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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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선교지에서 10년째 살고 있어요. 오늘은 제가 11살 인생에서 겪은 세 번의 싸움에 대해 이야기해 보려고 해요.
첫 번째 싸움은 현지 유치원에 다닐 때였어요. 그때 저는 현지 말을 잘 못했어요. 그래서 친구들이 자꾸 놀렸고, 선생님도 별로 신경 써주지 않으셨어요. 저는 매일 참고 있다가 집에 와서 엄마랑 이야기하곤 했어요. 그러던 어느 날, “원수를 사랑하라”는 예수님의 말씀을 알게 되었어요. 그 뒤로 친구들을 미워하지 않고 사랑하려고 마음먹었어요. 처음엔 어려웠지만 조금씩 노력하다 보니, 어느 순간 더 이상 상처받지 않고 친구들과 어울리는 법을 배우게 되었어요.
두 번째는 코로나19 시기였어요. 저는 코로나가 뭔지도 잘 몰랐고, 그냥 학교에 가지 않아서 좋았어요.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저부터 시작해서 가족 모두가 코로나에 걸렸어요. 특히 아빠가 갑자기 쓰러졌을 땐 너무 놀라고 무서웠어요. 그때 저는 진짜 두려움이 무엇인지 알게 되었어요. 이런 일이 남의 일이 아니라 우리 가족에게도 일어날 수 있다는 걸 깨달았어요. 하지만 하나님이 저희 가정을 지켜주셔서 아빠는 잘 회복되셨고, 저도 두려움 대신 마음에 평안이 찾아와서 정말 감사했어요.
세 번째 싸움은 한국에서 1학년 2학기를 마치고 다시 현지 학교로 돌아갔을 때였어요. 언어가 서툴러서 걱정이 많았는데 한 여자아이가 저를 괴롭히기 시작했어요. 말을 못한다고 무시하고, 선생님에게 제가 잘못한 것처럼 거짓말을 하고, 친구들에게 제 욕을 했어요. 처음엔 그 이유를 몰랐는데, 나중에 들어보니 제가 전학 와서 친구들의 관심이 제게 쏠리자 그동안 자기가 받아왔던 관심을 빼앗긴 것처럼 느껴서 그랬대요. 저는 처음에는 부모님께 전학을 가거나 홈스쿨링을 하고 싶다고 말하기도 했지만 포기하면 다른 학교를 가도 똑같을 것 같아서 꾹 참고 다녔어요. 중간에 부모님께서 학교에 이야기해 줄 수도 있고, 진짜 힘들면 학교를 옮겨도 된다고 하셨지만 끝까지 견뎌보고 싶었어요. 3학년이 된 어느 날, 그 아이가 “너는 여기 왜 왔어? 너희 나라로 돌아가!”라고 했어요. 그때 그동안 당했던 일들을 하나하나 이야기했어요. 2년 동안 버티며 언어도 늘었고, 자신감도 생겨서 그렇게 할 수 있었어요. 그 이후로 그 아이는 저를 더 이상 괴롭히지 않았어요.
생각해보면 이 모든 싸움은 다른 사람과의 싸움이 아니라 결국 ‘저 자신’과의 싸움이었던 것 같아요. 그 시간들이 저를 더 강하게 만들어주었고, 이제는 어떤 어려움이 와도 이겨낼 자신이 생겼어요. 늘 함께하는 가족과 항상 저를 지켜보시는 하나님이 계시니까요. 앞으로도 하나님이 주신 꿈(가수)을 향해 열심히 달려갈 거예요. wec
글 주누림 (주임재, 주손길 선교사의 자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