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

by wecrun

저는 올해 초 한국을 떠나 호주에서 살고 있는 10살 조율입니다. 저희 부모님은 선교를 준비하기 위해 호주 월드뷰 센터에서 교육을 받고 계세요. 이곳에 처음 왔을 때는 대부분이 좋았어요. 자연환경도 좋고, 한국 친구들도 생각했던 것보다 많았어요. 그렇지만 2월이 되어 학교에 다니기 시작하면서 조금씩 힘들어지기 시작했어요. 전혀 알아들을 수 없는 영어로 수업을 듣는 것이 너무 어렵고 친구들도 저를 힘들게 했어요. 어떤 친구들은 제 발음을 따라 하면서 놀렸고, 다른 친구는 절 때리기도 했어요. 그래서 엄마가 교장 선생님을 찾아
간 적도 있었어요.

한동안 수업 후 집에 돌아오면 밖에 나가지 않았어요. 그냥 집에만 있고 싶었거든요. 거실에 앉아 책을 읽거나 방에서 혼자 그림을 그리고 가끔은 글을 쓰곤 했어요. 그래도 포기하고 싶지는 않았어요. 언젠가는 적응할 수 있을 거라는 희망을 버리지 않으려고 노력했어요.

학교에 가는 길에 혼자 피어있는 꽃 한 송이를 보았어요. 그 꽃은 작았지만, 그 안에 깊은 생명이 자라고 있었죠. 그 꽃을 보며 ‘너도 나와 비슷하구나, 그러니까 나도 포기하지 않을게.’라고 하면서 스스로를 위로했어요. 가끔 학교 앞에서 교실에 들어가고 싶지 않다고 울었는
데 그때 아빠가 앉아서 저를 위로하던 바위가 있어요. 아빠는 다른 바위가 있는데도 항상 그곳에만 앉았어요. 그래서 저는 그 바위를 ‘아빠 바위’라고 이름 붙이고 점심시간마다 그곳에 가서 앉아 있고는 했어요. 밥을 먹거나, 간식을 먹을 때 앉는 바위에는 ‘엄마 바위’라는 이름을 붙였죠. 왜냐하면 그 바위에 앉아 있으면 마음이 편안해지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거든요. 엄마 아빠의 흔적이 느껴지는 자리에서 ‘언젠가는 엄마, 아빠가 나에게 했던 말들을, 그 마음을 이해하는 날이 오겠지.’ 하는 생각을 하면서 시간을 보냈어요.

이제 여기에 온지 반년이 되어가요. 이곳에서의 생활도 많이 익숙해졌어요. 하지만 여전히 어려운 것들이 있고, 예전엔 없었던 새로운 어려움이 생기기도 해요. 한번은 손에 난 상처를 보며 스스로와 이런 약속을 했어요. ‘이 상처가 완전히 낫기 전까지는 울지 않기!’

하루하루의 작은 다짐들을 지키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저에게는 펼쳐져 있는 하늘이, 피어난 꽃 한 송이가 희망이니까요. 그리고 무엇보다 늘 함께하는 가족들과 항상 저를 지켜보시는 하나님이 계시니까요. wec

<희망>
힘겨운 날들 속 나의 희망은
꽃 한 송이 일수도.
두려움 앞에 서 있는 나의 희망은
새싹 하나일 수도.
슬픔이 가득한 날에도 희망은 있다.
나에게는 저 위에 있는 하늘이
나의 발밑에 펼쳐져 있는 잔디들이
모두 희망이다.
희망이란,
나에게 평안을 주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싶다.

글 조율 (조연재, 백고은 선교사의 자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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