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소된 약속,
선하신 계획

by wecrun

10월 어느 날 햇살이 내리쬐고 단풍으로 가득 메운, 집 근처 공원에는 아이들과 가족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었다. 그날따라 계획이 세 번이나 바뀌어 나홀로 피크닉을 즐기기로 했다. 토요일 오후의 여유를 만끽하던 중 히잡을 쓴 십 대 소녀와 6-7명 정도의 아랍계 아이들이 눈에 띄었다. 놀이터에서 한참을 놀다가 떠나려는 찰나에 이 기회를 놓치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든 나는 걱정 반 설렘 반으로 조심스럽게 웃으며 그들에게 다가갔다. “아쌀람 알레이쿰!” 호기심 가득한 눈빛으로 나를 쳐다보는 아이들에게서 돌아온 대답은 유창한 한국어 “안녕하세요!”였다. 그들의 가족이 있는 곳으로 가서 머릿속 구석에 묵혀두었던 아랍어로 짧은 자기소개를 하자 매우 좋아하며 낯선 나를 가족처럼 반겨주고 같이 식사하자고 권했다. 아랍권에선 보기 흔한 광경이지만 요즘 내 주변에서는 좀처럼 보기 드문 일이기에 그들의 따뜻함이 더 크게 느껴졌다. 익숙한 향신료 냄새… 거의 1년 만에 먹어보는 아랍 음식이다. 조금만 달라고 했지만 그릇 가득 담아주는 인심에 중동에서 보낸 지난날들이 새록새록 떠올랐다.

어렸을 적 중동으로 간 2주간의 단기선교, 요르단에서 보낸 2년의 MK로서의 삶, 그리고 아랍에미리트에서 직장선교사로 지낸 4년이란 기간 동안 하나님께서는 나에게 무슬림과 아랍인들을 향한 아버지의 마음을 품게 하시고 비전을 구체화하도록 인도하셨다. 관계를 통해서나 공원에서처럼 처음 만난 이들과 교제하며 복음을 전할 때에 다양한 반응들이 있었지만, 대부분 예수님을 단지 선한 선지자로만 생각하며 우리를 구원하신 하나님의 아들이라는 사실을 부인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공항이든 시장이든 상관없이 정해진 시간이 되면 하루에 다섯 번 알라에게 기도하고, 매년 라마단이 되면 30일간 금식하는 그들은 누구보다 종교적으로 열심이지만, 그 속은 구원의 확신조차 없어 두려움에 떨고 있는, 참으로 하나님의 긍휼과 자비가 필요한 영혼들이다. 그리스도인으로서 구원의 확신이 있다는 것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무슬림들과의 대화를 통해 더 깊이 깨닫게 된다.

“우리가 이 소망을 가지고 있는 것은 영혼의 닻 같아서 튼튼하고 견고하여 휘장 안에 들어가나니.” (히6:19) 우리의 반석이시요 영혼의 닻이 되시는 예수 그리스도를 믿는 믿음으로 천국에 대한 소망을 가지며 살아가는 우리들은 복 받은 자들인 동시에 거룩한 부담감으로 주변에 있는 이웃과 복음을 들어보지 못한 미전도종족에게 나아가야 할 사명자들임을 기억해야겠다. 내 계획대로 되지 않아서 갖게 된 특별한 만남을 통해 나의 삶에 결코 우연이란 없음을 깨닫게 하셨다. 내게 허락하신 모든 경험과 관계와 시련들을 통해 날 빚으시고 주의 나라와 영광을 위해 선하게 사용하실 주님을 기대한다.wec

글 조이 (요셉, 요안나 선교사의 자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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