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한 달 전쯤에 있었던 WEC 이사회의 결정을 통해 앞으로 WEC의 이사들 중 하나로 섬기라는 하나님의 부르심을 확인받은 이창산입니다. “WEC과 함께 한 경험과 이야기 나눔”이라는 내용으로 지 원고를 부탁받고서 ‘고등학생 때 <두란노>에서 펴낸 C.T.스터드의 전기를 읽은 것 말고 과연 내가 WEC에 대해 무엇을 안단 말인가?’ 하는 고민을 한참 하고서야 최대한 그 주제에 맞추어 저를 이야기를 시작해 보려 합니다.
저는 고2 때인 1992년 7월 말에 부산 고신대에서 열렸던 제1회 <청소년 선교횃불>에서 선교사로 헌신했습니다. 그 선교집회의 주강사는 당시 서부아프리카 감비아에서 (유병국 선교사님과 함께) WEC 소속으로 사역하고 계셨던 이재환 선교사님이셨습니다. 그런 점에서 30년 전에 제가 선교사로 헌신하게 된 것에서부터 넓은 의미에서 저는 WEC의 도움을 받은 사람입니다.
평생 선교사로 살기로 서원했던 그날 밤, 제 옆에 계시던 어느 전도사님이 건네신 “선교사가 되려면 서울에 있는 C 대학 신학과를 들어가야 한다.”라는 매우 고지식하고 앞뒤 꽉 막힌 말씀을 곧이곧대로 믿는 바람에 저는 결국 신학생이 되었습
니다. 그리고 신학대학원 졸업반이던 2003년 여름, 포항 한동대에서 열렸던 제10회 <청소년 선교 횃불>에 당시 제가 전도사로 섬기고 있던 청소년들을 이끌고 참여하여 이재환 선교사님을 개인적으로 만나 그분이 WEC을 나와 세운 컴미션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 만남을 시작으로 제가 컴미션에서 10년간 배운 믿음 선교, 미전도종족 선교, 팀선교는 사실 WEC에서 나온 것이었으니 제가 선교사로서 부족하게나마 바람직한 방향으로 사역할 수 있었던 것 역시 WEC 덕분이었습니다.
사랑의교회 세계선교부에서 3년간 부목사로 일하면서 당시 한국 WEC의 초대 대표셨던 유병국 선교사님을 업무 차원에서 여러 번 만나 뵙고 교제를 나누었고 선교사 훈련에 집중하기 위해 전북 김제에 머물렀던 2008년에도 김제 신광교회에 자체 선교 학교를 만들어 유병국 선교사님을 강사로 초청하여 앞으로 그 교회가 WEC 소속 선교사님들도 파송할 수 있는 길을 열었습니다. 저의 파송교회요 당시 한국컴미션의 이사장님이 담임하던 김제 신광교회가 선교적으로 더 알차고 균형 있게 성장하기 위해서는 WEC과 같은 성숙한 선교 단체와도 동역해야 한다고 확신했기에 추진할 수 있었던 일이었습니다.
중동의 Y국에서 현장 선교사로 사역했던 7년간 저희 가정과 친밀하게 교제를 나눈 선교사님들은 대부분 WECer들이었습니다. 아랍어를 공부했던 T시에서 늘 저희를 아껴주셨던 영국인 D&S 부부와 한국인 H&J 선생님, 가끔 수도로 올라가서 뵈올 때마다 늘 저희를 따뜻하게 환대해 주셨던 한국인 K&Y 선생님과 제가 S섬을 방문했을 때 섬겨주셨던 한국인 J&L 선생님, 그리고 제가 사역했던 그곳에서 마치 같은 팀인 양 가장 가까이 왕래했던 네덜란드인 T&A 부부와 한국인 B&K 선생님과 함께 울고 웃었던 그 애틋한 시간들이 7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여전히 그립습니다.
중동의 그 나라에 일어난 내전으로 저는 한국으로 돌아와야만 했고 나그네교회를 개척해야만 하는 상황을 맞게 되었습니다. 2015년 9월에 교회를 개척한 후에도 그 나라가 열리면 목회를 다른 분께 이양해 드리고 저는 그 땅으로 돌아가려 했기에 콧수염을 그대로 기르고 있었던 제게 두세 성도들이 “목사님, 다시 ○○이 열리면 선교사로 나가실 건가요?” 하는 질문을 하셨습니다. 그제야 저는 교회가 안정적으로 세워지기 위해서는 저의 ‘두 마음’부터 얼른 접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고서 교회 개척 2년 만에 선교사 시절의 익숙한 외모를 내려놓게 되었습니다.(콧수염이 없는 아빠의 모습을 처음 본 딸이 얼마나 놀랐는지 모릅니다!)
그동안 제게 컴미션을 비롯한 다른 두 선교 단체의 이사가 될 ‘뻔’한 기회들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더 이상의 논의가 진행되지 않는 것을 보며 하나님의 뜻이 아님을 알았고 저 나름대로 주신 안목을 따라, 그리고 저희 교회 성도들이 기쁘게 동의해 줄 수 있는 한도 안에서 최선을 다해 무슬림선교를 위해 기도하고 또 후원해 왔습니다. 아내와 함께 이사로 섬기라 하신 김재형 대표님의 제안은 참 뜻밖이었고(저를 어떻게 아시고…) 또 고맙기는 했지만(왜 저 같은 보잘것없는 사람을…) 그 직이 탐이 나거나 두렵다는 마음은 전혀 없었습니다. 주님이 지금 저의 삶의 시즌에서 제가 그 일을 하길 원하신다면 지금까지 그렇게 살아왔듯 제가 할 수 있는 만큼의 은사로써 또 기쁘고 겸손하게 섬기면 그만입니다. 저와 나그네교회가 WEC에 결코 걸림돌이 되지 아니하고 작은 디딤돌 하나로 쓰임 받을 수 있기를 기도할 뿐입니다.
감사합니다.
글 이창산 (WEC한국본부이사, 나그네교회 담임목사)