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WEC에서는 일 년에 두 차례 여름과 겨울 MTC(선교사 훈련 대학), 단기사역을 준비하는 선교사들을 대상으로 ‘MTC 및 단기 오리엔테이션’ 훈련을 가진다. 오리엔테이션은 WEC의 역사, WEC의 정신과 가치(Core of WEC), 타문화 이해, 영적 전쟁, 정서관리 등의 강의와 간증, 교제로 진행된다. 이는 참여하는 선교사들이 WEC을 알아가고, 타 문화권에서 타인과 나를 더 잘 이해하고, MTC와 선교지에서 겪을 수 있는 어려움을 이해하고 미리 준비할 수 있도록 하는 실제적인 훈련 과정이다.
지난 12월 9일~13일, 4박 5일 동안 한국 WEC 본부에서 열린 훈련에는 모두 11명의 선교사들이 참여하였다. 서로 다른 환경에서 온 다양한 연령층의 선교사들은 각자의 삶에 하나님의 넘치는 은혜와 선교의 부르심, 믿음의 여정을 나누며 서로를 알아가는 시간을 가졌다. 이들은 같은 부르심으로 같은 길을 걷고 있다는 기쁨과 서로에게 든든한 기도의 동역자가 되는 경험을 하였다.
글 배주희
참석자 간증
오시혁
저는 수영을 좋아합니다. 아침에 일어나 무거운 몸을 이끌고 일단 수영장에 들어가면 어찌나 상쾌한지, 수영을 하고 나면 찌뿌둥하고 뻐근했던 몸이 가뿐해지는 것을 느낍니다. 일반인 수영 대회에 참가한 적도 있습니다. 1등을 하려 한 것도 아닌데 정말로 긴장됐습니다. 출발대 앞 의자에 앉아 윗옷을 벗고, 숨을 고른 후 준비 운동을 하고, 이름이 호명되면 손을 한번 들고, 응원석 가족에게도 눈인사를 하고, 출발대로 올라갑니다. 출발대 앞에 전광판에는 쓰여있는 저의 이름도 보입니다. 이 모든 과정이 영화의 장면처럼 순간 흘러갑니다.
MTC 오리엔테이션을 받으며 수영 대회에서 출발대에 서있을 때와 같은 마음이 들었습니다. 막상 시작하려니 1미터 이상의 출발대에 서서 물로 뛰어들기 직전처럼 떨리고 무서웠습니다. 다이빙을 처음 배우는 사람들은 다이빙을 하는 사람들을 주시하며, 그들에게 확인하듯 ‘안 무서운가요?’ ‘안 아픈가요?’라며 계속 묻습니다. 이렇듯 선교의 출발점에 서 있는 저는 이미 선교라는 물속에 뛰어든 WEC 선교사들에게 이와 같은 질문을 해봅니다. 한결같이 무섭지 않고 아프지도 않다고 대답을 합니다. 그리고 뛰어 보면 안다는 알듯 말듯 한 표정을 짓습니다. 겉옷을 벗고 수영을 하듯 자신들의 편안하고 안정된 삶의 옷을 벗고 선교라는 물속으로 풍덩풍덩 뛰어들어 갔던 나의 신앙의 선배와 동료들이 생각났습니다.
이제는 나의 차례가 되었습니다. 아이들도 준비운동을 시키고, 지난날의 겉옷을 벗도록 도와주어야 합니다. 우리 부부가 처음 뛰는 마당에 아이들과 같이 뛰어들어야 하니 심한 배치기의 고통도 예상해 봅니다. 하지만 선교라는 물속에서의 삶은 내 힘이 아닌 주님의 힘으로 살아갈 수 있다는 소망을 가지고 이 무거운 몸을 날려 봅니다.
정지연
맞벌이를 하며 아이들 셋을 키우는 데 도움이 필요하여 부모님과 함께 살았습니다. 그렇게 우리의 필요에 의해서 같이 산 부모님을 또 우리의 필요에 의해서 떠나야 하는 것이 참 괴로웠습니다. 2018년 3월에 1차 영입을 받고 지금까지 약 2년 동안 선교에 대해 이야기할 때마다 부모님과 부딪쳤던 힘든 시간들을 뚫고 이 자리에 왔습니다.
2020년 2월 드디어 뉴질랜드 MTC를 갈 수 있다는 소식을 듣고 참 기뻤습니다. 이제는 선교에 대한 부모님과의 싸움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생각, 약간 지겨워진 병원생활의 루틴에서 벗어나 새로운 곳을 향하여 나아간다는 설렘, 미세먼지로 오염된 공기가 아닌 신선한 공기를 마시며 살수 있다는 기대에 마치 여행 떠나는 듯한 즐거움을 느꼈던 것 같습니다. 세상의 가치를 따라 자녀들을 키우며, 어떻게 하면 강남에 집을 살까 생각하는 친구들과 비교하며 영적인 교만한 마음도 있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오리엔테이션 동안 머물 WEC 선교관에 들어서는 순간 설렘이고 뭐고 그대로 짐을 들고 나가서 편하고 넒은 우리 집으로 돌아가고 싶었습니다. ‘그동안 내가 생각하던 선교는 환상이었어’ ‘이렇게는 못 살 것 같아’라고 속으로 생각하면서 남편에게는 ‘학생 때 중국에 가서 찬물로 샤워하고 옷을 다 껴입고 잠을 자야 했던 그때보다는 덜 추워 감사하다’라고 했습니다. ‘이렇게 평생을 살아도 내가 기뻐할 수 있을까?’를 밤새 생각하며 잠이 들었습니다. 다음날 아침 울며불며 매달리는 막내를 떼어놓고 심란하고 당황스러운 마음으로 훈련을 시작했습니다.
‘내게 능력 주시는 자 안에서 모든 것을 할 수 있느니라(빌 4:13)’라는 말씀을 의지하며 달려 왔었는데……지금에서야 다시 ‘나는 비천에 처할 줄도 알고 풍부에 처할 줄도 알아 모든 일 곧 배부름과 배고픔과 풍부와 궁핍에도 처할 줄 아는 일체의 비결을 배웠노라(빌 4:12)’라는 바로 앞 절의 말씀이 눈에 들어옵니다. 그리고 나의 삶 속에서 이 말씀을 이루어 가실 신실하신 하나님을 느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