 “보뺀양”(별문제 아니에요)이라고 답했다. 아직 언어를 모르는 나는 아내가 “왜 뺏냐?” 라고 묻고, 공안이“뭘 뺏냐?”라고 답한 줄로 알아들어 한참 웃었던 기억이 있다. 그때 언어의 중요성을 다시금 깨달았다.
적응 초기라 낯선 환경과 스트레스 때문인지 당 수치가 약으로도 잘 조절되지 않고 계속 높아졌다. 병원에서 검사를 받고 나오면서 벤치에 앉아 혼자 식사하던 젊은 여성과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 ‘프라짜오 오와이 펀 래 하이디 드’(하나님께서 축복해 주시고 회복시켜 주시길 바래요.)라고 인사하고 가려는데, 그녀가 크리스천이냐고 물었다. 자신도 크리스천이라고 했다. 덕분에 친구가 생겼고, 이후 성탄 행사가 있다며 함께 가자고 초대해 주었다.
그 마을은 과거 정부가 한센병 환우들을 모아 함께 살게 했던 아픈 역사를 지닌 곳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신앙이 뜨거운 현지인들로 가득한 크리스천 마을이 되었다. 슬픔을 노래로 바꾸신 주님의 일을 직접 경험할 수 있어 감사했다. 하나님의 열심으로 소수 민족 가운데 복음이 전해지고 성도들이 세워져 있음을 보며 격려를 받았다.
라오스 사람들은 순수하고 착하며 남을 잘 도와준다. 그리고 이들에게는 ‘모안’(즐거움)이 중요한 것 같다. 지금 내가 살고 있는 마을은 B도시 시내에 있지만, 현지인들은 평일에도 곳곳에서 큰 음악을 틀어놓고 술을 마시며 시간을 보낸다. 오늘은 내가 소음을 듣는 입장이지만, 내일은 내가 음악을 크게 틀고 즐길 수도 있기 때문일까. 그래서인지 서로 쉽게 불평하지 않는 것 같다. 이들의 언어와 문화를 배우는 과정 속에서 나는 언제쯤 그들의 세계관을 이해할 수 있을지, 그리고 어떻게 복음의 접촉점을 발견해 나갈 수 있을지 생각하게 된다. wec
글 다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