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지난 2년간 부모님을 따라 뉴질랜드 MTC에 가서 즐겁게 지냈습니다. 대부분의 기억은 즐거웠지만 항상 그런 것은 아니었습니다. 난생처음 학교라는 곳에 들어갔는데, 모르는 아이들이 모르는 말로 중얼거리는 것을 들으며 혼란스러웠습니다.
하지만 한국인 친구가 있어서 모르는 말을 해석해 주고 놀아주어서 잘 적응할 수 있었습니다. 학교에는 축구반이 있었는데 저는 축구에 자신이있었습니다. 그래서 축구반에 들어가 아이들과 함께 축구를 하며 영어를 배웠습니다.
영어에 적응하다 보니 어느새 4개월이 훌쩍 지나가고 방학을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방학 때 가장 즐거웠던 것은 매일 아침부터 저녁 늦게까지 친구들과 뛰어놀 수 있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그때 처음으로 ‘뉴질랜드는 좋은 곳이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사이에 또 한국인 친구가 생겨 행복했습니다. 처음에는 부모님이 왜 나를 낯선 곳에 데려왔는지 불평했지만 어느새 이곳이 좋아졌습니다. 문제는 그다음 여름 방학이 왔을 때였습니다.
부모님은 가족들과 함께 남섬으로 놀러 가기 위해서 계획을 세웠습니다. 친구들과 놀 기회를 박탈당한 저는 매우 속상했습니다. 그래서 가는 곳마다 부모님께 떼를 쓰고, 가지 않겠다고 불평했습니다. 그렇게 한달여 간의 여행을 마치고 집에 돌아왔을 때는 친구들을 다시 만나서 기뻤습니다. 그런데 지금 와서 생각해보니 가족들과 온전히 여행을 다녔던 그 시간이 참 그립고 소중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때로 다시 돌아가면 부모님께 짜증 부리지 않고 즐겁게 다닐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길 것 같은 2년의 뉴질랜드에서의 시간을 뒤로하고 저는 어느새 한국에서 1년 이상 지내고 있습니다. 한국에 처음 돌아왔을 때도 적응하기는 쉽지 않았습니다.
한국어로 공부하는 것이 어느새 영어로 공부하는 것보다 더욱 어렵게 느껴졌고, 익숙하던 친구들이 없고 새로운 친구를 사귀어야 했던 시간이 너무 길게 느껴졌습니다. 뉴질랜드가 아주 그립습니다. 학교에서도 놀고, 끝나고도 친구들과 실컷 놀 수 있었던 그때가 말이죠. 하지만 이 3년은 의미 있는 시간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 이유는 앞으로 새롭게 갈 선교지에서도 다시 적응할 수 있는 능력을 발견하는 시간이었기 때문입니다. 이런 기회를 주신 하나님께 감사드립니다.
글 오정훈 (오시혁, 정지연 선교사의 자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